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안전보장이사회의 투표로 결정된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추방반대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여전히 미국이 UN을 우습게 여기고 있음이 또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미국의 안하무인적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로 인해 한국 등의 이라크 파병을 UN 결의를 통해 도출하려던 미국의 계산에도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궁색한 변명**
UN은 16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이 테러리스트 그룹인 하마스 등과 연계됐다는 근거를 내세워 아라파트를 위협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UN 안보리는 이날 시리아가 주도해 제출한 수정 결의안을 표결에 붙였고, 그 결과 15개 이사국 가운데 프랑스, 러시아를 포함한 11개국이 아라파트 추방거부 결의안에 찬성했고 독일,영국,불가리아 3개국은 기권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같은 결의에 대해 친이스라엘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은 즉각 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 직후 UN주재 미국대사 존 네그로폰테는 "미국은 아라파트 축출이나 강제추방을 지지하지는 않으나 아라파트에 대한 외교적 고립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UN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는 UN 결의안이 하마스, 알 아크사 등 이스라엘에게 수 많은 자살폭탄테러나 공격을 자행했던 테러단체의 위협을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런 테러단체의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UN 안보리 이사회에 아랍권국가로는 유일하게 소속돼 있는 시리아의 UN주재 대사 파이살 메크다드는 “미국 대표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의 거부권 행사는 이미 복잡한 중동지역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의 아라파트에 대한 축출시도가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UN 결의안을 무시한 미국의 독불장군식 거부권행사는 결국 이스라엘의 군사력 증강과 탄압을 초래할 것”이라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이라크 파병, UN결의 물 건너가**
UN의 아라파트 추방반대에 대한 미국의 거부권행사는 국제사회의 반전 분위기를 묵살한 채 시작된 이라크전쟁과 같이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중동평화 로드맵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등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으로부터 파병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등은 파병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측에 UN결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일방주의가 또한차례 드러남에 따라 이라크 파병에 대한 UN결의 도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지배적 여론이어서, 우리나라의 이라크 파병 논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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