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틀째를 맞는 19일 조흥은행 각 점포에는 예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끝없이 계속되는 인출 요구에 현금이 떨어진 점포들은 하나씩 셔터를 내렸다.
은행측은 현재 전국에서 4백76개 고객점포 가운데 3백여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고 하나, 조흥은행 노조는 전국 4백76개의 지점중 70여개만이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현금이 떨어지면서 노조 주장대로 셔터를 내리는 점포들이 늘고 있었다. 이에 비례해 고객들의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었다.
<사진1> 예금인출하는 사람들
***조흥은행 일부 지점, 한 때 현금지급기 현금 바닥나기도**
파업 첫날인 18일 영업을 했던 조흥은행 서울 서대문 지점은 19일 들어서는 창구업무가 마비됐고, 그나마 가동하던 현금자동지급기마저 현금이 바닥났다.
지점을 지키고 있던 직원은 항의하는 고객들에게“곧 현금이 도착할 것"이라고 고객들을 안심시키며 "창구 업무는 인근 충정로 지점이나 마포지점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몇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점포로 가라는 은행측 설명에 고객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인근 충무로 지점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 지점은 지점장을 비롯한 7명의 직원이 출근해 두개의 창구를 열어놓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창구 앞에는 30여명의 고객이 길게 늘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7개 중 2개만 가동하는 현금지급기 앞에는 4~5명의 사람이 현금을 인출하고 있었다.
***"30년 거래은행이었으나 거래 끊겠다"**
충정로 지점을 찾은 박모(58. 자영업)씨는 “집 근처에 조흥은행이 있어 30년 동안 거래해오다가 뉴스를 보고 위험하겠다 싶어 그동안 해온 모든 예금을 인출하러 왔다”라며 “집 앞 지점의 현금지급기는 작동을 하지만, 30년간 저축해온 거액이기 때문에 창구 영업을 하는 여기까지 찾아 왔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오랫동안 거래해 왔고 가게랑 집에는 항상 조흥은행 달력이 걸려 있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하게 돼 섭섭하다”라며 “일단 돈을 갖고 있으면서 다른 은행들 예금상품을 살펴본 뒤에 은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2>셔터가 내려진 지점
창구에서 상담을 마친 윤모(43. 주부)씨는 “지금 적금을 붓고 있는 것이 있는데, 해약하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놔두기 불안해서 문의를 하기 위해 왔다”라며 “그런데 창구 직원이 예금은 법적으로 보호받는다고 말해 일단 그냥 두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주위에서 일단 찾아놓으라 해서 왔다"**
유동인구가 많은 신촌지점도 입구의 셔터가 내려진 채 현금자동지급기만 운영되고 있었고, 남대문지점도 문을 닫은 채 직원 한 명이 현금자동지급기 사용을 안내하고 있었다.
남대문 지점에서 현급자동지급기에서 현금 2백25만원을 인출했다는 서모(48. 상인)씨는 "주위에서 일단 찾아놓으라고 해서 왔다"라며 "나머지 7천8백원은 지점에 통장이랑 도장 갖고 가서 찾아야 되는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낙성대 지점 등은 이날 오전까지 영업을 하다가 현찰이 떨어지면서 오후 들어 영업을 중단하는 등, 인출사태로 인해 셔터문을 내리는 점포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조흥은행 본점 6천여 노조원 철야파업중**
<사진3> 가족만나는 조합원
서울 광교의 조흥은행 본점에는 현재 6천여명의 조합원이 모여 파업결의를 다지고 있는 상태로 주변에는 많은 취재진과 방송중계 차량 등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본점의 모든 출구는 노조원에 의해 봉쇄돼 있고, 주변에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한 철조망까지 쳐져 있는 상태로, 간간이 노조원 가족들이 찾아와 갈아입을 옷을 전달하는 안타까운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이날 남편의 속옷을 챙겨 왔다는 윤모씨는 “남편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파업을 지지한다”라며 “그러나 너무 길게 끌지 않고 빨리 수습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경찰과의 긴박한 대치상황은 벌어지고 있지 않지만 정부가 노조의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어서,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공권력 투입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현장 분위기는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사진4>신한은행
***신한은행도 뒤숭숭한 분위기**
한편 조흥은행을 인수하는 신한은행의 남대문 본점에는 경찰 버스 한 대가 대기하고 있고, 각 출입구마다 전경이 경비를 서고 있는 등, 조흥은행 파업으로 인한 긴장감이 신한은행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특히 조흥 노조측이 합병의 전제조건으로 '즉시대등합병' '조흥은행명 유지' '행장 선출' 등을 내걸며, 합병후 신한은행보다 많은 직원 숫자를 앞세워 역으로 신한은행을 접수하겠다는 기세를 보이고 있는 대목에 대해선 '합병후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조흥은행 노조의 파업을 보면서 착잡하기란 신한은행 직원들도 마찬가지”라며 “조흥은행과 합병한 뒤에도 문제가 많을 것 같다”라고 현재 신한은행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일단 조흥은행과 합병이 이뤄지면 대대적인 인사 및 지점 이동이 있을 것이고, 업무 조율을 하는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라고 합병후의 어려움을 예상했다.
그는 또 “지금 다른 은행들은 조흥에서 빠져나온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예금인출 사태로 조흥은행의 경영사정이 악화되면, 그 피해가 인수 후에 신한은행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는 “신한은행은 작지만 내실을 최우선으로 해온 은행으로 여기에 조흥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다면 국내 최고의 은행으로 도약할 수도 있지 않겠냐”라며 “그러나 서로 다른 업무환경 및 노조 분위기와 70여개에 이르는 중복 점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의 고용승계 등의 문제가 합병 후에도 계속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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