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참여정부 국민체육진흥 5개년계획 중 프로스포츠 육성지원 강화책으로 제시된 새로운 구단 창단을 통한 양대리그제가 논란을 빚고 있다.
"오는 2007년까지 국내프로축구리그가 국제축구연맹(FIFA)의 기준인 16개구단을 갖게 하고 프로야구도 12개구단으로 늘려 양대리그제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문화관광부의 발표를 놓고 스포츠계에서는 전체 국내 스포츠시장을 놓고 봤을 때 프로구단은 이미 공급과잉 상태이며, 오히려 프로구단의 양적 팽창보다는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프로구단, 양적팽창보다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문화관광부가 시장상황을 무시하고 억지로 프로팀을 창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양대리그제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팀 창단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포츠업계 관계자들은 문광부의 프로스포츠 육성지원 강화책은 새로운 구단이 아니라 기존구단에게 포커스를 맞췄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스포츠마케팅 회사의 한 중견간부는 "문화관광부가 프로스포츠 육성지원책으로 내놓은 지역단위연고 시민구단 지원조례 제정이나 프로구단 창단시 협회에 내야하는 가입금을 협회와 논의를 통해 경감하겠다는 내용은 새로운 구단 창단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스포츠 시장규모를 고려했을 때 정부는 새로운 프로구단의 창단보다 기존 프로구단이 흑자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리그는 성공가능성이 있는 연고도시보다 항상 적은 구단 수를 유지해 프로팀의 공급과잉을 막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다. 2002년 월드컵 개최도시 중 프로축구팀 연고가 없는 5개시에 대해서도 새로운 프로축구팀 창단보다는 기존구단이 연고지를 옮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이후 대구, 광주에서 이미 프로축구팀이 생겨났고 최근에는 인천과 서울에서도 프로축구팀 창단움직임이 있다. 프로축구팀 창단자체를 비판할 순 없지만 월드컵 경기장이 있다는 이유로 프로축구팀이 생기는 것은 전체리그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단창단이 아닌 경기장시설 현대화를 지원해야**
국내프로구단이 모기업의 홍보수단에서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핵심적 요소는 경기장 시설의 현대화다. 현대화된 경기장은 팬들로부터 스포츠경기를 보고 싶다는 욕구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구단은 입장수익 외에 부대수입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프로구단은 경기장 시설 현대화를 통해 좌석위치에 따른 차별화된 입장권 판매전략, 경기장의 명칭을 일반기업에게 임대하는 경기장 명칭사용권, 식음료사업, 라이센스사업, 주차수입 등 새로운 사업영역을 창출할 수 있다.
국내프로스포츠계에서 경기장시설 현대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건 구단과 협회의 이해부족도 큰 원인이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이 부족했던 것도 한 이유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월드컵, 올림픽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를 위한 경기장건설에만 급급해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경기장의 현대화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국내스포츠마케팅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잠실야구장의 경우처럼 프로구단에게 경기장을 장기임대 해야 하며 정부는 경기장시설을 현대화하려는 프로구단에게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프로구단이 동업자의식을 갖고 경기장 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한편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리그나 스포츠팬들의 입장에서 프로구단의 창단은 희소식이다. 하지만 기존의 국내프로구단이 비즈니스 주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프로구단 창단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으며 프로구단 공급과잉으로 생기는 반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문화관광부의 국민체육진흥 5개년계획 중 프로스포츠 육성지원 강화책은 관계협회와의 논의를 거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문화관광부의 프로스포츠 육성지원 강화책이 프로구단의 창단쪽이 아니라 경기장 시설 현대화를 통한 프로구단의 체질개선에 맞춰지기를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