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전형적인 미국식 대통령제로 정부의 중심을 잡아나가겠다”고 밝히면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모델을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앞서 국회연설에서 내년총선에서 다수당에게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던 입장의 철회여서 주목된다.
***노 "다수당 총리지명권에 대한 정치권 응답 없어 철회"**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여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가진 공무원들과의 ‘온라인 대화’에서 “프랑스식 대통령제는 우리 헌법에 가장 유사한 것이지만 기존의 우리 정치관행이 아주 달랐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이행해 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그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국민들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난번 국회연설에서 지역구도가 극복되면 프랑스처럼 국회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 이원집정 형태로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정치권은 아무 응답을 하지 않았다"면서 다수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는 약속을 사실상 폐기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줄곧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구상으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해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민주당 선대위 당직자 연수회에서 “대통령 권한의 절반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정당이 특정지역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독차지할 수 없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며 “이런 제안이 내년 총선에서 현실화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 또는 정치연합에 내각의 구성권한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날 이런 제안에 대해 “정치권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내각 구성권 이양’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법 개정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제조건은 실현되지 않으면서 ‘내각 구성권 이양’만 부각되고 있는 상태에서 내년 총선 이후 한나라당 등에 의해 불거질 정치적 논란의 싹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돼 주목된다.
정가에서는 노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최근 정권퇴진 운동 운운하며 극한적 대립전술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 제자리 찾기 하고 있는 중”**
노 대통령은 이어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일단은 전형적인 미국식 대통령제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며 “미국 대통령과 의회, 의원들간 관계와 유사한 관계로 정부의 중심을 잡아가가려 한다”고 말해 '당정 분리'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국은 정당의 경우 내각제처럼 집단적 통제력이 행사되는 형태이고, 정부 형태는 대통령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정당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면 갈등관계에 휘말려 행정부 중심잡기가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의미에서 “정치 개혁은 정치 제자리 찾아가기라고 생각합니다만 당장 대통령이 하고 있는 제자리 찾기는 우선 대통령이 대통령 본연의 자리에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고 그 이상의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구.경북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좀 잊으려 한다”면서 당-정 분리 원칙에 입각한 ‘탈정치’를 선언하면서 “미국의 대통령도 어느 대통령이 정당을 지배한 일이 없지 않나. 그러나 공론을 가지고 정치를 운영해 가고 국회와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대립하고 그러면서 공론으로 정부를 이끌어갔다. 아무 지장없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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