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언론재벌들의 지역방송국 인수합병에 돛을 달아줄 것으로 보였던 FCC(연방통신위)의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조치가 미 하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이번에 부결된 FCC 규제완화조치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방송-신문 겸업 허용 등 이른바 '방송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근거로 제시했고 조중동 등 국내 메이저신문들이 한나라당 방송개혁안을 지지했던 근거가 됐던 조치여서, 한나라당 및 조중동에게도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질듯 싶다.
***하원의원들의 미디어소유규제완화안 거부배경**
하원은 23일(현지시간)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에 대해 '4백 대 2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이로 이를 거부했다고 미국의 주요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하원의 결정이 내려진 후 미국에서는 미디어소유 규제완화를 강하게 지지해왔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언론은 "부시의 비토권 행사가 재선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는 의문을 제기해 향후 부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정방송사가 다른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제한을 35%에서 45%로 상향조정하고 타매체간 지분 교차소유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FCC의 미디어소유 규제완화는 언론재벌의 인수합병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즈는 23일 투표당시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안을 구축한 FCC의 의장 마이클 파월과 방송국 임원들은 "하원의 지도부가 자신들을 지지하기 때문에 하원의 반대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이 법안의 반대여론을 잘못 계산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신문은 만약 미디어소유 규제완화로 언론재벌들의 인수합병이 본격화되면 특정지역에 너무 적은 방송매체가 남게 돼 하원의원들의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고 몇 개 언론매체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하원의원들의 지지를 받지못한 원인으로 분석했다.
***하원결정으로 고민에 빠진 부시**
하원의 반대결정에 따라 FCC의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안은 상원에서 결정날 예정이지만 민주.공화 양당소속 의원 30여명도 최근 FCC 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유사한 법안을 상원에 상정할 방침이어서, 새 법안이 상원에서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FCC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온 부시는 FCC의 미디어소유 규제완화가 거부당한다면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비토권 행사가 2004년 대선을 앞둔 부시에게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미국언론들의 반응이다.
뉴욕타임즈는 "부시가 비토권을 행사하면 FCC의 결정에 반대하는 보수적인 유권자들을 고립시킬 것이며, 또한 부시가 의회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면 방송국들과 자신의 보좌관들을 버리는 격"이라며 부시의 난감한 입장을 꼬집었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가 자신이 지지한 FCC의 미디어소유 규제완화조치에 대해 과연 어떤 최종선택을 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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