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17일(현지시간) 미국의 한국군 이라크 파병 요청과 관련해 "파병규모는 자체적으로 존속이 가능한 규모로 여단과 사단급 중간정도가 좋겠다"며 내달 중순까지 파병 여부를 결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미국측 발언은 최소한 4천~5천명의 파병을 조속히 결정지을 것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돼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사진: 롤리스>
***"한국군이 최초로 외국군 지휘·관리"**
롤리스 부차관보는 미국을 방문중인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만나 이같이 말하고 "한국이 사단급 다국적군 지휘·관리를 맡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롤리스는 "미국이 요청한 파병규모는 한국군이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사단급 규모의 다국적군을 지휘부를 포함해 한국군이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게 할 경우 한국군은 처음으로 폴란드형 다국적 사단을 모델로 해 분쟁지역의 다국적군 사단에 배치된 외국군대를 지휘·관리하는 경험과 책임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고 박 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3∼4일 서울에서 열렸던 미래한미동맹 4차 회의에 참석해 비공식적으로 파병을 요청했던 당사자인 롤리스는 '한국이 파병을 안할 경우 주한 미군 2사단을 빼내 이라크에 배치할 수도 있다'는 보도에 대해 "완전히 틀린 이야기"라고 못박았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롤리스 부차관보는 "미국은 이달 초 한국측에 이라크 파병에 대해 조용히 (파병 의향을) 타진한 바 있고, 미국은 한국이 동맹으로서 비전을 공유하고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국이라는 점에 비춰 도움을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판단은 주권국가로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롤리스 부차관보의 이같은 설명에 최 대표는 "파병문제는 파병의 당위성 여부와 규모.경비.역할, 그리고 유엔결의 여부 등을 종합 판단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대통령 선(先) 입장표명'이라는 기존의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박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내달 21,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24, 25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방한해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때까지 파병 문제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박 대변인의 설명은 17일 국회 외통위에서 윤영관 외교통상장관이 "미국이 파병 결정여부를 언제까지 결정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며 "연내에 파병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구체적 규모와 역할 이미 타진한 듯**
롤리스 부차관보가 최병렬 대표를 만나 언급한 파병 한국군의 규모와 역할은 지난 13∼15일 서희·제마부대 위로차 이라크 현지를 방문했던 국회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의 설명과도 일치한다.
박 의원은 17일 국회 국방위 회의에서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제1다국적군은 영국이고 제2다국적군은 폴란드인데 한국군을 폴란드처럼 다국적군을 지휘하는 '제3다국적군'을 만들려 하는 것이 미국의 의도"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 이라크를 4개 지역으로 분할했는데 파병 요청 내용을 보면 한국군에게 그중 1개 지역을 맡아 폴란드나 영국처럼 독자적인 임무수행을 요청한 것 같다"고 말했고 이에 조영길 국방장관도 "그렇다"고 시인했다.
박 의원은 또 "폴란드 사단에는 폴란드군이 1개 여단이고 나머지는 다국적군이다. 이를 보면 미국이 요구하는게 대충 짐작이 간다"고 말했고 조 장관 역시 "우리도 그정도 규모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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