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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들, 가족과 헬기 타고 '새만금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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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들, 가족과 헬기 타고 '새만금 관광'

공무 빙자해 전북도 등 도움얻어 관광, 도덕적 해이 심각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주말인 지난 6일 새만금 전시관 등 간척사업 현장을 공식 시찰하면서 가족을 동반하고 소방헬기에 태운 사실이 24일 뒤늦게 밝혀져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이 공무에 가족들을 동반한 사실은 공무를 빙자한 '관광'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고, 더욱이 '관광' 장소가 다름아닌 문제의 새만금 간척현장이었다. 또 '관광'을 지원한 곳이 새만금 간척 중단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전북도청이었다는 사실은 현재 청와대 비서실의 어지러운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인-자녀 12명 동행해 '새만금 관광'**

이날 시찰에는 정명채 농어촌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이 추진했고, 박태주 노동개혁 TF 팀장, 이춘희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기획단장, 조재희 정책 비서관을 비롯해 행정관 5명, 농어촌 대책 TF 소속 직원 2명 등 11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정 팀장, 조 비서관, 행정관 1명, 농어촌대책 TF 소속 직원 2명은 가족을 동반하지 않았으나, 박태주 팀장과 이춘희 단장 등 나머지 6명은 부인과 자녀 등 12명을 동반했다.

윤태영 대변인은 24일 저녁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며 "이날 전북도 소속 소방헬기를 동원해 새만금 상공을 3차례 시찰했고, 헬기에 이들 부인 5명도 함께 탔던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지난주 징계위를 열어 농어촌 대책 TF팀 직원 2명을 제외한 9명 모두에게 문희상 비서실장 명의로 엄중 주의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징계에서 제외된 이들은 단순 안내 역할만 맡았기 때문이라고 윤 대변인은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이들은 당초 사적으로 방문하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이정우 정책실장이 '가급적 많은 비서관들이 현장을 방문하라'고 지시해 공식일정이 됐다"며 "이 때문에 가족과 동행하는 것으로 계획했던 직원들이 미처 취소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방문 하루 전인 5일 이정우 실장에게 방문 사실을 보고했으나 가족 동반 사실은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보도하려 하자 서둘러 시인**

청와대가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KBS TV가 이를 취재해 보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뉴스가 나가기 직전인 24일 저녁 서둘러 사실을 공개하며, 징계 사실을 함께 밝혔다.

KBS 1TV는 이날 밤 9시 뉴스를 통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앵커: 청와대의 기강해이 사례가 또 드러났습니다. 청와대 정책실 관계자들이 새만금 현장을 시찰하러 간다면서 가족들을 동반하고 현지에서는 소방헬기까지 지원받은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송현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6일 한창 논란이 뜨겁던 새만금 현장. 웬 부인과 아이들을 태운 소방헬기가 10여분정도 현장을 둘러본 뒤 착륙합니다. 확인 결과 이들은 새만금 현장을 시찰하러 왔다는 청와대 정책실 농어촌 태스크포스팀과 그 가족들이었습니다.

정책실 관계자 부인: 생각보다 사업이 굉장한 것 같아요.

기자: 공무에 쓰일 소방헬기가 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청와대 직원 가족들의 구경에 쓰인 셈입니다.

기자: 새만금 전시관에서 이루어진 공식 브리핑은 여전히 가족들이 함께하고 아이들이 소란을 떠는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이날은 노무현 대통령이 담수호 재검토를 언급한 바로 다음 날로 중대한 국정현안을 놓고 국론 분열양상을 보일 만큼 심각한 분위기였습니다. 청와대는 이들 관계자들에 대해 지난주 징계위원회를 열어 주의와 구두경고 조치를 내렸습니다.

***용납 안되는 모럴 해저드**

이번 청와대 비서실의 '새만금 관광' 파문은 공(公)과 사(私)를 구분 못하는 비서실 일부 관계자들의 한심스런 의식 수준을 드러냈다는 점외에, 3보1배 순례 등을 통해 표출된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새만금 간척을 계속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새만금 간척 중단을 반대해온 전북도 등의 '관광 도움'을 받은 비서실 관계자들의 왜곡된 상황인식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이는 문제의 청와대 직원들이 전북도 소속 소방헬기 도움을 받은 데다, 새만금 전시관에서 이번 간척 사업의 주체인 농업기반공사로부터 브리핑을 받는 등 여러 모로 새만금 공사 강행을 주장하는 이익집단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의혹이다. 특히 이같은 의혹은 이번 '관광'을 다름아닌 농어민 권익보호를 추진하고 있는 청와대 농어촌대책 태스크포스팀이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경스님 등 성직자 4명이 지난달 31일 3보1배 순례 마지막날 청와대 앞으로 3보1배할 때 한명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청와대 직원들이 3보1배가 끝난지 며칠도 안 지나 가족들을 대동하고 '새만금 관광'을 했다는 사실에 어이없어 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시찰에 새만금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박태주 노동개혁 TF 팀장, 이춘희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기획단장 등이 동승했다는 사실은 이번 시찰이 '순수 관광' 목적으로 마련된 것임을 입증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박태주 노동개혁 팀장의 경우 이달 대형 노사분규가 줄줄이 예고된 시점에 '가족 관광'을 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때문에 세간에서는 청와대가 이들에게 '문희상 비서실장 명의의 엄중한 주의경고'에 그치지 말고, 보다 강도높은 일벌백계의 징계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국정원 사진 유출 파문, "아직 조사중"**

한편 윤태영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의 국정원 직원 사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경질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아직 아무런 조치가 취해진 바 없다"면서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국정원 기밀이 유출된 사건이기 때문에 국정원 업무 규정에 따라 국정원이 조사 주체가 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협조하는 모양으로 수사가 진행중"이라면서 "팩트 자체는 간단하지만 이면에 고의성이 없었는지 사전 주의를 했는지 여부 등 여러 가지를 다 조사해야 되기 때문에 하루이틀 사이에 끝나는 조사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이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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