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9일 "통일은 우리의 꿈이고 이뤄질 것이지만, 통일을 위해 평화를 깨뜨리는 일은 안된다"면서 "평화를 이루고 그 위에서 통일은 천천히 얘기하자는 게 도리어 통일을 더 앞당기는 방법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통일이라는 목표 때문에 남북 상호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통일이 남북한 양쪽 국민 모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으려면 북한 경제가 한국경제 수준에 거의 가깝도록 성장한 뒤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엄청난 남북경제력 차이를 고려할 때 노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통일보다는 남북공존을 선호한다는 입장 표명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통일이란 목표 때문에 상호 불신 생겨서는 안돼"**
노 대통령은 이날 낮 후진타오 주석 등을 배출한 칭화(淸華)대학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한중협력'이란 주제로 연설한 자리에서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어떤 방식으로, 언제 통일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당장 우리는 평화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고, 평화체제가 구축되고 나면 그 다음에 통일은 자연스럽게 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선(先)평화, 후(後)통일'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역설적이지만 남북이 서로 통일을 얘기하면서 서로 두려워하는 면도 없지 않으므로 통일이라는 목표 때문에 상호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통일을 말하면 한국은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통일을 얘기하면 북한이 두려운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북핵 문제 해법으로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 방문 당시 '일본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남북문제는 이념적, 논리적, 법적으로 풀려고 하면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면 어느 때인가 통일이 될 것"이라면서 "평화를 확고히 하고 번영을 이뤄나가면 정치적 통일은 늦어져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도 평화ㆍ번영 대열에 합류해야"**
노 대통령은 자신의 '동북아 시대' 구상과 관련 "한반도 평화가 전제되지 않고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말할 수 없다"면서 "북한을 어떻게 평화와 번영의 대열에 합류시키느냐는 것은 한중 양국 모두에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어느 한 구성원도 소외돼선 안되며, 동시에 그 어떤 구성원도 주변국의 안보나 동북아의 안정을 해칠 권리가 없다"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화와 개방의 길로 나아올 때, 국제사회는 필요한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난날 대립과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해온 동북아 역사가 이제는 협력과 통합,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끼리 경계.불신하는 동안엔 세계사의 흐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제는 자국만의 이익과 소아(小我)의 울타리를 넘어 대동(大同)의 새 역사를 일궈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저우지(周濟) 교육부장과 구빙린(雇秉林) 총장, 교수와 학생 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 대통령의 연설 후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 등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리장성과 현대자동차 베이징공장 시찰을 끝으로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치고 오후엔 상하이(上海)로 이동했다. 노 대통령은 상해임시정부 청사, 외탄 및 푸동 금융개발 지구 방문, 상해 경제인과의 오찬 등 일정을 소화하고 10일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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