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방일 중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공산당 허용’ 발언과 관련, 이를 “대한민국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규정하고 탄핵소추 대상 여부를 정식으로 검토키로 해 큰 파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 권한을 동원해 탄핵소추까지 검토해야”**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대통령 탄핵소추와 내각 총사퇴 등을 검토하고, 노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를 요구했다.
박희태 대표는 "노 대통령의 ‘공산당 허용’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과연 노 대통령이 남북이 갈린 분단국의 대통령이고 국체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경대, 김용갑 의원 등은 "노 대통령이 발언한 것 중 가장 심각하게 국기를 위협하는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가 가진 권한을 모두 동원해야 하며 탄핵소추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규택 원내총무는 "법적으로 대통령 탄핵소추 대상이 되는지 검토하고 지도부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면서 "청와대에 서면 해명요구서를 제출하거나 내각총사퇴 요구 문제도 지도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어 의총에서 의원 일동 명의의 결의문을 채택하고 “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망언”이라며 “대통령이 호국선열들과 국민을 모독하고 헌법과 국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의문은 “대통령은 왜 쓸데없는 논쟁을 유발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이 나라를 혼돈으로 몰아넣느냐”면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이념 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이 아닌 분열의 길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결의문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해명 ▲국체와 헌법에 대한 노 대통령의 솔직한 입장공개 ▲국민들에 대한 사죄 등을 촉구하고 “이상의 요구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이 없을 경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헌법을 파괴하겠다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의총에 앞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참석자들은 ‘공산당 허용’ 발언에 대한 비난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일 사무총장은 "노 대통령의 방일 방미 정상외교에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합의라는 성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국과 일본에서 공격적 대북제재 및 압박 움직임으로 국제공조에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며 "외국에 가서는 굴욕외교를 펼치고 국내에 들어와서는 말을 바꾸는 외교를 하는데 어느 나라가 우리를 믿고 공조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장은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대화이외 방법 거부’ 발언을 번복하고 나섰지만 이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한미정상회담 합의내용과 배치돼 파장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도 "대통령과 정부는 대화 이외 다른 제재수단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대화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박종희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통령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다시 한번 현기증을 느낀다"면서 대통령은 이념문제에 각별히 신중해야 하고 대한민국의 근본을 부정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자중자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색깔공세?**
이같은 한나라당의 탄핵소추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은 펄쩍 뛰는 분위기다. 전형적인 '색깔공세'라는 것이다.
여론도 좋지 않다. 최근 이상배 정책위원장의 '등신외교' 발언과 대의원 컴퓨터 집계 해프닝으로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실추된 것을 색깔공세로 만회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눈총이다. 특히 취임 1백여일밖에 안된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것은 여러모로 무리수라는 지배적 관측이다.
청와대의 윤태영 대변인은 이에 앞서 지난 9일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서구나 일본에서처럼 제도권 내에서,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 공산당에 대해 언급한 것일 뿐 한국이 공산당을 인정하지 않아 민주국가로서 문제가 있다는 식의 네거티브한 언급이 아니었다”고 반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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