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목소리로 추정되는 ‘성전 촉구’ 녹음 테이프가 이라크 바트당 혁명기념일인 17일(현지시간)에 맞춰 아랍어 방송인 카타르의 알-자지라와 두바이의 알-아라비야 TV 등을 통해 또다시 방송돼, 이라크 비정규군의 게릴라전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미국을 당혹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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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해결책은 지하드뿐”**
테이프는 최근 출범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를 비판하는 동시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테이프는 부시와 블레어를 겨냥, “그들은 자신들의 국민들과 인류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들의 말은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결정했을 때 이미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최근 출범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에 대해서는 “점령군의 의지에 따라 위원들이 임명됐다”며 “따라서 통치위는 이라크 국민의 공복인 아닌 점령군의 하수인”이라고 공격했다.
테이프는 이어 이라크 주둔군에 협력하는 이라크인들을 ‘아첨자’라고 비난하며 “점령군이 내세우는 그 어떤 것도 이라크의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테이프는 “이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점령군에 대한 지하드(성전)”라고 주장했다.
약 5분동안 방영된 이 테이프의 진위는 즉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후세인의 목소리에 익숙한 기자들과 후세인 정권의 마지막 유엔 대사였던 모하메드 알 두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진짜 후세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녹음은 바트당 혁명 기념일(17일) 사흘 전에 이뤄졌다고 테이프는 주장했다. AP통신은 이와 관련, "과도통치위원회가 지난 13일(현지시간)에 구성된 것으로 보아 새롭게 제작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 정당화 나선 블레어 총리**
한편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후세인의 테이프가 최근 2주사이에 세차례나 방송되는 위기상황을 이용해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을 정당화하고 나섰다.
미국을 방문중인 블레어 총리는 17일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라크 전쟁이 정당하다는 데 절대적인 확신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레어는 이날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부시 대통령과 내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 오류를 범했어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함으로써 전쟁은 정당화될 수 있었으며 역사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테러리스트와 그들을 지원하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세계의 안정에 진정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거듭 주장하며 “이것은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맞서고 있는 21세기 세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블레어는 특히 구체적으로 북한을 언급하며 "북한은 주민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그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환상이 아니요 21세기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블레어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후세인 테이프가 잇따라 방송되는 최근의 위기적 분위기에 편승,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왜곡으로 코너에 몰린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시키려는 노림수가 아니냐고 AP통신 등은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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