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투신자살한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각계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가(家)의 맏형인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오전 8시32분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정 회장의 시신을 실은 앰뷸런스를 뒤따라 병원에 도착한 데 이어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등 고인의 형제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후 1시20분경에는 고인의 부인 현정은씨와 자녀들이 장례식장에 도착해 가족으로서는 가장 먼저 문상을 하고 오열을 토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어 동생의 죽음을 애도한 뒤 문상객들을 맡고 있다. 정몽준, 정몽근 형제도 침통한 표정으로 함께 문상객들을 맡고 있다.
***정, 재계 각계 조문객 행렬 이어져**
조문객으로는 오전 10시께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가장 먼저 다녀갔고, 이어 민주당 김상현 고문 등의 정치인이 조문을 했다.
이의원은 “충격적인 일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회장의 죽음으로 남북관계나 대북사업이 잘못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고, 김고문은 정회장에 대해 “고인은 대를 이어 남북한 냉전과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라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DJ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임동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빈소를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애도의 뜻을 전하러 왔다”며 “정몽헌 회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 한 분”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해 주목을 끌었다.
임동원 전 특보는 “고인은 여러 가지 난관과 도전에 직면해서도 초지일관 남북경협을 추진해 왔다”며 “그 뜻을 받들어서 경협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고 남북경협을 통한 햇볕정책의 계승을 강조했다.
오후에 조문을 마친 서영훈 적십자사 총재는 “최근에 고인을 만났는데 개인적으로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며 안타까워 했고, 민주당 정범구 의원은 “정회장의 죽음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뚫기 위해 몸으로 던진 발언이 아니겠느냐”며 “상당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행된 대북송금 특검이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손길승 전경련 회장,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박용오 한국야구연맹 총재, 이계안 현대캐피털 사장, 홍사덕 한나라당 원내총무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행렬도 이어졌다.
오후 3시50분께 김각중 명예회장과 현명관 부회장, 이규황 전무 등 전경련 임원진과 함께 빈소를 찾은 손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여러가지 과제가 남아있는데 이렇게 젊고 유능한 기업가를 잃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분석하고 향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의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례식장에는 현대 계열사 직원 1백여명이 ‘근조(謹弔)’라고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고 빈소를 지키며 영안실 조문객 안내와 주변정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빈소 앞에는 경호원들과 현대 직원들이 취재경쟁을 벌이는 기자 수십명의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장례식은 현대아산 회사장, 장지는 경기 하남 선영, 8일 발인**
장례위원장을 맡은 현대아산의 김윤규 사장은 이날 오후 침통한 표정으로 1층 영결식장에서 장례식 일정에 대해 “장례식은 오는 8일까지 5일장으로 현대아산 회사장으로 치루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발인은 8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러지며 장지는 경기도 하남시 선영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그룹 차원에서 상을 치루려 했으나, 조용히 장례를 치루고 싶다는 유족들의 의견에 따라 현대아산 회사장으로 결정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사장은 “금강산에 고인의 유품을 가져다 놓을 계획”이라며 “그러나 아직 북측과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발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빈소에는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과 전경련 손길승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등 재계 인사와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 민주당 정대철 대표, 자민련 김종필 대표 등 정계인사 등이 보낸 조화 및 언론계 등 각계에서 보내온 조화들이 빈소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부분의 조문객들은 예외없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북송금특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표시를 하고 있지 않지만,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남북협력을 위해 노력한 업적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사업을 계승해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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