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멱살잡이가 오간 28일 민주당 당무회의가 급기야 지난 2000년 총선자금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김옥두 의원 등 일부 구주류 의원들이 권노갑 전 고문의 총선자금이 수도권 신주류에게 전폭적으로 지원됐다는 세간의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구주류, '권노갑 카드'로 신주류 압박**
이날 회의에서 구주류측은 지난 2000년 권노갑 전 고문의 총선자금 지원설을 공격 카드로 꺼내들고 신주류를 압박했다. 권 전 고문이 지난 총선에서 수도권 신주류 의원들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했다는 정치권의 물밑 의혹을 구주류측이 정식으로 문제삼고 나섬에 따라 신당 논란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김옥두 의원은 권 전 고문의 총선자금과 관련, "호남권에는 한푼도 안갔고 모두 영남권과 수도권으로 갔다"며 "(신주류가) 6개월 동안 신당논의 하면서 그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것에 분노를 느낀다. 표결처리하면 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라"고 말해 상황에 따라선 이른바 '권노갑리스트'를 공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충조 이훈평 의원 등도 총선자금 관련 발언을 이어가며 신주류를 정조준했다.
김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사무총장으로 자금을 관리했으며, 권 전 고문이 당에 넘긴 총선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 전 고문은 검찰조사 과정에 지난 총선과정에 1백10억원을 모아 후보들을 지원했다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잠시 회의장을 빠져나온 김 의원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신당 문제와 관계 없는 얘기다"라며 "다만 권 전 고문이 자신보다 당을 위해 일해 왔는데 일체 당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한 말"이라고 신당문제와의 관련성을 거듭 부인했다. 그는 다만 수도권 지원설의 진위여부와 관련, "총선 자금이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수도권에) 들어갔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표결 들어가면 나부터 몸 던진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시작된 회의는 8시간이 지난 오후 6시30분 현재까지도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회의에서 신주류 이해찬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임시전대 소집을 제안하고 "내달 21일까지 임시전대를 열어 신당논의를 종결하자"며 전대 개최 제안설명을 했다. 당 외부에 신당을 창당하고 민주당과 신당을 합당해 통합신당을 신설하는 이른바 '신설합당식 신당창당'이 이 의원 제안의 요지. 이를 위해 이 의원은 통합신당 창당을 위해 필요한 일체의 권한을 가지는 '통합신당추진위'를 설치하고 정대철 대표가 추진위원장을 맡을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신-구주류 양측은 팽팽한 토론을 벌이고 있으나, "표결처리는 용납할 수 없다"는 구주류의 반발이 거세 이날 중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구주류 박상천 의원은 "신설합당이라는 것은 결국 민주당을 소멸시키자는 주장"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균환 원내총무도 "오늘은 민주당 최악의 날이다. 여기서 표결로 하면 머리수로는 몇표 더 이길 지 모르지만 민주당은 패배한다"며 "표결에 들어가면 나부터라도 몸 던진다"고 실력저지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옥두 의원은 "용단 내리실 분은 내리고 탈당하실 분은 탈당하라"며 신주류를 압박하기도 했다.
***정대철대표, 표결처리 강행 시사**
회의가 양측의 격론으로 몇 시간째 공전하자 정대철 대표는 "양쪽 모두 일리가 있지만 이렇게 의견이 팽팽히 맞설때는 뭔가 한쪽으로 결정을 해야한다"며 "오늘 여기서 끝내고 신설합당이냐 흡수합당이냐를 가지고 전국의 대의원들에게 묻는 것이 민주정당"이라고 이날 중 표결처리를 강행할 뜻을 확인했다.
그러나 간간이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흘러나오는 등 구주류측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처리 전망은 밝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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