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라이벌팀 뉴욕양키즈와의 경기에서 7-8로 뒤지던 9회초, 뼈아픈 2점홈런을 허용한 김병현이 때를 만난듯 자신을 비판한 보스턴 언론을 향해 "난 약하다. 그러니 제발 양키즈타자들이 내 공을 잘 친다는 말을 하지 말아달라"는 풍자섞인 쓴소리를 했다.
야구계에서는 이번 김병현의 쓴 소리가 그동안 '양키즈 징크스'에 대해 자신을 질타해왔던 보스턴 팬들과 언론에 대한 심한 불만감 표출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스턴 특유의 비판정신에 김병현 맞대응**
보스턴글로브는 31일 "포사다와의 대결은 특별히 다르지 않다. 상대가 배리 본즈라 해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힘껏 투구했을 뿐이다. 오늘 난 변화구가 좋지 않아 홈런을 허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다음 번엔 좋아질 것이다"라고 김병현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김병현은 이에 그치지 않고 "보스턴에서 많은 사람들은 내게 효과적인 마무리투수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아직 정규시즌이 한 달가량 남아 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나를 시즌이 끝난 후에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던져야 할 경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보스턴 언론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보스턴 언론이 30일 경기후 김병현의 홈런허용을 날카롭게 비평한 것은 보스턴이 8회말 뉴욕의 마무리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를 공략, 3점을 획득해 7-8까지 따라 간 상황이었다는 점과 90년대 중반이후 포스트시즌을 앞둔 8~9월에 고비를 넘지 못하고 선두 양키즈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던 전력 등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보스턴의 야구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보스턴의 야구문화는 한 마디로 '팬과 언론의 날카로운 비판정신'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하버드, MIT, 웰슬리, 앰허스트 칼리지 등 미국내 명문사학들이 몰려있는 매사추세츠주의 중심도시 보스턴의 독특한 문화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191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는 불명예에서 싹튼 것이다.
특히 번번이 보스턴의 앞길을 가로막았으며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양키즈로 트레이드 된 이후 본격화된 뉴욕 양키즈와의 자존심이 걸린 '숙명의 라이벌전'에서 보스턴 팬들과 언론은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선명하게 구분했다.
***김병현, 멋진투구로 언론비판 뚫어야**
때문에 보스턴 언론은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양키즈 타자들에게 홈런을 허용한 바 있는 김병현 선수의 '양키즈 징크스'가 재연될 때마다 김병현에게 지나칠 정도로 집중포화를 했다.
보스턴 언론에 대한 김병현의 맞대응은 일단 자신의 의사를 당당하게 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아무리 양키즈와의 경기가 중요하지만 한 두번의 실투로 마무리투수 김병현을 폄하한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야구에서 '타자는 배트로 말해야 하며 투수는 투구로 말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김병현의 쓴소리는 오는 9월 5일부터 펼쳐지는 뉴욕 양키즈와의 원정 3연전에서 그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주술사로 모셔온 선수들이 제 역할을 못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다. 지나친 팬들과 언론의 기대가 선수들에게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양키즈 징크스'에 대한 김병현의 지나친 반발은 이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도리어 화가 될 수 있다. 김병현은 '양키즈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보스턴 야구팬들의 바람을 일종의 문화로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김병현이 앞으로 양키즈와의 경기에서 등판하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보스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김병현은 공 한 개로 운명이 달라지는 마무리투수다. 그 어떤 역할보다 마무리투수는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좌우한다.
31일 양키즈와의 경기가 끝난 후 보스턴의 그래디 리틀감독은 김병현을 마무리대신 부담이 덜한 셋업맨으로의 보직변경을 시사했다. 31일 양키즈와의 경기에서도 김병현은 2-5로 뒤진 7회초에 등판했지만 1실점해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병현으로서는 필요이상의 언론에 대한 '맞대응'대신 백마디 말보다 설득력있는 멋진 투구로 보스턴 언론의 비판을 뚫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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