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놀라운 말장난(2)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놀라운 말장난(2)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18>

④육운개선과 관광효과?

간척하기 전에는 먼 길을 돌아가거나, 배 타고 가야 했다. 그러나 방조제를 지으면 방조제에 닦아 놓은 도로를 따라 빨리 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고, 친환경적인 간척사업 현장인 새만금 지역을 구경하러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그래서 이 사업으로 생기는 경제 이익으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당히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러나 새만금호는 썩을 것이다. 썩은 물 구경하러 많은 관광객이 찾아든다?

나는 97년 하반기 반년 간 중국 사천성(四川省) 청두(成都)에 있는 사천대학교(四川大學校)에서 중국어를 배웠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경험을 했고, 그것이 지금도 내 자산이다. 나는 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내가 맛 볼 수 있는 국수는 다 한 번씩 맛봤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주인은 엄청 불친절했다. 손님이 들어서면 일단 한 번 귀찮은 듯 째려봤고, 국수를 주문하면 얼른 하나 만들어 한 손으로 던지듯 주었다. 다 먹고 돈을 내면 다시 한 번 째려 봤고, 잔돈을 그냥 던져버렸다. 그럼에도 그 집은 장사가 잘 되었다. 국수가 워낙 맛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히려 더러운 물이 가득 고이는 곳이어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것이라면, 나는 할 말 없다. 또 이것은 경제성 평가이므로 일단 농업용수를 만족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해야 한다면 그것도 할 말 없다.

하지만 오늘날 갯벌은 생태교육과 생태관광의 명소다. 이미 훌륭한 생태관광자원을 없애버리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친환경적인 사업을 완료하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올 것이다?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편익 항목이다.

⑤수질개선 효과?

비현실적인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야 농업용수 기준인 4급수를 겨우 맞춘다는 것이 농업기반공사의 주장인데, 도대체 무슨 수질을 개선한단 말인가!

물론 경제성 평가에서는 6급수, 7급수 내려갈 수 있는 더러운 물을 4급수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이것은 방조제를 건설해 발생하는 이익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방조제 건설에 따라 발생할 만경강과 동진강의 수질악화를 방지해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한 수질개선이다.

더 골 때리는 것은 이들이 학문적으로 치밀하게 연구해서 수질개선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설문조사를 해서 수질개선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북 6백50명과 다른 지역 6백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악취가 나는 현 만경강 수질 수준을 농업용수 수질개선에 맞게 개선한다면 총 1천8백88억원을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까?”

이런 질문이라면 나도 “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수질을 개선해서 농업용수를 얻는다고 했다. 이 농업용수를 이용해 식량을 생산한다. 따라서 식량을 생산해 얻는 편익 안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즉 중복 계산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이 경제성 평가 연구를 할 때 학자들이 계산한 수질개선비는 9천7백77억원이었다. 그런데 이 중 7천7백33억원은 새만금사업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아니라, 금강 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돈이라는 명분으로, 실제 수질개선비를 2천44억원으로만 계산했다.

주부가 가계부를 작성할 때, 장학재단에 기부한 1백만원은 기부한 것이므로 지출내역에 적지 않는다면, 이것이 과연 옳은 경제생활일까?

⑥간척지 농업효과?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 식량 증산, 즉 ‘식량 안보가치’를 낱말만 바꾸어 또 계산했다.

⑦고군산도 지가상승?

원래 고군산도라는 섬이 있는데 간척사업을 하면 방조제가 지나가면서 육지로 변한다. 이에 따라 고군산도에 사는 사람들은 땅값이 올라 재산을 증식하는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일단 ‘육운개선과 관광효과’와 중복이다. 또 땅 투기에 의한 간접효과이지, 새만금사업으로 직접 얻는 효과가 아니다.

⑧호수 조성에 의한 댐 건설비 절감?

‘새만금호’라는 새로운 호수를 만들고, 이에 따라 새로운 수자원을 얻으므로 이 만큼 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 생기는 효과라는 뜻이다.

글쎄……농업용수도 맞추지 못할 것이므로 이것도 말이 안 되지만, 설령 농업용수 기준을 맞춘다 하더라도 새만금호가 저장하는 물의 양 만큼 댐을 안 짓겠다는 것도 의문이다.

⑨홍수피해 방지효과?

갯벌이 이미 홍수피해를 방지하는 기능을 갖는데, 갯벌 없애고 방조제 쌓고 논을 만들어 홍수피해를 방지한다? 우스운 일이다.

⑩해일 방지효과?

이것도 갯벌이 이미 갖고 있는 기능이다.

⑪새로운 갯벌 형성?

물론 새만금지역은 이미 일제시대부터 간척사업이 워낙 활발한 지역이었다. 심지어 한국인의 자연정복이라고 일컬어지는 계화도 간척지도 새만금간척사업 대상지 안에 들어가는 지역이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렇게 주장한다.

“새만금갯벌은 1920년 이후 조성된 간척농지(1만7184㏊) 밖에서 새로이 형성된 갯벌이며, 특히 계화도 앞(5300㏊) 갯벌은 1968년 계화간척사업 이후 생겨난 것입니다.”

이 말은 맞다. 분명 간척한 이후에도 갯벌이 생겼다. 하지만 실제 현지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어민들은 이 갯벌을 ‘죽벌’이라고 부른다. 죽은 갯벌이라는 뜻이다.

갯벌이 어떻게 생기는가? 강에서 흘러온 각종 흙과 염류가 해안에 천천히 쌓여 생긴다. 이것을 나는 앞에서 자궁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자궁을 막는다고 상상해보라. 건강하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예전에 새만금 지역에서 펼쳤던 간척사업은 최소한 강을 완전히 막는 간척사업은 아니었다. 계화간척사업조차 계화도를 섬이 아닌 육지로 만드는 수준에 불과했고, 강을 막는 일이 조금도 없었다.

금강호도 마찬가지다. 강물이 바다로 잘 빠져나가던 금강하구를 막은 뒤로 여름철 적조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금강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현지 환경단체들도 금강호 물을 만경강으로 보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새로운 갯벌 형성’. 물론 새로 생기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농업기반공사조차 기존 새만금갯벌 면적의 6%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할 정도다. 그리고 그것은 죽벌이다.

⑫방조제의 인공어초효과?

사람을 놀려도 유분수다. 방조제는 인공어초가 아니고, 인공어초 효과도 없다.

이렇게 각종 편익을 부풀리고 또 부풀려서 계산한 뒤 정작 이 사업의 부정적 효과로 계산한 것이 ‘수산물을 잃어버리는 가치’와 ‘갯벌을 잃어버리는 가치’였다. 이 중에서도 갯벌은 논보다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계산했다. 경제성 분석이 고난도 사기술이라는 이정전 교수의 말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새만금사업은 어느 것 하나를 따져도 말이 안 되는 자연파괴사업이며, 국민혈세 낭비사업이며, 오직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라는 조직을 유지시켜주고, 건설회사를 돈 벌게 해주는 사업이다.

이제 1999년 5월부터 2000년 8월까지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이 어떻게 활동했고, 환경단체와 종교단체가 어떻게 반대운동을 했으며, 식량안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 서술하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