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할 경우 군사공격을 하지는 않겠다는 공식적인 불가침 보장을 북한에 해주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또 베이징에서 북-미-중 3자회담을 재차 가진 뒤, 한국과 일본과 더불어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6자회담을 갖자는 대북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최근 이라크전 장기화에 따른 지지율 급락으로 부심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변화가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빙궈 부부장 통해 대북 제안**
워싱턴포스트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빌어,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한 미국 관리들이 "한국, 일본, 러시아를 포함한 다자회담을 즉시 연다는 조건으로 3자회담을 베이징에서 다시 개최하는 데 찬성했다는 사실을 북한에 전해달라"고 다이 부부장에게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국은 확대 다자회담이 열리면 (미국의) 핵위기 해소책을 공개리에 제안할 것"이라고 전하며 "이같은 결론은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대북 제안의 형식과 방법에 관해 심도깊게 논의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핵개발 계획 폐기와 인권 개선 등을 전제로 다자회담에 응할 경우 북한에 대한 불가침 보장과 함께 에너지, 식량 지원 등이 망라된 북-미 일괄타결안(패키지 딜)을 다자회담의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그러나 불가침 보장의 형식과 관련, "북한이 희망하는 불가침 조약은 의회의 승인을 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함으로써, 미국이 현재 검토중인 보장 형식은 부시 대통령의 서한 또는 행정부 차원의 불가침 보장임을 시사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이같은 최근의 움직임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 위기를 해소시킬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 변화는 북핵문제와 관련, 북한의 혈맹인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대북 외교적 압박이 성공했다고 보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의도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부시도 외교적 해법 재천명**
미국의 달라진 태도는 부시 대통령의 21일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텍사스 크로포드 목장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제2의 핵 공장을 가지고 있다'는 보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미국은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제2공장 보도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우려와 입장을 묻자 "그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왜냐하면 미국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공조해 이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최근 뉴욕 접촉에서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를 통고한 사실을 염두에 둔 듯, "북한이 전세계에 현재 핵개발 과정에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려는 욕망은 새로운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그 같은 사실을 진작부터 알아왔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22일 미국과 북한이 대립을 피하는 방법으로 점차 나아가는 이유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과연 어느 단계인지에 대한 혼란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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