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적 아버지'이자 '큰 스승'인 송기인 신부가 15일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외교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주위 보좌관들의 얘기를 듣고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안 풀기식 외교는 인기영합”**
송 신부는 이날 SBS라디오 ‘정진홍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두 가지 놓치는 것에 우리가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결국은 항상 끌려가는 외교가 되는데 바른 방식의 외교가 아니다”라며 “이번에도 이런 방식으로 외교가 되는 것 같아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특히 방미 중 계속된 노 대통령의 친미 발언에 대해 “원칙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지, 지금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걸 우선 해결해주자 하는 것은 인기 영합이 되는 것”이라며 “좀 더 깊이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관계를 생각해 보면, 옛날 가쓰라-태프트 밀약 같은 걸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대해왔는가가 여실히 드러나지 않나. 6.25때 많은 미군이 희생을 했다지만 38선은 미국이 가른 것이다”면서 “미국이 근본적으로 한국을 대했던 점들을 상기시키면서 멀리 보고 외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자기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니고 주위 보좌관들이 ‘상황을 이렇게 타개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이런 게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 현재 보면 아주 잘 풀었구나 하겠지만 멀리보면 원칙을 지키지 못한 점을 아쉬워할까 봐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현실에 쫓기지 말고 한 템포 늦춰라”**
송 신부는 “노 대통령에게 말을 아끼라”면서 “성격이 급하기로는 제가 더 급한데 거기(노 대통령)도 급하다. 말을 아름답게 정화시켜서 내보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에게 “초지를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 현실에 너무 쫓기지 말고 한 템포 늦추라”며 “지나치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균형잡으려 하지 말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라”고 요구했다.
'부산의 양심'으로 불리는 송 신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82년 부산 미 문화원 사건의 무료 변론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는 또 야당 시절의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부터 "부산 재야인사 중에서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노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시킨 장본인이다. 송 신부는 85년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세례를 주며 '유스토'와 `아델라'라는 세례명을 내리기도 했다.
다음은 진행자 정진홍씨와 송 신부의 일문일답.
***송기인 신부 인터뷰**
정진홍 : 노무현 제자 어떻게 생각하나?
송기인 : 아주 훌륭한 제자가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정진홍 : 오늘은 스승의 날.. 송신부가 생각하는 훌륭한 선생님이란?
송기인 : 수업시간에 배우는 공부보다 선생님을 배우는 것... 선생님 풍기는 덕성과 모습 그대로 전이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생님 몸가짐 사고 방식이 그대로 전이되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 선생님 위치는 힘든 위치이고 선생님들이 덕성 노력에 힘써야 한다.
정진홍 : 노무현 대통령이 신부님의 제자라고 한다면, 신부님의 덕성이나 인격을 많이 닮았다고 보아야겠군요?
송기인 : (저는) 결점이 많은데 결점이 많은 사람 것을 닮아서...(웃음) 성격이 급하기로는 제가 더 급한데 거기(노대통령)도 급하다 이 말이죠. (웃음) 말을 아름답게 정화시켜서 말을 내보내야 하는데 직설적으로 바로 보내는 이런 게... 제가 그런 걸 물려줬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정진홍 : 얼마전 인터뷰에서 노대통령에 '말을 좀 아껴라'고 주문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송기인 : 같은 생각이고.. 제가 말을 안 아끼기 때문에 (웃음) 그런 얘길 하게 되죠.
정진홍 : 노무현 대통령 방미 중이고 부시대통령과 만찬하고 있을 시각인데 노 대통령께 조언, 격려말씀 들려주시죠.
송기인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미현안에 대해 우리 국민이 너무 집착하는데 현안에 너무 쫓기면서 매달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미관계를 생각해 보면, 옛날 가쓰라- 태프트 밀약 같은 걸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대해왔는가가 여실히 드러나지 않습니까? 실제로 6.25때 많은 미군이 희생을 했다 하지만 38선은 미국이 가른 것입니다. 45년에 미 국방성 책상에 한반도 지도를 놓고 38선을 그었던 것 아닙니까? 그런 원인의 제공자들입니다.
그런 것을 같이 생각해서 미국이 근본적으로 한국을 대했던 점들을 상기시키면서 멀리 보고 외교를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한두 가지 놓치는 것에 우리가 너무 매달리기 때문에 결국은 항상 끌려가는 외교가 되는데 이거는 우리는 바른 방식의 외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이런 방식으로 외교가 되는 것 같은데 저는 못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정진홍 :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가셔서 하신 발언들, 거기에 대해서 송신부님은 상당히 언짢으신 표정이시겠습니다?
