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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조국' 한국을 포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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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제 '내 조국' 한국을 포기하고 싶다"

<현장의 소리> '30대 기술인력' 이민박람회에 쇄도

모 홈쇼핑의 캐나다 이민상품이 연속 2회 대박을 터뜨린 데 이어 이번에는 '이민 박람회'에 인파가 쇄도했다. 특히 30대의 이민희망자 및 기술인력의 이민희망이 급증하고 있는 게 최근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아파트값 폭등에 따른 빈부격차 확산, 사교육비 급증, 기술인력 홀대, 고용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한국 탈출'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30대 급증이 가장 큰 특징"**

주말인 지난 6,7일 양일간에 걸쳐 한국 전럼의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03 제6회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에는 지난 봄 9천5백여명보다 50%이상 급증한 1만5천여명의 인파가 봇물 터진듯 몰려 들어, 최근 이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음을 감지케 했다.

<사진1> 박람회장

그 중에서도 "4,50대의 장년층보다 30대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것이 박람회장에서 만난 한 이민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찾는 4,50대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번 박람회에는 30대 샐러리맨들이 박람회장을 찾아 꼬치꼬치 이민 문제를 상담하는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라며 "생각밖으로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는 젊은 가장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가 평범한 직장인인 30대가 이처럼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최근의 아파트값 폭등과 사교육비 급증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상으로 월급 받아 저축해 자그마한 제 집도 장만하기 힘들어지고, 강남에 살지 않으면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도 힘들어진 사회현실이 30대 젊은 가장들로 하여금 '애들이 더 크기 전에 한국을 떠나자'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게 그의 해석이었다.

***이민 목적 1순위, 교육**

이민박람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가장 큰 이민 희망지는 역시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순이었다. 이들 나라가 사회경제적으로 선진국일 뿐만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고, 좋은 교육 시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민희망자들은 '자녀 교육'에 단연 우선순위를 두고 있었다.

8세와 4세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가정주부 윤지현(34. 서울 중곡동)씨는 "아이들을 미국의 친척집으로 조기유학을 보낼까 생각중이었는데, 차라리 이민을 가는 것도 좋은 생각일 것 같아 박람회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 딸과 함께 박람회를 찾은 김윤호(48), 박정희(45)씨 부부는 "딸이 입시교육에 치이는 것을 보면 항상 안타까웠다"며 "딸을 차라리 외국으로 대학을 보내고 중학교 다니는 아들을 입시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유학과 이민을 동시에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가장은 "가난한 집 애들이 대다수였던 예전과는 달리 '8학군 출신'이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의 80%를 차지하는 현실이 말해주듯 한국은 이미 아무런 희망도 남지 않은 사회가 됐다"며 "이렇게 병들대로 병든 한국사회에서 과연 애들을 키우는 게 애들에게 좋은 일인가라는 고민끝에 박람회장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기술이민 희망자 급증**

<사진2> 입구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 중에 캐나다 취업 이민에 큰 관심을 보인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캐나다 정부의 기술인력 이민 지원 방침에 따른 것이다. 기술취업이민 희망자는 대부분 30대였고, 20대도 눈에 띄었다.

IT기술을 개발하는 벤처 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김모(29)씨는 "캐나다가 IT기술인력의 이민을 우대한다는 얘기를 예전부터 많이 들었는데, 예전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들었던 얘기들이 최근 아파트값 폭등으로 결혼을 앞두고 집 한채 살 수 없는 현실을 느끼게 되자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캐나다에 기술이민을 간 선배들이 몇 명 있는데, 모두 적응하는데 실패하며 최대한 신중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라며 "그래도 한국에서 불안 속에 하루하루 아둥바둥 살아가는 것보다는 여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 아직 젊기 때문에 도전할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말로만 '이공계 우대'를 외칠 뿐인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있는 이공계 인력마저 외국으로 빠져나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는 심각한 대목이다.

***실제 이민 증가율은 그리 높지 않아, 그러나 앞으로는...**

이민업체 관계자들은 이민 열풍에 대해 "아직까지는 일시적 현상일 뿐 사회적으로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조기유학 열풍으로 '기러기 아빠'를 양산한 일시적 이주는 늘었지만 실제 완전 이주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홈쇼핑에서 이민 상품이 대박을 터뜨리며 이민상담 문의가 부쩍 늘고 있고 특히 30대의 취업이민 상담이 늘고 있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어떻게 될 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실제로 4,50대 이상의 부유층의 이민상담은 별로 없고 30대 중산층의 이민 상담이 부쩍 늘고 있다"라며 "실제로 돈 있는 사람은 수입원을 한국에 두고 자녀 교육을 위해 비(非)근로 이민을 하는 데 반해, 30대의 취업 이민 희망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90년대만 해도 더 나은 삶과 여유로운 삶을 위해 한국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이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젊은층에서 '한국에서 살기 싫다'라는 생각으로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민 생활이 한국보다 훨씬 나은 삶의 수준을 보장해주리라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도 캐나다 등은 교육과 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이런 선진국의 사회안전망이 이민을 결정하는데 가장 매력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학박람회에도 2만여명 몰려**

<사진3> 유학박람회장

한편 같은 곳에서 열린 제17회 유학박람회에도 이틀간 2만여명의 유학 및 어학연수 희망자들이 몰려 최근 국외 탈출 행렬이 얼마나 많은 것인가 실감케 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연간 해외유학비로 송금되는 액수만 1조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해마다 20~30%이상씩 송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해외유학비가 아닌 해외경비로 잡히는, 부모들의 자녀 동행 해외거주비용 액수까지 합하면 연간 2조원이상이 해외유학 관련경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부인과 자녀 둘을 미국에 보낸 뒤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40대초반의 벤처기업체 CEO는 "저녁에 혼자 어두운 집에 들어가다 보면 '이게 사람 사는 건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여러 차례 '나도 짐 싸 미국으로 갈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으며 주위 동료나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부지기수로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같이 위정자나 정치인들은 살인적 사교육비를 잡고 아파트값을 잡고 이공계를 우대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나 실제로 돌아가는 모양새는 정반대"라며 "지난해 6월 월드컵때 분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붉은악마 에너지가 지금은 완전소진된 상태"라고 개탄했다.

그는 "교육만 해도 아무리 강남에서 살인적 사교육비를 들여 설령 서울대에 합격시켜 봤자 졸업후에는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이는 경제학 법칙에서 본다면 '더없이 손해보는 투자'일뿐"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말해 지금 한국사회는 몰락직전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으며 위정자 등 지도층의 절대각성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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