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정무위 국방위 등 일부 국정감사장에선 의원들 간의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등의 백태가 연출됐다. 정치권 재편의 소용돌이로 부실국감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그 어느 해보다 ‘폭로전’의 수위를 높이고 있어 앞으로도 이같은 장면은 적잖이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 정형근-박주선 ‘약점 캐내기’**
이날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 가 증인으로 참석하지 않아 국감이 30여분간 열리지 못하는 등 처음부터 파행을 겪었다.
이씨는 이날 국감에 앞서 보도자료를 내고 "정무위가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는 출석요구일 7일전에 해야한다'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 하고 출석요구서를 18일에야 보냈다"며 "법을 만드는 헌법기관이 실정법을 위반한 출석요구를 한 것을 묵인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출석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정무위에서는 또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며 감정섞인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이기명씨의 형 기형씨를 상대로 신문을 시작하려 하자, 민주당 박주선 의원이 재판 등에서 증인과 직접 이해가 걸린 의원의 경우 국정감사에서 해당 증인을 신문하지 못하도록 ‘제척사유’를 둔 국회법을 들며 이의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이재창 위원장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자 김문수 의원의 질의는 계속됐고, 이에 민주당 간사인 조재환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같은 당이라 그러느냐. 공정하게 사회를 봐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박주선 의원의 경우 나라종금 문제로 기소 당했고 현대문제로 조사받고 있다”며 “그런 식으로 논리를 확대한다면 국감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의원도 이에 대해 “한국 국회는 무죄추정이 원칙이고, 나는 그동안 검찰소환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 의원이 다시 “DJ 정권 때 법무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사람이 누구냐”고 따져묻자, 흥분한 박 의원은 “정말 양심에 손을 얹고 해라. 거기는 현대비자금도 있다”고 되받아쳤다.
이에 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걸 때 뒤에서 지휘했던 사람이 당신 아니냐. 자기 자신을 알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방위, 민주당-신당-한나라당 뒤엉킨 막말 고성**
국방위의 국방부 국정감사장도 현안과 상관없는 의원들 간의 말다툼 속에 파행을 겪었다.
민주당 최명헌 의원은 이날 통합신당 소속인 장영달 국방위원장이 국감시작을 알리자 "통합신당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박양수 의원은 아직 민주당 소속"이라고 말하면서 국감장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전국구인 박 의원은 당적은 민주당에 두고 있으나, 통합신당과 정치적 행보를 함께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어 “장 위원장의 소속은 어디냐. 정리를 해야될 것 아니냐”면서 “먼저 양해를 구하라”고 장 위원장의 당적 변경을 꼬집었다. 이를 듣던 통합신당 천용택 의원이 "어떻게 양해를 구해야 하느냐. 당적을 바꿨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해야 하느냐"고 끼어들자 최 의원은 "잘못됐으면 미안하다고 해야지"라고 맞받아치며 고성이 오갔다.
천 의원이 다시 "왜 미안해야 하느냐. (당적을 옮기면 사과하라는 조항이) 국회법 어디에 있느냐"고 맞서자 장 위원장이 중간에 나서 "교섭단체로 정식 등록된 국민참여통합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는 말을 정식으로 위원들에게 드린다. 원활한 국정감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부탁함으로써 사태가 수습됐다.
그러나 국방위 국감 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이 조영길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군내 지역별 편중인사 문제를 거론하며 “왜 인사자료를 주지않느냐”고 질타하자 천용택 의원이 "왜 인사자료 보안을 유지하느냐. 편중인사하고 있어서 그러냐. 편중인사는 70년대 얘긴데.."라며 동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천용택 장관 할 때부터 잘못됐다"며 시비를 걸고 나섰다. 서 의원은 "(천 의원이) 70~80년대 얘기했는데 김대중 정부때부터 잘못됐다. 천 의원은 가만히 있어야지"라면서 "장관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라 이 꼴로 만든게 누군데"라고 말했다.
이에 흥분한 천 의원이 "70~80년대 편중인사 얘기하는데 왜 시비냐. 그렇게 안봤는데 어떻게 당대표까지 했어"라고 맞섰고, 서 의원도 "뭐 저런게 다 있어"라며 지지 않았다.
장영달 위원장의 만류에도 서 의원은 "김대업과 짜고 했잖아"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천 의원은 서 의원을 향해 "왜 자기가 나서 xx이야. 발언 책임질 수 있어"라며 되받았다.
결국 두 의원의 수차례에 걸친 욕설과 고성 끝에 장 위원장은 의사 진행봉을 두드려 정회를 선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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