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투신자살을 계기로 대북송금과 관련해 정 의장의 남긴 증언이 재차 주목을 받고 있다. 내심 자살까지 고려하는 상황에서 진실에 근접한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신사업권 따기 위해 1억달러 떠안기로”**
정몽헌 의장은 지난 1일 열린 대북송금 관련 3차 공판(서울지법 형사 22부 심리)에서 정상회담 예비접촉 과정에서 남북이 ‘1억달러 협상’을 벌이고 있음을 북측 인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북측과 정부의 ‘1억달러 협상’을 언제 알게 됐냐”는 특검팀 질문에 “2000년 4월8일 제4차 정상회담 예비접촉 당시 북측인사로부터 ‘남측으로부터 1억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들었고 4억불과 1억불 모두 정상회담 전에 송금돼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북측이 통신사업권 주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정부 지급분 1억달러를 떠안더라도 통신사업권을 딸 수 있으면 이득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는 북측도 4억5천만달러를 모두 현대의 사업 대가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이같은 진술은 지난달 4일 열린 1차 공판때부터 일관됐던 것이었다. 정 회장은 1차 공판에서 “박 전장관이 1억 달러를 현대에서 대신 지급할 수 있느냐고 요청해 이를 승낙, 현대에서 보낸 4억5천만달러와 함께 보냈다”고 말했었다.
반면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현대에게 1억달러를 지원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해왔다.
***“예비접촉때 김영완 못 봐”**
정몽헌 의장은 또 지난 1일 공판에서 예비접촉 당시 자신이 박지원 전 비서실장 및 김영완씨가 동행했다는 의혹도 강력 부인했다.
정 의장은 “김영완씨를 알고 있었고 예비접촉 당시 박 전 실장이 머문 인근 호텔 등지에서 북측과 경협 논의를 가졌으나 회담장에서 김씨를 보거나 회담장에 오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며 "회담에 참석했다는 얘기도 못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예비접촉 장소에서 매번 김영완씨를 멀리서 봤다”는 박 전 실장의 진술과 엇갈리는 것이었다.
정 의장은 이어 “일본인 사업가(조총련계 2세) 요시다 다케시씨(吉田猛·55)를 통해 북측에 예비접촉 필요성을 타진했으며 (긍정적인) 북측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며 “1차 회담에서 남북 당사자들을 소개한 것도 요시다씨”라고 진술했다.
그는 “4차례의 예비접촉 현장에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요시다씨도 있었다. 요시다씨는 1차 접촉때는 이 전 회장의 연락을 받고 왔지만 나중에는 북측 연락으로 나왔다”며 “그러나 이 전 회장과 나는 정부측 인사들과 다른 호텔에 묵었고 회담에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의장은 지난 7월 26일과 31일, 그리고 지난 주말인 8월2일 등 최근 3차례에 걸쳐 검찰에 불려가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에 대한 조사를 집중적으로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에 열린 대북송금 3차 공판을 감았했을 때 정 의장은 7월31일부터 연속 사흘간 조사와 재판을 잇달아 받았고, 이같이 계속된 압박이 정 의장으로 하여금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된 것으로 주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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