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외교와 관련, “새정부 취임 초만해도 햇볕정책을 지지하겠다던 일본총리가 입장을 180도 바꾼 데는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가 흔들린 것이 가장 큰 탓”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한일정상회담 개탄**
추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의 정책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을 보면 일본은 햇볕정책의 지지를 슬며시 철회하고 대북 압박정책으로 방향전환 했다”면서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당시 고이즈미 총리가 "압력도 필요하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은 즉각 "한국 정부 입장에선 대화에 비중을 두고 말했다"고 이의를 제기했었다.
추 의원은 또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특사단으로 만났을 때 고이즈미 총리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분명하게 밝혔고, 바로 전날 일본의회에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소신을 밝혔다”면서 “일본이 작금 그 태도를 180도 전환한 것은 미국의 요구도 물론 작용을 했겠지만 우리의 확고부동한 외교철학 부재에 더 큰 탓이 있다”고 주장했다.
추 의원은 이어 “노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하면서 국외에서는 외교적 수사만 포함된다면 ‘추가적 조치’이든 ‘압박’이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모순된 결론에 이르고 만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너무 긴장감 없이 편안하지만 실속없이 치루어진 정상회담 때문에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고 불편하기만 할 뿐”이라고 끝맺었다.
다음은 추미애 의원의 글 전문.
***한일 정상회담 - 그 개운치 않은 뒷맛**
초등학생이었을 때 정치평론을 즐겨하시던 아버지는 정치 일화를 자주 들려 주시곤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일화이다.
일본을 방문한 이대통령은 일본 수상이 “한국에는 호랑이가 많다지요?”라고 묻자 “일본사람들이 다 잡아가고 없습네다!” 라고 응수했다는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국가를 상징하는 대통령으로서 짧은 말 한마디로도 상대의 허를 찌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으로부터 당한 식민지 수탈의 피해를 적절하게 꼬집은 것이 통쾌하기도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이 한일 관계의 개선을 거듭 요구했지만 이를 서두르지 않았다. 미국의 주선에도 불구하고 그 자신이 지극히 친미적이었음에도 강대국논리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국가대사에 대해 일부러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우리가 우리정책을 통해 우리의 입장을 지키겠다는 확고부동한 신념이 없다면 상대도 이를 존중해주지 않는다.
정치지도자는 국가와 민족의 영속성과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킬 책무가 있고, 외교적 무대에서도 피를 말리는 긴장과 노력을 다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정상회담에 임한 것으로 보이고, 민족의 미래를 위한 우리의 정책을 무시당하고도 방관 한 채 지나쳤음이 안타깝다. 더욱 한탄스러운 것은 우리 자신이 우리의 정책에 대한 확고부동한 신념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을 보면 일본은 햇볕정책의 지지를 슬며시 철회하고 대북 압박정책으로 방향전환 해버린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바로 그 자리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은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영관 외교부장관의 지적처럼 코드가 맞지 않던 김대중대통령 정권과 부시 정권의 사이에서도 고이즈미 총리는 감히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해주었다. 그리고 새정부 취임 초 만해도 햇볕정책을 지지하겠다던 일본총리가 이렇게 입장을 180도 바꾼 데는 우리의 대북정책 기조가 흔들린 것이 가장 큰 탓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7일 노무현대통령 특사단으로 만났을 때 고이즈미 총리는 햇볕정책을 지지한다고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 바로 전날 일본의회에서도 햇볕정책을 지지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리고 노 대통령 취임 축하 사절로 방한했을 때도 북한에 대한 압력행사에 대해서는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대북압박은 북을 군사적 마지노선인 핵무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의 유용성을 일본도 수긍하여 왔던 것이다.
지난 해 일본 고이즈미 총리 스스로 미국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대북압박 대신 평양을 방문하여 평양선언을 통해 북일 양국의 관계개선을 도모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핵문제의 외교적,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북 압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화를 위해 압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햇볕정책과는 정반대의 전환이다..
일본이 작금 그 태도를 180도 전환 한 것은 미국의 요구도 물론 작용을 했겠지만 우리의 확고부동한 외교철학 부재에 더 큰 탓이 있다고 하겠다.
노대통령은 국내에서는 “최소한 김대중대통령의 햇볕정책은 확고하게 계승하겠다”고 한다.그러나 국외에서는 ‘평화와 대화’라는 외교적 수사만 포함된다면 ‘추가적 조치’이든 ‘압박’이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모순된 결론에 이르고 만다.
반세기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막 치루어 낸 이승만 정권시절에는 지정학적으로 사면초가의 상태에다가 경제적으로도 최빈국 상태였지만 외교 무대에서는 항상 당당했다.
지금은 한중수교, 한러수교가 이루어져 고립무원의 상태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중위권을 달리는 국가임에도 외교무대에서 그만한 국력을 살려나가지 못하니 뒷맛이 씁쓸할 뿐이다.
지난 반세기의 경험으로 북한을 압박해서는 대화의 문도 열리지 않고 평화도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거듭된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슴이 더 답답해지는 것이다. 너무 긴장감없이 편안하지만 실속없이 치루어진 정상회담 때문에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고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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