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투병력 파병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도 17일 파병관련 상임위의 하나인 국방위원회를 열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다.
조영길 국방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조속한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의 파병 반대 입장 표명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한나라당 강창희 이경재, 민주당 최명헌 등 일부 의원들은 파병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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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내주중 현지조사단 현지에 파견하겠다"**
이날 국방위는 2002회계연도 결산심사를 뒤로 미루면서 파병 논의를 의사일정 1항으로 삼아, 파병 문제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
국방부 차영구 정책실장은 보고에서 지난 3~4일 열린 미래한미동맹 4차회의에서 ‘독자임무수행능력을 가진 경보병 부대 파견’을 미국이 처음 언급했고 구체적인 파병규모는 제시되지 않았으나 “폴란드형 사단을 언급한 것으로 봐서 미국이 원하는 규모가 그 정도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실장은 "국방부와 외교부 등으로 구성된 현지조사단을 다음주중 현지에 파견키로 했다"고 밝혀 정부가 사실상 파병을 기정사실화한 뒤 현지조사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차 실장은 미국의 요구가 공식적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가 청와대에 있는 NSC 요원에게 파병을 요청할 때 허바드 주한 미대사가 동행했기 때문에 추가파병 요청은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유한열, “한나라당은 총대 안 메겠다”**
국방부의 보고에 대해 이만섭 민주당 의원은 “동맹국인 미국이 요청했다 해도 국제적 명분이 약한 전투병 파병에 서둘러 동의해서는 안된다”며 파병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의 이야기에 일방적으로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면서 “유엔 결의에 의한 평화유지군 파병이라면 명분도 있고 납득할 것”이라고 말해 유엔 결의를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어 “파병을 한다면 (이라크전쟁의) 약한 명분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의 안보.경제적 국익이 무엇인지 정부가 세밀히 분석해 국민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유한열 의원은 그러나 파병문제에 침묵하며 대통령의 선(先) 의사 표명을 요구하는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했다.
80년대 이란-콘트라 추문때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해명했던 일을 언급한 유 의원은 “대통령이 나와 소신을 밝혀야 한다”며 “이번 일에 한나라당은 총대 안 메겠다”고 잘라 말했다.
***유인태 정무수석 발언에 집중타**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파병반대 의사를 밝혔던 유인태 정무수석의 처신과 정부의 혼란스런 입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여론 추이에 따라 방침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강력 비난했다.
이 의원은 “여론은 정부 추진 방향에 따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여론 눈치를 보면 더 어려운 방향으로밖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만섭 의원은 “유인태 정무수석의 발언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하면 차라리 대통령이 직접 태도를 밝혀 국론분열과 정국 혼란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고 말했고, 유한열 최명헌 의원 등도 정부가 관련부처별로 다른 얘기를 한다고 추궁했다.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은 내일 열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의 국방부 입장을 묻고 이에 대한 조 국방장관의 뚜렷한 답변이 없자“현지조사단까지 만들기로 한 마당에 왜 이렇게 자신이 없고 조심스럽냐”고 따졌다.
***강창희 이경재 최명헌 의원 등은 파병찬성**
대다수의 의원들이 찬반 입장 밝히기를 꺼려한 반면 강창희 이경재 최명헌 의원 등은 간접적인 표현으로 찬성의 뜻을 표했다.
한나라당 강창의 의원은 국방부의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주장했다.
‘비전투병이니 괜찮다’는 말이 지난번 파병 논의를 혼란케 했다고 지적한 강 의원은 “이번에도 ‘유엔결의’ 운운하지 말고 우리의 안보가 직면한 문제들을 직시해 결정해라. 그러면 우리가 장관을 도와주겠다”며 “파월때도 반대가 많았지만 희생을 무릅써 한국군도 발전했다”고 주장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최명헌 의원은 “개인적으로 국익을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파병찬성 입장을 밝혔다. 최 의원은 “주저주저 말고 속히 결정해야 한다”며 “장관자리 연연말고 소신대로 해서 나약하지 않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번 파병때도 국회에서 찬성입장을 밝혔던 최 의원은 “찬성토론후 네티즌이 공격을 퍼부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게 보도돼면 또 그런 상황이 벌어지겠지만, 개인적으로 국익의 차원에서 말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던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은 서희.제마 부대에 관한 현지의 호평을 언급하며 “파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공병.의료부대 증파’를 주장했다. 이는 이라크에 동행했던 장영달 국방위원장의 주장과 유사한 것이다.
***조 국방, “보다 많은 정보 필요”**
의원들의 이같은 주문에 대해 조영길 국방장관은 정부에서 정식 논의를 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장관은 “파병을 해도 맡을 임무가 일종의 치안유지와 평화유지활동이기 때문에 전투병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 부대가 어떤 역할, 어떤 성격이 될 것인지에 관해서는 구체적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인태 정무수석의 발언에 대해 “나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개인 사견인 것 같다”고 해명했다.
조 장관은 이밖에 지난 3일 있었던 미래한미동맹회의에서 판문점공동경비구역(JSA)에 관한 경비를 기존과 같이 미군이 무기한 담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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