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6일 KBS 심야토론에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와대와 KBS간에 프로그램 기획 방향에 대한 협의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많이 드러나 6일 심야토론에 출연 계획이 취소됐다”면서 "어제(1일) 이같은 사실을 KBS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당초 노 대통령은 추석 이전에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해 국민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KBS 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취임후 두 번째로 TV 토론에 출연할 계획이었다.
***“KBS와 입장 차이 좁히지 못해”**
이 수석은 TV 토론 계획이 취소된 양측간 ‘입장 차이’에 대해 “청와대는 취임 6개월을 맞아 참여정부 국정방향, 향후 정책 과제, 대통령의 국정비전 등을 알리는 것을 주요 내용을 생각한 반면, KBS는 대통령의 코드, 스타일 등 리더십 중심으로 토론을 진행하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즉, 취임 6개월을 맞아, 특히 추석을 앞두고 국정현안이나 대통령의 국정비전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자리를 마련하려던 청와대의 홍보 전략에 비춰볼 때,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는 논쟁적일 수 밖에 없는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이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을 것이란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 수석은 “정치적 상황과 연관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심야토론 출연 시점이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직후라는 점 등 정치적 상황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이 3일 해임건의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노 대통령은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국회에 건의안 수용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
***이병완 수석 체제, 홍보시스템 변화 가져올 듯**
또 이번 TV토론 출연은 이해성 전 수석 때부터 추진해왔던 일이라는 점에서 전임인 이해성 수석과 이병완 수석 간의 관점 차이로도 볼 수 있다.
이 수석은 “현 시점에서 KBS와 입장 차이를 좁히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우리 주장만 강조하는 것도 제작권 침해일 수 있어 대통령께서 출연하기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 토론회의 참여 여부를 둘러싼 추가적인 협의계획은 없고, 이후 TV 토론 출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특히 “TV 토론 출연 취소는 전적으로 내가 판단한 것이고, 대통령께 이를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또 지난 7월 KBS 라디오 개편을 계기로 추진하다 취소됐던 ‘주례연설’에 대해서도 “일단 안 하기로 결정이 끝난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추진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이해성 전 수석은 KBS와의 주례연설이 의견 차이로 ‘잠정 취소’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주례 연설 방식의 홍보계획을 생각하고 논의한 것은 오래된 일”이라면서 “다른 형식으로 다시 협의해서 때가 되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MBC 베이징 특파원을 지내다 홍보수석으로 전격 영입된 이해성 전 수석에 비해, DJ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실 국내 언론담당 비서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 수석이 좀더 신중한 입장이라고 보여진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지난 6개월간 가동된 홍보시스템을 재점검, 대통령 행사 가운데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보도자료로 대체해 대통령의 발언이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임으로써 메시지 전달과정에서의 혼선을 방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 수석은 “홍보시스템의 개선 방안을 연구.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대통령 발언 일부를 비공개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 얘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KBS측은 노 대통령의 심야토론 초청이 무산된데 대해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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