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가 28일 오전 독일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을 미화하는 해설을 한 데 이어, 저녁시간대 프로그램인 '화제집중 6시'를 통해서도 폴러첸을 영웅시하는 보도를 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날 보도가 논란이 되는 것은 폴러첸이 28일 미국의 보수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자신에 대한 탄압(?)을 이유로 '노무현 정권 교체'를 주장해 국내외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직후였기 때문이다.
***해설위원은 "폴러첸은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
28일 아침 MBC TV는 ‘지금 우리는’이라는 코너에서 K모 해설위원이 “탈북자를 돕고 북한실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온갖 기행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 폴러첸이 지난 주 우리나라에서 연이어 수난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K해설위원은 “그 하나는 유니버시아드가 열리는 대구에서였다. ‘김정일 타도’ 등의 구호를 미디어센터에서 외치다가 북한기자들과 몸싸움 벌여 병원으로 후송됐고 며칠 앞서 강원도 철원 옛 북한 노동당사에서 라디오와 현금을 담은 풍선을 북한 쪽으로 날려보내는 행사를 하려고 하다가 경찰과 역시 몸싸움을 벌여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K해설위원은 “폴러첸은 지난해 3월에도 탈북자 25명을 진입하도록 도운 사람이다. 폴러첸은 또한 침묵은 독재를 보호한다는 말로 자신을 방어하며 이벤트를 만들어서라도 북한의 참상을 외부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주장을 한 사람이다”고 언급했다.
K해설위원은 “폴러첸은 탈북자돕는 등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냥 튀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 올바른 대접이 아니다. 그것도 북한을 의식해서라면 더욱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화제집중 6시, “북한의 인권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이어 MBC '화제집중 6시'는 이날 오후 '폴로첸 스토리'라는 제목의 10분분량의 프로그램을 통해 폴러첸이 지난 22일 주도한 강원도 철원에서의 ‘풍선 띄우기’ 사건과 북한의 인권을 위해 노력해 온 그의 활동 스토리를 집중조명했다.
화제집중은 지난 15일 보수단체의 인공기소각사건이 있었던 시위현장에 한나라당 최병렬대표와 함께 자리했으며 지난 24일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미디어센터 앞 반북시위로 북한기자와의 충돌을 야기시킨 폴러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보도를 시작됐다.
화제집중은 폴러첸이 지난 22일 강원도 철원에서 하려던‘풍선 띄우기’가 경찰당국에 의해 저지되는 과정부터 폴러첸이 다치는 상황까지 상세히 전했다.
화제집중은 폴러첸은 경찰들이 철원 노동당사 앞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자 통역을 통해 풍선에 라디오를 매달아서 북한에 보내는 행사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관할 경찰서측이 사전 집회신고가 안돼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해 폴러첸의 풍선 띄우기가 저지당하는 상황을 동행취재로 그렸다.
화제집중은 이어 "폴로첸은 기자의 요구로 소형 라디오를 하나 꺼내들었는데 이것이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며 폴러첸이 부상당한 상황을 묘사했다.
화제집중은 폴러첸과 함께 철원에 '풍선 띄우기'행사를 위해 갔던 우익운동가 더글라스 신 목사의 육성도 그대로 보도했다. 더글라스 신 목사는 방송을 통해 "데모도 아니고 민간행사이면서 관광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당사에 관광오는 사람은 더 허락받아야 합니까? 이것도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입니까?"라고 항변했다.
화제집중은 "오늘의 계획은 몇달 전부터 국내외 언론에 소개됐다고 한다. 이번 행사는 행사를 모를 리 없는 남한정부가 몇달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제와 길을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폴러첸측 주장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늘에 풍선 하나 띄우는 것도 쉽지 않다"**
화제집중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하늘에 풍선 하나 띄우는 것도 쉽지 않다. 이대로 돌아 설 것인가”라며 폴러첸의 행위에 동조하는 개탄조의 나레이터 논평을 달고 “그의 풍선 띄우기 행사는 무산, 병원 응급실 행으로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화제집중은 또‘풍선 띄우기’ 행사가 실패로 끝난 다음날인 23일 폴러첸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제 많은 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의 인권문제를 위해 싸웠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폴러첸의 주장을 전했다.
