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4월 술자리'에서 청탁이 있었는가를 놓고 이원호씨와 청와대가 상반된 주장을 펴면서 '진실게임'의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양 전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키스 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가 "지난 4월17일 청남대 개방 행사 참석차 청주에 내려온 양 전실장을 초청해 술을 마셨으며 이 자리에서 검.경 수사에 대한 사건 무마 청탁을 했다"는 요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에 대해 "술자리에서 수사 무마를 위한 청탁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 금품전달 여부 밝히려 계좌추적**
이원호씨는 검찰 진술에서 4월 술자리는 자신이 양 전 실장을 직접 초청해 이뤄졌으며 오원배 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 건설업자 한모씨 등이 동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검-경수사에 대한 사건 무마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씨는 살인교사 의혹 및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 의해 내.수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은 이씨가 4월 술자리에서 청탁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함에 따라 이씨가 양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지검은 9일 이원호씨를 네번째로 소환, 주변 인물과의 갈등 관계와 양실장에게 수사무마 로비 과정에서 금품을 제공했는지 등에 대해 밤샘조사한 뒤 10일 오전 6시께 귀가시켰다.
4월 사건무마 청탁 진술과 관련, 청주지검 추유엽 차장검사는 취재진에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문 수석 "4월 당시 이씨 내사 중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민정수석은 지난 9일 비서실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는 형식을 빌어 "4월 술자리에서 청탁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데 이어, 10일에도 검찰 조사에 대해 "우리가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문 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원호씨에 대해 "4월17일 당시 검찰이 이씨를 내사하고 있지 않았음을 검찰로부터 확인했다"며 "이는 '당시에는 청탁이 없었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믿을 수 있게 하는 근거가 아니냐"고 말했다.
문 수석은 "양 전 실장을 불러들여 다시 조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민정수석실 차원의 재조사 계획이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문 수석은 앞서 9일 비서실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4월의 술자리는 인사위원회 보고서에서 빠졌는데, 이는 '징계사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 수석은 "민정의 재조사는 양 전실장의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고, 조사대상은 언론이 문제삼은 6월28일의 술자리였다"며 "조사결과 과다한 술값과 선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그 자리에서 청탁성 부탁도 있었으나 그 이상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양 전실장이 청탁이나 비리 등을 실행한 사실은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었다.
***청와대 주장과 다른 <충청리뷰> 보도**
하지만 이번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충청리뷰>는 이와 다른 보도를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충청리뷰>는 8일 보도에서 이원호씨가 지난 2월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아 이씨를 협박해 3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김모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살인피의자 조모씨를 기소중지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검찰은 이미 연초부터 이씨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다음은 <충청리뷰> 보도 전문이다.
K나이트클럽 이원호씨가 89년 조직폭력배 살인사건으로 10년형을 받고 출소한 피의자로부터 살인교사 폭로 등 구체적인 협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지검 김도훈검사는 지난 2월 이씨를 협박해 3000여만원을 뜯어낸 김모씨를 폭력혐의(공갈갈취)로 구속하고 달아난 살인피의자 조모씨를 기소중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에게 돈을 준 이씨의 살인교사 혐의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채 수사가 종결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과정에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씨에 대한 검찰 축소수사 의혹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익명의 제보에 따르면 89년 조직폭력배 배모씨 살인혐의로 복역했던 조씨는 지난 99년 9월 출소직후 같은 조직원 김모씨와 ㄹ관광호텔로 이씨를 찾아가 "당신 때문에 10년간 감방생활을 했다. 당신이 시켜서 한 일 아니냐, 고생하고 나왔으면 보답해야 할 것 아니냐"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후 2000년 2월 이씨를 또다시 찾아가 "술집을 차려야 하는데 돈을 보태달라. 정말 모른척 한다면 조만간 검찰에 가서 다 불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것.
이후 2000년 4월 같은 방법으로 협박을 가했고 한달 뒤인 5월 호텔 커피숍에서 조·김씨가 속한 '신대명사파' 보스격인 김모, 손모씨가 이씨로부터 3000만원을 대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7월에는 김모씨가 다시 200만원을 갈취했고 8월에는 신대명사파 고문으로 알려진 손모씨가 이씨로부터 500만원을 뜯어냈다는 것.
결국 이씨는 살인범으로 복역한 조씨 이외에 신대명사파 조직원 4명으로부터 집중적으로 협박당해 상당한 금액을 뜯긴 것이다. 또한 검찰의 관련자 조사과정에서 89년 살인사건 당시 착수금 5000만원 수수설로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를 구속하고 조씨를 기소중지시켰을 뿐 살인교사의 실체여부에 대해서는 규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검찰수사는 두 사람의 협박에 시달리던 이씨가 직접 고소장을 제출해 시작됐고 이씨는 고소인 진술이후 검찰 소환조사를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재판과정에서 증인출석마저 거부해 담당검사가 '살인교사로 기소하겠다'고 이씨 주변인물에게 엄포를 놓자 마지못해 출석했다는 것.
검찰은 작년도에 ㅇ검사가 살인교사 혐의점에 대해 내사를 벌이다 중단한 데 이어 올 2월에도 살인피의자의 공갈협박 사실만 밝혀냈을 뿐 이씨의 배후여부에 대해서는 명쾌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셈이다. 한편 이씨는 돈을 건네준 이유에 대해 "이들이 귀찮게 하는데다 지역에 좋지않은 소문이 날까봐 준 것일 뿐 살인교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부인했다는 것.
이에 대해 청주지검측은 "이씨가 고소인이기 때문에 고소내용을 중심으로 수사했고 최초 고소인 조서를 받는 과정에서 살인교사 관련여부에 대한 충분한 진술을 들었다. 실질적인 살인피의자인 조씨와 조직 보스등이 도피중인 상태라서 더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1일자로 정식 내사사건으로 사건부에 등재하고 내사중지한 것이지 결코 사건종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구속된 김씨는 지난 7월 29일 구속기간 만료로 보석석방됐고 재판과정에서 이씨에 대한 협박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결과 이 사건과 관련된 조씨 등 신대명사파 조직원들은 양실장 사건보도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지만 이전에는 청주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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