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문수 의원 등 1백여명은 27일 차기 원내총무로 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김덕룡 의원을 추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앞서 최병렬 대표측도 김 의원에게 원내총무를 맡아줄 것을 제의했다.
개혁적 이미지의 김덕룡 의원이 당 대표에 이은 당내 서열 2위인 원내총무에 오를 경우 탈당파들의 운신폭이 좁혀지는 등 당내 역학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김덕룡이 나선다면…”**
김문수 신영국 김무성 이성헌 남경필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김덕룡 의원을 총무경선 후보로 대리 등록한 뒤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지했다.
총무 경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김문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덕룡 의원은 그동안 당 개혁과 정치발전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온 김덕룡 선배를 원내총무 후보로 추천하고자 살신성인의 각오로 후보등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덕룡 총무 만들기’를 위해 김문수 의원이 앞장서고 있으며, 27일 후보등록을 마친 홍사덕 박주천 안택수 임인배 의원들 중 일부도 김 의원이 나선다면 총무직을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져 김덕룡 총무 출현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아직까지 “총무경선을 준비해 온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며 제의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김덕룡 효과’에 주목**
이에 앞서 26일 저녁 최병렬 대표는 낙선 위로차 김덕룡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성헌 의원 등이 ‘김덕룡 총무론’을 들고 나서자 긍정적인 반응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 대표측에서 직접 김덕룡 의원에게 총무직을 제의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당 개혁안에 따르면 원내총무는 대표, 정책위의장과 더불어 ‘3두체제’를 구성하는 한 축으로, 과거에 비해 인사권이 대폭 강화됐으며 국회운영의 전권을 쥐게 돼 사실상 당 서열 2위로 격상된 자리다.
따라서 최병렬 대표가 김 의원에게 총무직을 제의한 데에는 다양한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 경선주자들 간에 벌어진 갈등의 골을 봉합하기 위한 ‘경선 후유증’ 치유 목적이 그 하나다. 최 대표는 조만간 서청원 강재섭 등 다른 경선주자들에게도 모종의 역할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져, 낙선 후보들의 ‘계보정치’에 대한 원천봉쇄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최 대표가 개혁적 이미지의 김 의원을 중용한 데에는 탈당이 거론되는 일부 개혁파 의원들에게 탈당 명분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집안 단속용’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이와 함께 자신과 한나라당의 보수 강경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김 의원의 민주계 지분과 호남 맹주로서의 지분을 자신의 지휘권 안으로 접수하겠다는 의지도 녹아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당 외부에서의 ‘김덕룡 효과’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신당 논의로 마비상태에 빠진 민주당에 앞서 ‘당 개혁’ 이슈를 선점하고 ‘보수’와 ‘개혁’이 공존하는 통합 세력으로 한나라당을 위치지우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최 대표의 이 같은 다목적 포석의 실현 여부는 결국 김덕룡 의원의 수락에 달렸다.
***김덕룡 의원이 고민하는 일장일단**
김덕룡 의원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원내총무 수용은 일장일단의 두 측면을 갖고 있다.
장점은 서열 2위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병렬 대표가 본인은 출마를 하지 않고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내 2인자가 되면 그만큼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리스크도 뒤따른다. 대여, 대정부 투쟁을 선도해야 하는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최병렬 체제가 강도높은 대여 투쟁을 선언한 만큼 원내총무가 되면 그 노선에 따라야 한다. 이럴 경우 김덕룡 의원이 가꿔온 온건 합리라는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입을 공산이 크다.
30일로 예정된 총무경선일이 얼마 남지 않아 김 의원의 최종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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