화제집중은 “독일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그가 왜 낯선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 뒤 “그는 북한에서의 경험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일 긴급의사회 소속대원으로 북한에서의 의료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북한에서 본 충격적인 장면들이 그를 인권운동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라며 그의 활동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화제집중은 “폴러첸이 2002년 3월 25명의 탈북자들이 베이징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 망명한 사건 역시 그의 계획이었고 그 이후 그는 잇따른 중국내 대사관 진입사건의 배후자로 지목됐다. 그의 잇따른 계획들은 당시 남북한 사회는 물론 국제사회를 긴장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화제집중은 “그는 북한에서 활동하던 중 화상환자에게 자신의 피부를 이식시켜 준 공로로 북한당국으로부터 공화국 친선메달을 수여 받는 등 북한당국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은 적도 있었다. 그때 받은 메달은 북한의 전지역을 다닐 수 있는 통행증이었고 그 때문에 폴러첸은 북한의 참실상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제집중은 2000년 10월 폴러첸은 미국 울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의 방북때 서방 언론인들을 허가되지 않은 지역으로 안내하고 북한을 비방하는 발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같은 해 12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강제 추방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화제집중은 폴러첸의 말을 빌어 공중위생시설의 부족으로 (아이들이) 파리목숨처럼 사라지고 의약품이 부족해 맥주병으로 만든 링거로 사용하고 진통제가 없어 생살을 찢어야 하는 북한의 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말미에 “현재 국내에서는 폴러첸에게 비난과 박수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폴러첸의 행동이 너무 매스컴을 의식한 과장된 몸짓이다는 비판도 있는 반면, 외국인이 전혀 상관없는 나라에 와서 북한의 인권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박수도 나오고 있다"며 "과연 우리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고 있었나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끝을 맺었다.
***네티즌들 비난글 쇄도 **
문제 보도가 나가자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시청자들의 글이 쇄도했다. 이 가운데는 화제집중 6시의 보도태도에 대해 찬성하는 네티즌도 눈에 띄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화제집중 6시 등의 폴러첸 보도를 비판하는 글들이 많았다.
KY6654라는 ID를 쓰는 한 네티즌은 “대단한 사람이라구 생각합니다!오늘 그분이 TV에서 다친 걸 보구 넘 마음이 아팠습니다! 훌륭한사람을 그런 식으루 대한다는게 대한민국사람으로써 정말 그분께 부끄럽습니다!!그분이 힘내셨으면 합니다”라며 폴러첸 보도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 네티즌(ID:KIKI 1748)은 ‘폴러첸의 모습을 호도한 화제집중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글에서 “첨예한 우리의 분단 현실에 과연 그것이 어떤 악재로 작용할 것인지 누가 보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 정도가 나는 상식을 가진 사람의 판단이라고 본다. 따라서, 폴러첸의 이벤트는 심각한 위험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으며 그런 시도 자체는 좋을만 하지만 반드시 그 일을 진행시켜야 할 필요성은 더더욱 없는 것이다”라며 MBC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ID:ASADARL)은 “폴러첸은 인권운동가가 아니라 세계적인 이벤트 연출가일 뿐입니다. 그런 폴러첸을 화제집중에서 왜곡해 방송하는 것을 보며 그동안 화제집중에 대해 가졌던 호감이 의심받고 있습니다 ”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네티즌(ID:SilVELOCK)도 “북한의 인권침해는 모두가 알고있는 상황,당신의 라디오가 민중봉기를 유도해 김정일 정권을 붕괴시킨다구? 북정권에의해 발생될 대량학살의 가능성은? 그걸 빌미로 부시가 이라크처럼 선제 공격이라도 한다면 또다시 전쟁이라도 하잔 말인가?”라고 폴러첸을 비난했다.
MBC 내에서도 이같은 보도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다. 한 기자는 "방송 전체의 분명한 일관성없이 부서마다 따로 노는 MBC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이라며 "요즘 들어 MBC 시청률이 급락하고 있는 원인도 바로 이같은 따로놀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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