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일 모든 선거자금의 단일계좌 및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이 획기적 정치개혁안을 발표해, 대선자금 공개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의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정치자금법-1백만원이상 기부자 인적 사항 공개**
중앙선관위는 우선 기존정치권과 정치지망생간 '차별' 해소를 제안했다. 특히 선관위에 입후보 의사를 신고한 예비후보자는 선거일전 1백80일(대통령 선거는 1년)부터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전 선거 운동을 허용했다. 예비후보자는 선거운동을 위한 사무소를 둘 수 있고 정치자금도 모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예비후보자는 본인의 인터넷 포탈사이트를 통해 자신을 선전하거나 공약 사항 등을 유권자에게 알릴 수 있다.
이같은 '차별 해소'는 기존 정치권의 대대적 물갈이를 가능케 하는 여건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선관위는 또 ▲현재 20세 이상인 선거권 연령을 19세 이상으로 낮추고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 국외 일시 체류자에 대해 우편으로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재.보궐선거에 있어 선거일에 투표할 수 없는 경우 선거일 직전 토.일요일에 미리 투표를 하도록 하는 등 유권자의 선거참여 기회를 대폭 넓혔다.
선관위의 이번 정치개혁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처럼 선거운동을 자유화함에 따라 예상되는 과열경쟁 및 경제력 차이로 인한 기회불균등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선거운동비용을 통제하고 선거범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한 대목이다.
특히 선거비용제한액을 초과 지출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가 되며, 모든 선거자금의 단일계좌 및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한 대목은 최근 정치권의 '대선자금 공개' 공방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1회 1백만원을 초과하는 정치자금 기부와 1회 50만원을 초과하는 정치자금 지출은 수표와 신용카드 등 실명이 확인되는 방법으로만 가능토록 하고 1회 1백만원 초과 및 연간 5백만원 이상 기부자는 인적사항을 공개키로 했다.
국고보조금제도 개선 방안으로 정당에 배분될 보조금 범위안에서 직전년도에 모금한 당비 총액 이내로 지급하는 매칭펀드제,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성후보자를 30% 이상 추천하는 경우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정당법-경선에 비당원 참여 허용, 경선 불복 방지**
선관위는 이밖에 정당의 당내 경선에 비당원인 선거구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대통령 선거 당내 경선의 경우 선관위가 수탁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경선불복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당내경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후보는 본 선거 출마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구당의 사당(私黨)화를 방지하기 위해 현행 지구당 체제 대신 구.시.군당 체제로 전면 개편하되 3인 이상의 공동 대표제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공직선거의 후보로 선출된 자와 예비후보자는 구.시.군당 대표를 겸직할 수 없도록 했다.
여성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후보자 3명마다 여성 1명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또 인터넷 정당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입당 및 탈당을 허용하고 당원총회나 대의기관 결의도 일부 경우를 제외하곤 인터넷 투표로도 가능하게 했다.
***여야 “대체로 환영하지만...”**
선관위의 정치개혁안은 때가 되면 정기 행사처럼 제시돼 왔다. 지난해 7월에도 정치권, 시민단체, 학계 의견을 수렴해 정치개혁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때 제출한 바 있다. 따라서 정치개혁은 당리당략을 벗어난 정치권의 실현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20일 발표된 선관위의 정치개혁안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바람과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시기에 중앙선관위가 앞장서 정치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다행”이라면서 “조속히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정상화시켜 정치관계법을 현실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고 환영의지를 밝힌 반면, 아직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선거연령 하향 조정이나 정치개혁 수입 내역 공개를 의무화한 것 등이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당 정개특위 등의 검토를 거쳐서 입장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선관위 개정안 발표를 계기로 관련법들의 개정 문제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될 때 각론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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