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 87년 6월항쟁 16주년을 맞아 당시 지도부 43명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87년 당시 항쟁지도부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 상임집행위원장을 맡아, 부산 지역에서 6월항쟁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따라서 이날 오찬은 과거 '동지'들과의 만남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에게는 6월 항쟁이 나의 존재 근거라고 느끼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했고, 참석자들은 “6월항쟁때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청와대에서 만나게 되니 세상이 바뀐 것을 실감하게 된다”고 이에 답했다.
***“술 담그는 것과 마찬가지로 개혁도 때가 있어”**
그러나 참석자들은 '동지'였던 노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관련, 쓴소리도 했다.
이들은 “참여정부가 많은 개혁과제를 안고 출범해 어려움이 많겠지만 개혁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술을 담글 때도 때가 있듯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나라의 앞날을 한 단계 높여달라”고 당부했다고 이지현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마지막 발언자였던 유시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은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동생인 유시민 의원과 나에게 정치와 사랑은 계산하면 망한다는 말을 했다”면서 “대통령께서도 원칙을 지키고 정도를 걷는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밖에도 ▲IMF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진폐증 환자에 대한 배려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해결 ▲이혼률 급증 등 가정해체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여성장관 등 여성 공직진출 확대 ▲경부고속철의 조기완공 ▲농가부채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盧 “6월항쟁이 내 존재 근거”**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항상 법통을 얘기할 때 3.1정신과 상해임정을 갖다 붙였는데 나는 중요한 일이 있으면 6월항쟁의 법통을 갖다 붙이고, 줄 대려고 했다”면서 “내가 항상 그 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저에게는 6월 항쟁이 나의 존재의 근거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선배님들 모셔서 대화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은근히 그런 꿍심이 있어 여러분을 모셨다. 모자람이 많지만 격려도 해달라”며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고생을 이어오신 분들을 뵈니 그때 그 정신과 가치가 현실속에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나도 의무, 부담감 갖고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석자들의 건의 내용을 경청한 뒤 “오늘 이 자리에서 제기된 모든 문제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관심을 갖겠다고 약속했다.
***"새만금 물막이 공사 환경적으로 괜찮다는 보고 받아"**
노 대통령은 그러나 참석자들이 중단을 요구한 새만금 사업에 대해선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상징적이기 때문에 반대가 많지만 다 막고 나도 환경적으로 괜찮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공사 계속 의지를 재차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환경을 황폐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를 지킬 것”이라면서 “해수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웬만큼 알고 있다. 기존에 약속된 공사비 이상의 투자를 하고 농지보다 더 나은 생산성 있는 용도를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새만금 사업 관련해 찬반 의견이 있지만 원래 목적인 농지가 가능하지 않다면 새로운 목적이 채워져야 되지 않겠냐”면서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목표를 새로 정하고 방조제 문제를 해결하든지 했으면 좋겠다”며 주장했었다.
이날 오찬에는 고은 시인, 이소선 여사(고 전태일 열사 모친), 박용길 장로(고 문익환 목사 부인), 이돈명 변호사, 배은심 여사(고 이한열 열사 모친), 박형규 민주재단 이사장,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 인명진 목사, 박정기 유가협 이사장(고 박종철 열사 부친) 한승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정치인을 제외하고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지도부를 구성했던 공동대표 또는 상임집행위원들이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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