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은 기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 대해 추석 전날인 지난 9일 3개월간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려 사실상 석방한 사실이 밝혀져, 향후 청와대와 동교동의 관계 개선 여부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석방**
검찰은 13일 "홍업씨가 최근 심한 우울증 등의 증세로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주거지를 병원과 집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홍업씨는 현재 서울 홍은동의 자택에 머물고 있으며 추석연휴 기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을 방문, 추석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집행정지란 판결이 확정돼 실형 복역중인 수형자가 몸이 극도로 아프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명령으로 형의 집행이 정지되는 제도이다.
검찰은 3개월후 병세를 판단해 재수감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나, 형집행정지로 석방된 후 재수감된 일은 실제 거의 없어 다시 복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업씨는 대학 동창인 김성환씨 등의 알선으로 기업체로부터 각종 이권청탁 명목으로 25억여원을 수수하고 현대 등 대기업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여원을 받은 뒤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돼 올해 5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2년에 벌금 4억원 및 추징금 2억6천만원이 확정됐다.
한편 지난해 6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던 동생 홍걸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집행유예로 먼저 풀려났다. 홍업씨의 이번 석방으로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모두 자유의 몸이 됐다.
***동교동 일단 '화답'**
정가에서는 이같은 홍업씨 석방이 동교동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노무현대통령의 화해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어, 향후 동교동의 대응이 주목된다.
청와대가 홍업씨의 석방을 미리 가르쳐주지 않았겠냐는 관측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노무현 대통령의 추석선물을 전달하러 간 서갑원 청와대 정무1비서관을 직접 접견, 이례적으로 환대한 바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아들의 석방 소식을 들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김 전대통령은 이날 오후 노 대통령의 추석선물과 함께 안부인사를 전하기 위해 동교동 자택을 찾은 서 비서관을 접견하며 "경제가 어렵고 또 여러 가지로 어려운 때인데 대통령이 고생이 많다" "앞으로 나라일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김 전대통령은 "대통령의 심부름을 왔다는 데 내가 직접 만나야지"라며 서 비서관을 직접 맞이해 7분 가량 `티타임'을 가진 DJ는 노 대통령 내외의 안부를 묻고는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논농사, 과일농사 등이 흉작이라고들 하던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DJ는 또 "경제가 안좋아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이 추석연휴에 해외여행을 다닌다고 하니 걱정이 많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서 비서관이 복분자술과 한과를 묶어 만든 추석 선물을 전하며 "단촐하게 준비했다"며 쑥스러워 하자 "무슨 소리냐. 잘 했다. 대통령에게 고맙게 잘 받았다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그동안 김대중 전대통령이 옥중에 있던 홍업씨 문제로 노심초사해온 대목을 볼 때, 홍업씨 석방을 계기로 추후 청와대와의 관계 및 신당 논란 등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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