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월드컵 A조 경기에서 각각 스웨덴,나이지리아를 물리치고 1승을 거두고 있는 미국과 북한 축구팀은 월드컵 무대를 통해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미국은 월드컵 우승으로 여자축구 붐을 점화해 재정악화로 문 닫은 미국여자프로축구리그 재개를 노리고 있으며, '다크호스'북한은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정권수립 55주년을 맞은 북한의 자존심 회복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미국, 여자월드컵은 잠재된 스폰서를 향한 오디션**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여자축구연맹(이하 WUSA) 이사회는 입장수입, TV 중계권료, 스폰서십을 통한 자금충당이 어렵게 되자 리그운영을 포기해 충격을 안겨줬다.
WUSA의 존 헨드릭스 이사장도 1999년 월드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중국을 물리치고 미국여자팀이 우승한 이후 불었던 여자축구의 인기와 스폰서열풍이 국내리그에서는 완전한 실패였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자국리그의 폐쇄는 미국여자대표팀의 월드컵에 대한 의지를 새롭게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월드컵직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여자대표팀 감독 에이프릴 하인릭스는 "검은 구름이 지금 우리팀 진영에 걸려있지만 나와 몇몇 선수들에게 WUSA의 결정은 다가오는 월드컵의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미국여자대표팀의 스트라이커 미아 햄도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여자축구의 가치와 선수들의 활약을 믿는다. 우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잠재해 있는 스폰서들과 투자자들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3만4천여명이 운집한 워싱턴 D.C RFK스타디움에서 열린 21일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 미국은 3대1의 낙승을 거두었고 팀 결속을 주장했던 미아 햄은 무려 3개의 어시스트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권수립 55주년 기념선물 준비중인 북한대표팀**
21일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3대0의 승리를 따낸 북한여자대표팀은 체력적인 우위와 잘 짜여진 조직력을 선보이며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등장할 것이라는 추측을 사실로 바꿔놓았다.
특히 전,후반 90분 동안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뛸 수 있는 북한의 체력은 '북한이 중국을 꺾고 어떻게 아시아 정상에 설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줬다.
나이지리아전에서 2골을 넣은 북한의 진별희는 21일 LA타임즈를 통해 "이 모든 기쁨과 행복을 김정일 장군님께 드리고 싶다"며 김정일 우상화와 당 선전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북한스포츠의 현실을 또 한번 드러냈다. 하지만 진별희의 이 한 마디는 타팀과는 차별화되는 북한여자축구의 '최대무기'인 정신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자월드컵을 전후해 미국언론은 북한여자대표팀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미국언론의 관심은 미국과 예선전에서 맞붙게 되는 북한여자팀 전력에 관한 궁금증과 '북핵위기'를 둘러 싼 미국, 북한간 긴장관계에 이번 여자월드컵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으로 집약됐다.
18일 뉴욕타임즈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미국과 이란의 경기에서 두 팀선수들은 기념사진을 찍고 악수를 교환했지만 이로부터 5년 뒤 부시 대통령이 이란을 이라크,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사례를 제시하며 여자월드컵의 북-미대결이 정치적 문제까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북한축구협회 국제담당 장수명 국장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스포츠는 정치적 현안문제를 푸는 데 매우 도움이 되지만 때로는 매우 힘들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8일 펼쳐지는 미국과 북한의 여자월드컵 경기는 세계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승리를 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재정악화로 문닫은 리그를 살리기 위한 의지로 뭉친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실추된 국가 이미지 재건을 위해 김정일에게 월드컵 우승트로피를 바치려는 북한의 월드컵목표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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