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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말장난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17>

***놀라운 말장난**

①국토 확장효과?

이 사업은 간척해서 농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들은 새만금사업을 하면 새로운 농지가 생기므로 국토를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글을 대충 읽지 않고 열심히 읽은 사람이라면 이 말이 모순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갯벌도 우리의 소중한 국토이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갯벌이 그저 쓸모없는 버려진 땅인 줄 알았고, 반드시 간척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갯벌이 해양생물을 생산하는 자궁이고, 젖꼭지이며, 각종 오염물질을 깨끗하게 해주고, 홍수와 해일도 막아주는 소중한 국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새만금사업은 국토를 넓히는 애국사업이 아니라 갯벌을 파괴하는 살인행위다. 또 살인행위가 아니라고 한 걸음 뒤로 양보하더라도 땅의 이용방법만 바꾸는 것이며, 수질오염 때문에 농사짓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이미 밝혔다.

좋다. 이것은 경제성평가이므로 일단 국토를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돈으로 계산할 때는 “농지 몇 평을 새로 만들어 이 농지에서 쌀 얼마를 생산할 수 있고, 이 쌀을 팔면 얼마의 이윤이 나오므로, 이 돈이 국토를 확장한 가치다” 이렇게 계산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이들은 새로 만드는 농지에서 쌀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이 농지를 100% 다른 용도, 즉 아파트단지를 짓거나 공장을 짓도록 용도를 변경하는 것으로 보고 계산했다.
농지보다 택지가 더 비싼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전라북도는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가 아닌 산업단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북 사람들도 새만금은 처음엔 농지로 개발하지만, 이것은 명분일 뿐이고, 곧 공장과 항만과 주택단지가 들어설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 갯벌은 쉽게 말해 질퍽질퍽한 땅이다. 지반이 튼튼하지 않다. 이는 물을 다 빼내더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산업단지로 조성하려면 다른 곳에서 흙과 돌을 가져와 땅에 쌓아야 하는데, 이를 복토(覆土)라 한다. 그런데 새만금의 경우 산업단지로 조성하려면 최소한 3m를 복토해야 하는데, 서울에 있는 남산 29개 분량의 흙과 돌이 필요하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새만금 주변 전북 지방에는 큰 산도 없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라북도는 이에 대해 “모두 복토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라도 복토해서 산업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미 복토는커녕 방조제 다 쌓기도 전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나는 2002년 6월 18일 전북 부안군으로 갔다. 농업기반공사가 일반인들에게 새만금사업을 선전하기 위해 건설현장 앞에 지은 새만금전시관 못 미쳐 변산반도국립공원 이정표가 나타났다. 이곳에 암석으로 이루어진 해창산이 있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새만금방조제를 축조하는데 필요한 암석을 해창산, 신시도에 있는 신시석산, 비응도에 있는 비응석산에서 얻고 있었다.

해창산은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있는 석산(石山)이다. 국도를 따라 차를 몰고 가다 해창산을 보면 그냥 작은 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로 돌아가니 몸뚱아리가 통째로 떨어져나갔다. 공사 관계자들도 86%를 방조제 쌓기 위해 캤다고 밝힌다.

그거 실제로 보면 흉측하다. 마치 내 몸의 86%를 누군가 뜯어가 버린 느낌이 들어 등골이 오싹하고 간담이 서늘할 지경이다.

농업기반공사는 이미 국립공원마저 마구 강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 만드는 농지에서 쌀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이 농지를 100% 용도 변경하는 것으로 보고 계산한 것 자체가 엉터리 계산법이지만, 이것까지 인정하더라도 모순이 생긴다.

그렇다면 농지로 사용하지 않는 국토를 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인데, 왜 다른 편익 항목에서는 농산물 생산효과를 계산했단 말인가.

이렇게 엉터리계산을 낳은 ‘국토 확장효과’가 총 편익, 즉 새만금사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경제 이익의 50%를 차지한다.

이거 하나로 이미 게임 끝이다.

②식량 안보가치?

이 사업은 식량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얘기다. 전북 사람들이 270일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쌀을 생산한다는 주장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쌀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농민을 보호하는 정책을 취했는가?”라고 묻는다면, 이건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농민과 농업을 죽이는 정책을 유지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지식인들이 다 아는 사실 아닌가.

물론 농림부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렇다면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늘어만 가는 빚더미를 감당할 수 없어 해마다 농민 20명이 농약 먹고 자살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하지만 갯벌에서 조개 캐서 먹고 사는 어민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못 들어 봤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농사를 지으려면 농약 사고, 비료 사고, 종자 사고, 경운기도 고치고, 때로 일꾼도 고용해야 한다. 이렇게 1년간 열심히 농사 지어 팔려고 하면, 가격 폭락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 농협은 농민들에게 융자해준다며 돈놀이 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고 빚은 늘어만 간다. 반면 갯벌에 사는 어민은 그렇지 않다. 그냥 맨 몸으로 소쿠리와 갈퀴만 들고 조개와 낚지와 망둥어를 캐면 되는데 이윤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는 것이다.

식량안보를 지키는 편익이 있다? 조개와 게와 낚지와 망둥어는 식량이 아니란 말인가. 물론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가 쌀이라면 할 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쌀이 남아돌고 있으며,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 어린이들을 보라. 햄버거도 먹고, 피자도 먹고, 과자도 먹고, 각종 얼음과자와 쥬스를 마신다.

그렇다면 쌀이 우리나라에서만 생산하는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쌀이 남아돌아 문제다. 그렇다고 내가 쌀을 생산할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식량안보는 분명 중요하고, 누구도 다른 주장을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2차산업과 3차산업을 위해 계속 농민을 죽이기만 하던 정부가 난데없이 식량안보를 위해 새만금을 간척해야 한다고 설파하니, 이걸 누가 믿으란 말인가. 한국인들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단순히 경제학의 관점으로만 보더라도 식량 안보가치는 말이 안 된다. 경제학에서는 국제유통이 활발한 쌀을 식량 안보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궁금하면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라.

③논의 공익가치?

논의 공익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므로 편익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에서는 논을 다른 용도로 전용한다는 가정 아래 계산하더니, 여기에서는 논을 만드는 사업이어서 논의 공익가치가 편익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논은 공익가치가 있다”라고 말하면, 이 말은 일리가 있다. 논은 물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어서 홍수를 조절할 수 있고, 수자원 확보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수질정화와 대기정화 기능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논의 수질정화효과가 있다고 단순하게 보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논은 분명 수질정화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 효과는 더러운 물을 논으로 흘려보내면 깨끗해진다는 뜻이 아니라, 논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정화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간척사업을 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아니다.

이들은 간척사업을 해서 논의 수질정화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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