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용 목사, 김수환 추기경,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종교계 원로들은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 종교계 원로들은 이날 청와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에게 “양자택일하지 말고 유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비전투병을 파병하는 쪽으로 절충할 것”을 건의했으며,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신중한 검토’ 입장을 재차 밝혔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종교계 원로들 “전투병 파병 반대”**
강원용 목사(평화포럼 이사장)는 이날 미국의 전투병 파병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양자택일하지는 말아 달라”며 “이라크엔 대량살상무기도 아직 없었고 알 카에다와 후세인의 연계 증거도 없다. 월남전 파병도 반대했지만 이라크전은 더 명분이 없다”며 파병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강 목사는 “정부는 쉽게 그렇게(미국의 파병 요청을 거절)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유엔 결의하에 다국적군 속에 있는 비전투병으로 (미국 측과) 절충할 수 있지 않냐”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유엔의 평화유지군 속에 비전투병이면 어떻겠냐”며 전투병 파병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송월주 스님도 이에 동의했다고 윤태영 대변인이 전했다.
***추기경 "언론사주도 만나고 풀 것은 풀어라"**
한편 이 자리에서 김 추기경은 "비판 세력을 품는 게 좋겠다. 언론사 사주도 만나고 풀 것은 풀어야되지 않겠냐"며 언론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김 추기경은 이에 앞서 최근 인터넷 언론 '업 코리아' 창간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을 비판했던 것과 관련, "지난 번에 대통령에 대해 불안하다고 말한 것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노 대통령 이에 대해 "추기경 말고도 그런 얘기한 사람 있다"고 답했다.
송월주 스님은 "대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강원용 목사는 "정부보다 무서운 게 언론이며 횡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은 맞다. 그러나 대통령이 앞에 나서지 않고 제도적인 방법으로 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는 원칙적이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며 "포용은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인데 나는 강자가 아니다"며 언론과의 '긴장 관계'를 해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권은 인정하지 못 한다"며 "5년간 꿋꿋하게 가는 정권도 필요하다. 그러면 잘못된 관행들이 바로 잡혀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월주, "노사문제 잘 처리해 국민들이 안도"**
송월주 스님은 노사관계와 관련, "정권 초기 노동문제 처리가 불안했는데, 지난번 철도노조와 이번 화물연대 파업 처리에 있어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처리해 국민들이 안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달랠 때와 매를 들 때 기준이 있다"며 "화물연대의 경우 과거 정부의 잘못도 조금 있었다. 이익다운 이익을 지켜낼 단체도 전무했었고 정부와 대화 창구도 닫혀 있었다. 그래서 온순한 사람들을 독하게 만든 측면도 있어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최선을 다해 대화하되 명백하게 선을 넘었을 때는 원칙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라며 파업에 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고 이경해씨 자살과 이를 비관한 농민의 분신자살 시도 등과 관련 "일의 어려움보다 분신이나 자살 등 극단적 방식을 선택하는 데 대해 마음의 부담이 있다. 게임의 규칙이나 시스템 바깥에서 극단적 요구들이 있는데 이해는 가지만 수용은 못하고 그래서 속이 탄다"며 최근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는 종교계 원로들이 당초 사형제 폐지 문제를 건의하기 위해 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이뤄졌으며, 청와대 쪽에선 문희상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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