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발표한 당 대표 및 시도별 운영위원 선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 연령비율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43.94%를 차지하는 반면, 20대는 0.05%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의 현 구조가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게 당 선관위측의 설명이나, '경로당' '노인당'이라는 세간의 빈축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노인당?**
한나라당은 10일 당무회의를 열어 당 대표 및 시도별 운영위원 선출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을 확정했다. 이와관련, 한나라당이 발표한 선거인단 규모는 총 22만7천4백45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0.6%에 해당한다. 선거인단은 전원 당원들로 구성되며, 성별로는 여성(54.7%)이 남성(45.3%) 보다 2만여명 많다.
문제는 연령별 구성에서 60대 이상이 43.94%로 가장 많은 반면, 20대는 0.05%로 1백여명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또한 50대는 33.23%, 40대는 17.60%, 30대는 5.19%인 것으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50~60대 이상 연령층이 전체의 77%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의 연령별 구성이 20대 23.2%, 30대 25.1%, 40대 22.4%, 50대 12.9, 60대 이상 16.4%였던 것과도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나라당은 당초 연령별 안배를 위해 도시지역의 경우 45세 이하, 농촌지역의 경우 55세 이하 선거인단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하도록 선거인단 선출 규정을 마련하고 젊은층 포섭에 주력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심각한 선거인단 구성비 편차가 드러나자 당 내에선 "노쇠하고 수구적이라는 당 이미지가 근거없는 게 아니었다"며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대해 박종희 대변인은 "어쩔 수 없다"며 "당원을 급조할 수도 없고 기존 당원들을 대상으로 선거인단을 뽑다 보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재섭ㆍ김덕룡 '반발' 서청원ㆍ최병렬 '수긍'**
선거인단 구성이 확정된 것으로 알려지자 당권주자들은 이에 따른 유불리를 분석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각 주자들은 표면적으론 이 같은 당원 구조의 현실을 이구동성으로 성토했으나, 강도 면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가 엿보인다.
세대교체와 개혁을 이슈로 젊은층 지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강재섭-김덕룡 의원측은 강한 반발을, 비교적 고연령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서청원-최병렬 의원측은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입장이 강하다.
강재섭 의원측은 "대선에서 진 것도 다 이런 이유인데도, 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심히 유감"이라며 "이것이 한나라당의 현주소"라고 개탄했다. 김덕룡 의원측은 "붉은악마 팬클럽도 20대가 주도한 마당에 (20대의 선거인단 비율이) 너무 적다"면서 "이런 경로당에서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들은 선거인단 구성에 대한 불만에도 이를 바꿀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어 직접적인 문제제기는 자제할 방침이다.
반면에 서청원 의원측은 "선관위에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마련한 것이 아니라 당원구조가 연령대별 고른 배분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수긍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병렬 의원측도 "한나라당이 노쇠한 게 아니라 젊은층은 본래 정당가입을 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이 당원 실사작업을 해봐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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