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이 북핵 포기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의 불가침 보장 요구와 관련, "우리가 이런 특정한 형태의 불가침 보장을 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입장은 북한의 일괄타결 주장과 상치되는 것이며, 최근 미국 국무부 등 온건파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협상 방식과도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盧, "법적인 불가침보장을 서류로 해줄 필요 없어"**
노 대통령은 27일 한국전 정전 50주년 기념일을 맞아 미국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다자협상 틀에서 포괄적인 대화를 시작하면 북한은 안보보장을 얻을 다른 방안들을 많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의 대북 불가침 보장 형식과 관련, "그것은 특정한 형태의 법적인 보장일 필요가 없다"면서 "앞으로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해줄 용의가 있다는 시사를 한다면 우리가 공식적인 법적인 불가침 보장을 서류로 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의 두 정부는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완료했으며 핵무기 제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하는 주장이 과장됐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약간의 플루토늄을 재처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우 적은 규모, 적은 양이며 북한의 재처리 작업을 그리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전망에 대해 "지난번 3자회담 이후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더 진전이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미 양자회담이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게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5자나 6자 회담이 돼야 이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모종의 대화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3자회담후 5자회담이 매우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간 협력에 대해 "북한이 우라늄 이용 핵무기 개발을 시인한 이후 한미간에 불화가 있다는 설이 있지만 나의 방미 직전 모든 이견이 없어졌다"면서 "한국정부는 대북 중유공급 중단에 합의했고 양국은 북핵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면 안되고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부시의 입장 대변한 것인가**
노대통령의 '법적인 불가침 보장 불필요' 발언은 '미국의 불가침 보장을 전제로 한 3자회담 직후 6자회담'이라는 북핵협상 재개 잠정합의(워싱턴포스트 보도)와 상치되는 되는 것이어서 발언배경 및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미국의 불가침 보장'과 관련, 현재 미국 정부내에서는 상당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직후 백악관이 즉각 이를 부인한 반면 국무부는 반대로 이를 시인하는 등, 미국내 매파와 비둘기파간 갈등이 계속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3자회담 다음날 6자회담'이라는 회담 재개 방식에 합의해 놓고도 회담 일자를 아직 못 정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미국내 혼선에 따른 북한측 반발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노 대통령이 "법적인 불가침 보장을 서류로 해줄 필요는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은 미국 강경파 방침에 동조를 표시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낳고 있다. 국무부 등 미국 온건파의 경우 일체의 서류형식을 배제하고 있는 국방부 등 강경파와는 달리, "현재의 강경한 의회 분위기로 볼 때 불가침 보장을 법안 형태로 해줄 수는 없으나 대통령 서한 등의 서류 형식을 빌어 해줄 수는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지난 24일 조지 W. 부시 미대통령과의 통화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발언배경이 무엇이었든 간에 노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북한의 반발을 초래할 게 분명하고, 앞으로 북핵회담 및 다자회담의 난항을 예고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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