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정부정책과 발표자료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네티즌의 궁금증을 정책담당자들이 정확히 답변하는 독자적 '인터넷 신문'을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현재 청와대는 자체 소식지로 매일 <청와대 브리핑>을 발행하고 있지만 대상 범위를 전 부처로 확대하고, 인터넷이란 매체의 속성을 이용해 대국민 접촉을 좀더 활발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盧, "정부종합 인터넷 신문 만들라"**
정부 관계자는 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모든 정부 부처를 아우르는 인터넷 신문을 기획하고 있다"면서 "새로 만들어질 인터넷 신문은 각 부처 정책 등에 대해 알리고 네티즌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담당자가 이를 정확히 신속하게 답변하는 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일반 신문에서 부처관련 '특종'을 못할 정도의 수준이 돼야 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일반 신문은 지금처럼 단편적 사실 보도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기사를 쓰는 매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지시에 따라 현재 국정홍보처가 중심이 돼 구체적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들은 현재 <청와대 브리핑>이 청와대 발표자료 중심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을 모든 부처로 확대해 정부종합판 인터넷신문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새로 만들어질 인터넷 신문에서 곧바로 각 부처 홈페이지로 접속, 보다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네티즌들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라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앞서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대국민 직접 접촉과 쌍방향 의견 교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종합 인터넷신문 영향력은?**
이같은 정부판 종합 인터넷신문이 만들어질 경우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가 이르다.
일각에서는 "모든 정부 부처가 실시간 보도를 중시하는 인터넷 신문 제작에 동참할 경우 '엠바고' 등의 형식을 빌어 뉴스 보도시간을 조절해온 기존 언론의 보도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하고, 그 결과 기존 언론의 '관급정보'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자사만의 독자적인 기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일각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모든 정보를 공개한다 할지라도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은폐하려는 공무원 사회의 특성상 새 인터넷 신문은 '관급 뉴스매체'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새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은 별로 일 것"이라는 반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건교부 인터넷 신문의 교훈**
청와대가 추진중인 인터넷 신문이 과연 어떤 형식의 매체가 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매일같이 <청와대 브리핑>이 만들어지고 있으나 '쌍방향성' 같은 기능이 배제돼 있는 까닭에 새 인터넷신문이 <청와대 브리핑>의 확대판이 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전형은 오히려 건설교통부 모델이 아닌가 싶다.
현재 여러 부처 가운데 '쌍방향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 신문에 가장 근접한 매체를 자체 운용하고 있는 부처는 건교부로 평가받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 5월26일부터 'e-건교뉴스(http://moct.gnews.net)'라는 이름의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신문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과 같은 시각에 실시간 속보 형식으로 각종 보도자료 전문을 공개하고 있다. 또 보도자료 뿐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자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기존 인터넷 신문과 마찬가지로 각 기사마다 독자 의견달기 기능을 갖춰 놓았고, '기사제보' '설문조사' 등 네티즌이 참여하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토록 했으며, 이 신문의 구독을 원하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e-메일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데다 건교부 자체 홈페이지에도 보도자료 등을 올리고 있어 이중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또 콘텐츠 내용이 부처 정책에 한정돼 있어 독자층이 한정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활용도는 아직 미미하다. 각 기사도 네티즌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도자료를 기사형태로 재가공하는 형태가 아니라 보도자료 원문을 그대로 싣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독자의견이나 라이브폴 등 기능을 이용하는 네티즌들도 극소수다. 7월1일부터 올린 29건의 기사 중 지난 14일 '살기좋은 아파트 시상식' 기사에 단 한건의 독자 의견이 붙었을 뿐이다.
지난 6월20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브리핑장면, 중요행사 장면, 보도자료 전체내용! 삭제없이 실시간 누구나 다 볼 수 있다면?'이란 설문조사에 참가한 네티즌들은 26일 오전 현재 2백32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인터넷 신문의 성공여부는 네티즌의 '자발적 참여'를 견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그러나 만약 새 인터넷 신문이 단지 종이가 아닌 인터넷으로 만드는 '관급 인터넷 신문' 수준에 머문다면 네티즌의 참여와 사회적 영향력을 기대하기란 힘들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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