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AS 모나코(프랑스)와의 챔피언스리그 예선경기에서 1-2로 패한 에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의 경험부족과 팀간균형이 크게 벌어져 있는 네덜란드 리그가 하나의 패배원인이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2003~2004시즌을 앞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에인트호벤을 지키며 구단측에게 유망선수 스카우트 등 더 많은 재정적지원을 요구했던 히딩크의 이같은 지적은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의 유럽축구 빅 파이브 소속팀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축구클럽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어서 주목된다.
***“네덜란드팀의 문제는 국내리그에서 수준높은 경기를 많이 할 수 없는 것”**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히딩크 감독은 “경기결과에 매우 실망스럽다. AS 모나코는 수비위주의 전술로 임했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효과적으로 AS 모나코 수비진을 흔들어놓지 못했다”며 경기결과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히딩크 감독은 “우리 팀 몇몇 선수들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할 만큼의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 이런 점이 우리 팀이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특히 네덜란드팀의 큰 문제는 국내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강팀과의 수준 높은 경기를 겨우 몇 번밖에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간접적인 불만감을 표출했다.
히딩크 감독은 2002~2003시즌 챔피언스리그 1차 라운드에서 에인트호벤이 탈락한 후 전력보강을 위해 스타급선수 영입을 희망했지만 구단의 재정상태가 여의치 않아 ‘특급 스트라이커’ 케즈만을 잡아두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해외축구전문가들은 에인트호벤이 AS 모나코(프랑스),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스페인), AEK 아테네(그리스)등 비교적 해 볼만한 팀과 챔피언스리그 예선 C조에 편성되자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축구강소국 명문클럽의 고민**
유럽축구 ‘빅 파이브’에 속하지 못한 팀들 중 일부는 1990년대 후반들어 자국리그에서 탈피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축구강소국(强小國)’의 팀끼리 국가간 리그를 구성하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유럽축구 ‘빅 파이브’ 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재정문제에서 탈피하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이런 국가간 리그 구성제의에 앞장 섰던 구단은 다름 아닌 에인트호벤이었다. 에인트호벤의 해리 반 라이 구단주는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벨기에의 명문팀들과 함께 ‘노스애틀랜틱리그’ 출범을 시도했다.
노스애틀랜틱리그는 국가간 리그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각 팀이 기존에 참여하고 있던 국내리그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노스애틀랜틱리그 추진 구단들은 리그가 출범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과 이에 따른 팀 전력강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국내리그를 버리고 자기 구단만의 이익을 위한다는 반대여론과 유럽축구연맹의 저지에 부딪쳐 국가간 리그 결성에는 실패했다.
세계적 축구스타들이 집결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종종 축구강소국의 명문클럽들이 신선한 돌풍을 일으켜 관심을 끌어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아약스(1995년)와 에인트호벤(1988년)은 80~90년대 젊은 유망선수들의 힘을 바탕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유럽축구의 지각변동을 일으킨 바 있다.
비록 지난 시즌 아약스가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지만 현재 네덜란드 프로축구리그의 수준은 유망주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가기 전인 1990년대 중반에 보여줬던 경기력에는 못 미친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스페인, 잉글랜드 등 유럽축구 '빅 마켓'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박지성, 이영표에게도 챔피언스리그는 중요한 ‘등용문’이 되겠지만 유럽축구 ‘빅 파이브’에 속한 팀들과 경기를 펼쳐야 하는 축구강소국 클럽의 대표주자 중 하나인 에인트호벤과 히딩크 감독에게도 남은 챔피언스리그 예선경기는 또 하나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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