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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 미 정전사태에 깨소금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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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인들, 미 정전사태에 깨소금맛

“우리가 겪고 있는 이른바 ‘자유(정전)'를 함께 맛보자"

14일(현지시간)부터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미국 북동부지역의 정전사태로 인해 미국민들이 무더위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라크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와 AP는 15일 이라크 전쟁 이후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심각한 전력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고소하다'는 것이다.

(사진 1)

***"신은 그들을 벌주기 시작했다"**

케밥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자말 이브라힘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인들이 전력부족문제를 몸소 느끼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라크인들은 부채로 바람을 만들어 고기를 상하지 않게 하고 숯으로 요리를 해 먹는다. 나는 어린 딸이 한 명있는데 오후가 되면 (전력 때문에 선풍기도 없는 상황에서) 그 애는 살인적인 더위로 죽을 지경이다"라고 이라크의 전력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54세의 쿠르드출신 사업가 카카 모하마드는"이라크인들이 오랜 기간 겪었던 이른바 '자유(정전을 빗댄 말)'를 미국사람들도 맛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그들과 같은 인간이다"라며 미국의 오만함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FT는 미군들이 지난 11일 '반미'를 외치는 시위참가자를 사살했던 시아파 교도들이 모여사는 사드르 시는 미국의 정전사태에 만족감을 느꼈다고 보도했다.

사드르 시에 사는 20대 청년 하디 타헤르는 "미국인들에게 (이번 정전사태는) 참 안된 일이지만 우리는 하루에 5시간 밖에 전력공급이 안된다"라고 밝혔고 또 다른 청년은 "신은 그들을 벌주기 시작했다"고 득의양양해 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지난 6월 이 지역의 발전소 책임자가 후세인파로 추정되는 테러분자에 의해 살해된 후 심각한 전력부족을 느끼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한여름에도 에어컨, 선풍기는 물론 냉장고도 가동하지 못해 수개월째 심각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라크인들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이라크의 전력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느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전기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이라크 사람들**

한편 AP 통신은"이라크가 화씨 120도(섭씨 약 54도)에 달하는 살인적인 무더위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군정은 아직까지 이라크의 전력공급을 이라크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복구시키지 못했다. 몇몇 이라크 사람들은 미국인들이 잠깐 동안이라도 이런 고통을 공감해야 한다는 시나 소설속에 나옴직한 인과응보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고 이라크인들의 반응을 전했다.

얼음장사 알리 압둘 후세인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맛본 고통을 미국도 맛보게 하라"며 "미국인들도 밖에서 차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이라크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AP는 "이라크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지붕 위에 낮잠이나 잦은 샤워로 더위를 이기는 등 전기없는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다"며 바그다드 거리의 더위 나기 낙서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정전사태를 견디는 법을 소개했다.

이 낙서는 "조금이라도 시원한 지붕에 잠을 자고 응달에서 휴식을 취하라. 샤워는 될 수 있는 대로 자주해라. 얼음덩이를 사라. 머리에 물을 적셔라. 발전기를 사라. 정전사태에 익숙한 이라크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이라크전력공급에도 관심가져라**

또한 미국의 시민단체 커먼드림스 뉴스센터의 인터넷판은 15일 미국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며 미국의 정전사태만 가지고 호들갑을 떨게 아니라 이라크인들의 전력부족문제에도 관심을 갖자는 주장을 했다.

커먼드림스는 "이라크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잠시동안) 곤경을 겪고 있는 미국만큼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라크인들의 계속되는 참상을 다루는 보도를 접할 수 없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커먼드림스는 "이번 미국 북동부와 캐나다에 걸친 정전사태에 대해 미국언론은 공포, 공황, 혼란을 주 테마로 보도했고 몇몇은 부상 및 사상자가 어떻게 될 것이며 이 사태가 미국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뭘까라는 내용을 분석했지만 대부분은 충분한 지식이 없는 센세이셔날리즘에 지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커먼드림스는 "수백만명의 이라크 인들은 수 개월동안 50도가 넘는 무더위속에서 전력공급, 깨끗한 물,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고초를 겪고 있는데 미국은 고작 이틀 동안 30도정도의 더위를 참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먼드림스는 "미국은 세계최고의 부유국가여서 정부당국과 민간 인프라의 힘으로 이 사태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이와는 달리 12년간의 경제재제조치와 20년간 끊이지 않았던 전쟁으로 피폐된 이라크는 미군점령상태에서도 이라크인들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복구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몇 개월 또는 수 년이 소요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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