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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결의해도 파병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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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결의해도 파병 명분 없다"

<이라크전 파병 토론회> "우리만 UN결의에 정당성 부여"

이라크 전투병 추가 파병과 관련한 국민적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UN에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구성이 통과되더라도 파병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주최로 23일 서울 4.19기념도서관에서 열린 ‘이라크 전투병 파병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현재 국제질서가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UN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아닌, 다국적군 파병은 미국주도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파병 요구와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UN결의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전투병 파병 명분될 수 있나**

정일용 연합뉴스 논설위원은 “프랑스나 독일의 여론조사를 봐도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 80~90%가 반대하며, UN이 파별을 결의해도 80%정도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우리는 유엔이 6.25참전을 한 인연이 있어서 그런지 UN이라는 말만 나오면 파병의 정당성이 부여된다고 보지만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오히려 “(파병에 관련한) 이라크인들의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파병을 두고 직접 당사자의 의견을 들어보지 못하고 미국의 요구만 듣고 있고 UN안보리라는 제3자의 목소리만 듣지 정작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파병에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김영호 교수(성신여대 국제정치학)도 “우리는 지금 미국 주도하의 제국주의 질서하에 살아가고 있다”라며 “UN이라는 것은 국제정치의 역관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UN의 동의는 미국의 동의라고 이해해도 좋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하겠다면 제어할 힘이 없다”라며 “UN결의안으로 파병 명분을 획득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요구 수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이 먼저인가, 동맹관계가 우선인가**

전투병 파병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 및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찬반양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제출됐다.

정일용 논설위원은 “미국은 우리와의 동맹관계에 주의를 기울인다기보다는 우리의 파병 여부와 관계없이 자국의 국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은 북핵문제에 관해서도 “미국이 처음에는 ‘선핵포기 후대화’의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3자회담, 6자회담에 참석했다”며 “이는 미국이 이라크 파병 등 그런 문제에 대해 한국의 태도를 봐가면서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정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도 “국제관계가 힘만으로 지배되지 않고, 명분과 도덕성이 약소국의 협상의 무기일 수 있다”라며 “전후 복구사업 참여 등의 단기적 이익에 의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것에서 국가 이미지 실추 등의 장기적 이익인 명망을 잃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파병 여부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설 등에 대해서도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의해 주한미군을 주둔하고 재배치하는 것”이라고 말해, 이라크전 파병 여부에 따라 주한미군 재배치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베트남전 파병이 국가이익에 큰 도움이 됐느냐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월남전의 주역이었던 미국조차 비평의 관점에서 당시 전쟁을 보고 있는데, 우리의 월남전 개입은 오히려 비판적 공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며 월남전 참전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파병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우호관계, 경제적 이유 등의 이유로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많은 입장이라는 논지를 펼쳤다.

류길재 교수(경남대 북한대학원)는 “6.25 전쟁에서 중국 러시아와 싸웠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지만 지금은 모두 우호적 관계를 갖고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구원(舊怨)이 영원토록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한 “국익에 대한 판단은 공동체적 차원에서 국가가 나서서 판단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잘못된 판단에 대해서는 언젠가는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교수도 “여론을 거스르는 인기없는 결정이 때로는 국가를 구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여론은 강대국 압력 피해가는 협상 무기**

이밖에 김기정 교수는 “국민의 파병 반대 여론이 약소국에는 강대국과의 협상에서 강대국의 요구와 압력을 피해가는 협상 무기”라며 “미국의 힘에 지나치게 압도당해 미리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결론을 내리는 것 아니냐”고 패배주의를 경계했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NGO의 역할에 대해 “각국의 NGO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UN총회를 여는 운동을 벌여 UN이 이라크에 대한 구호활동과 평화정착을 위한 활동을 하도록 각국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발제를 맡은 서경석 목사는 “현 상황에서 파병에 찬성하고 반대하느냐의 소모적 논쟁보다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고, 미국이 이를 깨달을 수 있도록 미국내 시민사회와 함께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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