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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북핵, 盧의 눈 통해 바라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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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근태 "북핵, 盧의 눈 통해 바라봐 달라"

부시 대통령에 공개서한, "북핵 평화 해결 재확인" 요청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미와 관련, 11일 부시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김 의원은 이 서한을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어떠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해 줄 것"과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식문서를 통한 대북 불가침을 약속하고 중유 공급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지난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털어놓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희망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서 "그런데 미국 정책 담당자들 중 일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악행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만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다"며 미국 일부 강경파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핵 보유국에서 비핵국가로 되돌아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우를 봐도 핵무기 해체에 대한 1백50회의 국제사찰에 2년 반이 소요됐다"면서 "북한의 선 핵 프로그램 폐기 및 국제사찰 완료까지 몇 년이 걸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협상의 '전제조건'을 삼는다면 그것은 이미 '외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핵포기와 대북체제 보장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일괄타결을 통해 쌍무(雙務)적 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94년 미국의 주도로 우크라이나의 핵 포기 대가로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관한 비망록에 서명한 전례를 지적하며 "우크라이나에 적용됐던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의 주요 언론이 미국이 베이징 회담에서 제시된 북한의 '포괄적 합의' 방식을 수용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 한국과 일본 등의 대북 경제지원 차단, 이른바 '쿠바식'의 북한 무기 수출 봉쇄 등 장기적 고립정책을 택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면서 "일본과 한국, 나아가 대만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위험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을 사실상의 군사적 제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반발을 야기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를 심각한 안보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 한반도 평화는 21세기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여는 열쇠"라면서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로 맺어진 오랜 친구이므로 한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의 눈을 통해 한반도와 북한 문제를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의원의 공개서한 전문이다.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친애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께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후 최초로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민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대단히 큽니다. 저는 오늘 이 편지를 통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의문점과 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양국의 우호관계 증진과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이번 정상회담이 좋은 결실을 맺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지난 베이징 3자회담에서 북한은 핵무기 보유를 공언하면서 동시에 '새롭고 대범한 해결방안'이라 불리는 포괄적 협상안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의 우려할만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는 지난 회담을 '유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북한의 관계개선 제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베이징 회담과 관련하여 한국민들은 귀하가 표명한 긍정적 인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작년 9월 북ㆍ일 정상들이 양국간의 과거사 해결과 국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평양선언'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북한의 '대담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한달 뒤 멕시코 로스 카보스에서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의사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 미북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과감한 접근방법'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지난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털어놓고 귀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를 희망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회담 당사자 가운데 하나인 중국의 표현처럼 베이징 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좋은 출발'이었습니다.

- 그런데 귀국의 정책 담당자들 중 일부는 북한과의 협상을 '악행에 대한 보상'으로 인식하고, 북한이 '먼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만 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한국민들이 귀 행정부의 진의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속담에 "배고픈 자가 화를 낸다"(a hungry man is an angry man)고 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은 그들을 '벼랑 끝'에서 끌어내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안내하려는 것입니다. '악행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악행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핵 보유국에서 비핵국가로 되돌아간 남아공의 경우를 봐도 핵무기 해체에 대한 150여회의 국제사찰에 2년 반이 소요되었습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 및 국제사찰 완료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이미 '외교'가 아닙니다. 북한의 핵 포기와 대북 체제보장은 선ㆍ후의 문제가 아니라 일괄타결을 통해 쌍무(雙務)적 과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지난 94년 귀국의 주도로 진행되었던 우크라이나 핵무기 양도협상의 사례를 상기합시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핵 포기의 대가로 국제법적으로 구속력 있는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요구했고 귀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와 함께 우크라이나 안전보장에 관한 '비망록'에 서명했습니다.
지난 베이징 회담에서 북한은 스스로 핵 보유 사실을 시인하고 귀국이 체제보장을 약속한다면 핵은 물론 미사일 수출도 중단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적용되었던 해법을 북한에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 대통령께서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에 걸쳐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귀국의 국방장관 럼스펠드씨가 북한 지도부의 축출을 주장하는 메모를 정부 내 요인들에게 회람시킨 사실이 알려진 바 있습니다. 한국민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이러한 주장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상반된 주장이 귀 행정부 내에 공존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할 의사는 없습니까?

이를 위해 한가지 제안합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반도에서 어떠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하십시오. 동맹국인 한국 국민들의 생존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반대한다는 귀하의 확고한 태도야말로 한미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 최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귀국의 유력지들은 귀 행정부가 북한의 핵무장 저지를 포기하고 핵 물질 및 기술의 수출 저지로 목표를 변경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귀 행정부가 베이징 회담에서 제시된 북한의 '포괄적 합의' 방식을 수용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유엔차원의 제재, 한국과 일본 등의 대북 경제지원 차단, 이른바 '쿠바식'의 북한 무기 수출 봉쇄 등 장기적 고립정책을 택하기로 했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물론 귀 정부는 이러한 보도를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민들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면서 장기적으로 고립시킨다는 발상은 우선 일본과 한국, 나아가 대만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을 자극할 위험성이 높습니다. 그것은 중국의 반발과 군비확장으로 이어짐으로써 동북아의 안정을 바라는 귀국의 이해와 상충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국에 대한 '고립정책'을 사실상의 군사적 제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의 반발을 야기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를 심각한 안보 위기상황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한국민들과 노무현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에 대한 제재나 무력개입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와 미사일 수출 중단 등 핵심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협상안을 꺼내 놓고 대화의 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귀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관련국 모두는 이제 그 내용을 진지하게 검토하여 구체적인 협상의 조건을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께서는 북한의 핵 폐기와 대북 체제보장을 위한 쌍무적 처리절차를 북한과 합의하는 것을 전제로 귀국이 취할 수 있는 1차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서 ▲공식문서를 통한 대북 불가침 약속 ▲중유공급 재개를 제안합니다.
또한, 지난 4월의 1차 베이징 회담에 이은 후속 회담을 조속히 재개함으로써 모처럼 형성된 대화와 협상의 국면을 이어갈 것을 촉구합니다.

친애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님

지금 한반도의 평화는 21세기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여는 열쇠입니다.
"친구의 눈이 좋은 거울"(a friend's eye is a good mirror)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로 맺어진 오랜 친구입니다. 한국민과 노무현 대통령의 눈을 통해 한반도와 북한의 문제를 바라보십시오. 거기에 평화를 향한 지름길이 열려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한 마음에 있어 하나입니다. 한국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문명을 파괴하는 어떠한 야만행위에도 반대합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민들을 대신하여 9ㆍ11 테러로 희생당하신 미국민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다시금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귀하의 역사적인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미래가 세계인 모두에게 희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3년 5월 11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김 근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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