송기인 : 그런 셈이에요. 오히려 원칙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지 ‘지금 현안이 이러니까 이거는 해결해 줘야 (합니다)’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인기영합이 되는 거예요.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바라는 걸 우선 해결해 주자... 이런 식으로 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죠."
정진홍 : 한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친미발언이 고도의 외교적 전략이란 시각도 있는데, 그렇게 보십니까?
송기인 : 외교전략이라는 게 뭐겠습니까? 외교 전략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지금 상황에서의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어야하는 건 건 아니겠지만, 하여튼 현재 상황을 풀어나가야겠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저는 조금... 더 깊이 생각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진홍 :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 생각을 바꾼 걸까요?
송기인 : 아니겠죠. 자기의 원칙이 (바뀐 것은) 아니고... 지금 그 주위의 보좌관들이 ‘상황을 이렇게 타개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이런 게 받아들여진 거겠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진홍 : 그렇다면 일관성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송기인 : 물론이죠. 현재로 보면, ‘아주 잘 풀었습니다’ 하겠지만 리보면 ‘원칙을 쭉 지켜 나가야 하는 건데 그랬었구나’ 하는 우려가 됩니다.
정진홍 : 노 대통령 취임 석달이 돼가는 데 잘하고 있다 평가하십니까?
송기인 : 잘한 일, 잘 못한 일 따지기는 지금 이르다고 생각을 한다. 자기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그대로 가고 있구나.... 물론 지금 중간에 부닥친 게 많고 뭐 구부러진게 아닙니다만... 그런 점에서 저는 신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진홍 : 송 신부님은 지금 부산에 계시는데 특히 이번에 화물파업 과정 보시면서 어떤 생각 드셨습니까?
송기인 : 여기서도 하루에 몇십억씩 손실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고 장래를 위해서 바로 잡는 것, 근본적인 치유.... 이게 필요한 거지 현재 화물이 다 외국으로 도망갑니다, 이런 것에 매달리지 말자...하는데 결국은 뭐 그럭저럭 풀릴 것 같지만 풀어가는 과정 역시 좀 조급하게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진홍 : 부산지역의 신당창당 움직임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송기인 : 나보고 신당창당에 관여한다는 말은 하지 마이소. (웃음) 그것 때문에 제가 지금, 자칫하면 오해를 받고 이러는데 전혀 관여한 건 없고요, 저는 평소에 우리나라 정치구도를 진보와 보수로 돼야한다고 70년대부터 주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6.29 이후에는 제가 정치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야당도 진보와 보수가 섞여있고, 여당도 진보와 보수가 섞여 있으니까 정책이 색깔이 없어요.
그러지 말고 진보끼리 모이고 보수끼리 모일 때, 정책대결이 바람직한 거고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민주화 운동을 했던 분들에게 이런 얘기를 강하게 해왔습니다. 금년에도 그래서 제가 서울에 가서 불만도 말했고 그랬는데 이게 가시화하지 않는가 싶어 저는 지금 들떠 있는 편입니다.
정진홍 : (신당 창당이) 다행이라고 보시는 것이죠?
송기인 : 그럼요.
정진홍 : 또 하나의 신당이 또 하나의 지역색이다 하는 일부 비판도 있는데?
송기인 : 시기적 상황으로 볼 때 충분히 극복해 나갈 단계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여야의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용기있게 자기의 기득권을 버리고 튀어나올 수 있느냐...여기에 대해 조금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요.
정진홍 : 신당 주체세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어떤 사람들이 나서야 하는 겁니까?
송기인 : 바로 민주화를 위해 뛰었던 사람들, 그 때는 목숨을 바쳤습니다, 지금은 많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만, 이러한 사람들이 나와서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해야 합니다. 구태에 빠진 기득권자들하고 어울리려 하지 말고, 거기에서 다음 당선을 보장받으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이것은 투신입니다. 몸을 던지는 거에요. 그래야 발전이 되지 지금까지 얻은 자기 ‘보장’에 연연할 때에는 새롭게 시도하는 발전도 도루묵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정진홍 :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스승의 입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말씀 해 주시죠.
송기인 : 초지를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너무 쫓기지 말고 한 템포 늦춰서... 또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 지나치게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를 균형잡으려 하지 말고 국민과 직접해라... 이런 말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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