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달 중순께부터 노무현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추진 중임을 밝혀 주목된다.
오는 7월 14일부터 ‘뉴스전문 라디오’로 개편되는 KBS1라디오에 매주 한차례 10분 안팎으로 정국현안 및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게 청와대의 구상이다.
노 대통령 주례연설과 관련 KBS 라디오 측은 29일 매주 월요일 오전 7시20분부터 10-15분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녹음방송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방송형식은 5분 정도의 대통령 기조연설을 들은 뒤 진행자와 보충 질의답변이 이어지는 형식이 기본이며 때에 따라 전문가 대담이나 시민과의 대화 등 다양한 포맷을 곁들일 예정이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이에 대해 “야당의 반론권만 보장해준다면 나쁠 것 없다”고 말했으며, KBS 측도 야당의 반론권에 대해 당일 낮이나 다음날 같은 시간대에 동일 분량을 할애한다는 방침이어서 이같은 구상이 별 무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盧 매주 월요일 오전 10-15분께 주례연설”**
이해성 홍보수석은 29일 브리핑에서 “KBS에서 내달 14일부터 라디오1채널을 뉴스전문 라디오로 만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에 맞춰 미국처럼 대통령 주례연설을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왔다”면서 “저희들로서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내부에서 언제, 어떤 형식으로, 며칠날 할 것인가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미국에서 루즈벨트 대통령 이후 수십년동안 해오면서 대통령이 진솔한 목소리로 추진 중인 정책을 설명하는 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정부정책을 좀더 분명하고 오해 없이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수석은 연설 시기및 방식과 관련 “대통령의 내달 중국 방문(7-10일)일정이 있고 라디오 연설 준비과정도 있어 내달 14일이 포함된 그 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담방식은 대통령 혼자 발표문 형식으로 낭독할 수도 있고, 누구와 같이 대담하는 이른바 노변정담식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설 시간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 대략 5∼15분 사이에서 백악관이 임의로 결정하고 그 부분에 관해서는 방송사는 편성을 되도록 고정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라디오연설 주관방송사 선정 문제에 대해 “미국의 경우 어떤 라디오방송사가 녹취를 하면 원하는 매체에는 모두 배포해주고 그것을 동시 방송하거나 다른 시간에 재방하는 형식으로 할 수 있게 돼있다”며 “따라서 가능한한 제안해온 쪽에 무게를 두고 추진할까 한다”고 말해, KBS를 주관방송사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론권 보장ㆍ총선 등 정치적 목적 등 논란**
한편 노 대통령의 주례 연설 추진 배경에 대해 “내년 총선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심어린 눈길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국가 운영에 있어 최고 책임자가 얘기하는데 정치문제도 당연히 거론될 수는 있다”면서 “그럴 경우 야당에서 반론권을 요청할 수도 있고, 그 부분은 해당 방송사가 적절히 판단, 허용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기획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을 비롯한 기타 정당들의 반론권 보장도 논란 거리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29일 “‘페어 챈스(공정한 기회보장)’가 중요하다”면서 “나쁠 것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철저하게 당리당략적인 태도를 버리고 '각본대로'가 아닌 쌍방향식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앞선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만을 들먹거리거나 야당의 반론권 보장이 안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대통령 훈시'성격이라면 당장 '방송 장악 음모'라는 거센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반론권과 관련 KBS 라디오 측은 당일 낮 ‘라디오 정보센터입니다’나 다음날 같은 시간대에 동일 분량을 할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않은 정당의 반론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선거 TV토론회 참석과 관련된 전례를 기준으로 삼는 한편 방송위원회의 지침이나 기준이 고시되면 이를 준수한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조원석 KBS 라디오 제작센터장은 “이번주 안으로 청와대와 구체적인 협의를 마친 뒤 최종 방송계획을 확정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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