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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인의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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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론인의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

[신간] 이원섭 한겨레 논설실장의 햇볕정책보고서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햇볕정책이 재조명받고 있다.

"우리가 부시 뒷다리만 잡고 가면 패망할텐데, 남북이 서로 이해하고 화합하고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할텐데...핵포기의 해법은 경협밖에 없다고...그런 말씀을 마지막 자리에서도 한두마디 하셨어요."

정몽헌 의장 부인의 전언이다. 마지막 가는 길에 정 의장이 남긴 말은 햇볕정책의 정수(精髓)에 다름아니다. 그는 또한명의 '햇볕정책 전도사'였던 것이다.

정 의장이 뭐라했건, 그 말이 햇볕정책을 쉽게 풀어준 것이건 말건, 햇볕정책은 여전히 격하되고 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난도질당할 것이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한 언론인이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에 적극 나섰다. 이원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의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이원섭 저, 필맥 간)이 그것이다.

***한 편의 잘 정리된 햇볕정책보고서**

<표지>

오랫동안 남북관계의 현장을 목격하며 글을 써온 이원섭 실장의 이 책은 한편의 잘 정리된 햇볕정책 보고서다. 남북문제와 통일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하지만 정리가 잘 안되거나 악의적인 폄하에 휩쓸려 스스로조차 헷갈리고 잊어버렸던 사실들이 '정확히' 정리돼 있다.

이 책은 DJ정부 초기부터 최근의 북핵위기까지의 과정을 '김대중 정부와 햇볕정책' '남북정상회담 전후' '북한의 선택' '햇볕정책 성패 가른 미국' '햇볕정책의 시련' 등 5개 장에 걸쳐 연대기순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때 너무 고평가됐다가 지금은 바닥으로 떨어진 햇볕정책의 위상이 민족사에서 정당하게 차지해야 할 본래의 자리를 되찾도록 해야한다. 이런 나의 생각은 남북관계의 현장을 지켜보며 글을 써온 글쟁이의 작은 자존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원섭 실장은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담담하게 밝혔다. 햇볕정책에 대한 올바른 평가에 필요한 마음가짐은 바로 그런 '담담함'이라는 듯.

***담담하고 냉정한 평가를 위해**

저자가 스스로 요약한 햇볕정책 변론의 요체는 이렇다.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였던 북한에 현금지원을 하지 않고는 정상회담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드러내놓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당위론이나 도덕주의로만 비판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따지고 들어가 비판할 대목과 이해하고 계승할 대목을 냉정하게 구분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에 매몰돼 '합당한 비판'을 넘어 '과도한 매도'를 하는 것은 여론을 선도하는 게 아니라 여론에 영합하고 추수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충고했다.

싱가포르 밀사회담에서부터 정상회담 성사까지의 우여곡절, 남북 정상회담의 이모저모, 정상회담 당시에 벌어진 미국 등 주변국간의 신경전, 정상회담 후 이어진 남북 교류협력 사례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뒤의 냉각 기류.

저자의 안내에 따라 햇볕정책으로 인해 벌어졌던 사실을 꼼꼼히 반추하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정몽헌 의장이 마침내는 깨닫고 말았던 햇볕정책의 진실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 위기는 갈수록 고조되고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좀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끼인 남한의 시름은 깊어간다. 한반도의 봄은 언제나 올 것인가. 그리고 햇볕정책으로 상징되는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기운은 언제나 활짝 펼 것인가.

전남대 최영태 교수가 쓴 한 칼럼에도 나왔듯이 동방정책을 펴 독일통일의 길을 닦은 빌리 브란트 서독총리도 역사적 평가에 걸맞은 국내적 명예와 대우를 되찾기까지 시대적 역풍에 휘말려 많은 고통을 당했다. 그가 이끌던 사민당은 선거에 패했고 그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런가 하면 동독은 자신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준 브란트 측근에 간첩을 침투시켜 그의 정치적 몰락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16년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될 때 독일 국민들은 브란트총리를 기억해냈고, 뒤늦게나마 그에게 위로와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언젠가 국내에서 그런 명예와 대우를 받을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저자가 남긴 에필로그 '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의 마지막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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