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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미뤄지는 개성공단…북한 내부 힘겨루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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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동 미뤄지는 개성공단…북한 내부 힘겨루기 때문?

전문가들 "서해 군 통신선 복구 관련 강온파 간 갈등 때문일 수도"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1차 회의를 연 남북은 별다른 합의 없이 회의를 종료했다.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이후 처음으로 열린 공동위원회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일단락되면서 공단 재가동 시점도 불투명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남북은 2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남북공동위원회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2시간 동안 2차례의 전체회의와 4차례의 위원장 접촉 등 총 6차례의 회의를 했으나 재가동 시점 합의에 실패했다.

양측이 12시간에 걸쳐 회의를 했음에도 합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남측 공동위원장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 자리에서 특정한 부분에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재가동 일정에 대해서는 서해 군 통신선 복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혀 군 통신선 복구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임을 강조했다.

▲ 남북은 2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제1차 남북공동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날 양측은 별다른 합의 없이 회의를 마무리했다. 사진은 회의가 끝난 이후 센터를 나서고 있는 남측 김기웅(왼쪽) 공동위원장과 북측 박철수 공동위원장. ⓒ개성공동취재단

김 위원장은 기반 시설 준비를 위한 남측 인력의 현지 체류를 위해 군 통신선 복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용수와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측 인력이 며칠씩 개성에 체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상적 통행과 통신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정상적 통행과 통신은 개성 현지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과 언제든 통신이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현지 체류 인원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다급히 연락해야 할 상황이 생겼을 때 가능한 통신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특정 시간만 운영되는 통신 시스템인 판문점 연락채널보다는 24시간 핫라인으로 운영되는 군 통신선이 필요한 이유다.

김 위원장은 서해 군 통신선 복구가 재가동의 관건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통신선을 복구해야 전력, 용수 등을 비롯한 기반 시설 점검을 완료할 수 있고 그래야 병원, 식당 등 편의 시설과 입주 기업들의 정상적 운영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최대한 빨리 재가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지난 8월 17일부터 쉬지 않고 꾸준히 점검 작업을 진행했다"며 "지금까지 송전탑 수리, 염소 살포기 교체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하루빨리 (재가동)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북한, 군 통신선 복구 왜 망설이나?

북측은 서해 군 통신선 복구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측이 군 통신선 복구를 망설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군 통신선 복구가) 곧 될 것이라고는 말하는데 별다른 언급은 없다"면서 "의도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진행하면서 조속한 공단 재가동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런데 신속한 재가동을 위해 남측이 요구하고 있는 서해 군 통신선 복구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북측은 이미 지난 6월 6일 남북회담을 제안할 때 통신 및 연락을 위한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어, 현재 보이는 태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북측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 간 갈등으로 인해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강경파인 군부와 대남 사업을 하는 통일전선부 간 입장 차이가 조율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역시 북측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군 통신선은 원래 2002년 서해교전(2차 연평해전) 이후 서해에서 우발적 상황을 막기 위해 개설한 것"이라며 "공단의 편의를 위해 통신선을 쓰는 문제와 관련해 군부와 회담에 나온 인사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군 통신선 복구 문제가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논의 중단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 선임연구원은 "군부가 자신들의 위상과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차원일 것"이라며 "회담을 어그러뜨리려는 차원까지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실장 역시 "오랜만에 다시 공단을 가동하려다 보니 발생하는 에피소드일 수 있다"며 "군 통신선 문제는 순조롭게 풀릴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남북은 공동위원회 회의를 통해 오는 10일 공동위원회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또 오는 4일 투자보호 관리운영 분과위원회와 국제경쟁력 분과위원회, 5일에는 출입·체류 및 통행·통신·통관 분과위원회를 개최한다. 군 통신선 복구 문제는 5일 열리는 분과위원회에서 재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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