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 6박7일간의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는 뉴욕 케네디공항에서 미국측 환영인사로 나온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 내외와 한승주 주미대사, 조원일 뉴욕주재 총영사 등의 영접을 받았다. 실무방문인 만큼 의장대 사열은 생략됐고 교민을 동원한 환영행사도 준비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뉴욕에서의 첫 일정으로 현지 동포들을 격려하기 위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으며, 12일 밤(한국시간) 뉴욕 증권거래소를 방문해 개장을 알리는 타종을 직접할 계획이다. 또 이날 뉴욕 9.11 테러 현장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오는 15일 오전(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 해법과 한미동맹관계 발전, 경제통상분야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눈 뒤 공동성명을 통해 회담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또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존 스노 재무장관 등 미 행정부 고위관리를 접견하고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과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의회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며, 뉴욕 증권거래소 방문과 금융계 주요인사 초청간담회 등을 통해 '세일즈 외교'도 펼친다.
노 대통령은 뉴욕과 워싱턴에서 각각 2박3일, 샌프란시스코에서 1박2일간 머문 뒤 오는 17일 오후 귀국한다.
***“동맹확인이 제일 큰 목표”**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11일 뉴욕으로 가는 특별기 기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양국간 불신을 제거하고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이번 방미 의의를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기대와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것 같다”면서 “북핵에 대한 지금까지의 원칙이 재확인되고 의문과 불신이 제거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미국 조야의 약간의 의구심, 특히 한국과 한국대통령 인식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있는데 정상회담에서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은 용납할 수 없고 제거해야 한다는 데 한미양국의 목표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며 “다만 어떻게 제거하느냐의 상황인식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확고한 동맹관계를 다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게 잘 되면 주한미군, (전시)작전권회수 문제, 일부 국민이 문제제기하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문제가 실질적으로 잘 풀려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모든 불신과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전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는데 향후 부시 대통령 방한초청 등 연내에 다시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윤영관 외교장관과 귀엣말을 나눈 뒤 "미리 말하지 말라고 한다. 적절한 시기, 적절한 진척이 있어야 하니 준비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 부시 대통령과 대화한 뒤 적절하게 판단하고 융통성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북핵, 경제 외교에서 적잖은 어려움 예상돼**
노 대통령이 "기대와 목표를 너무 높게 잡지 말아달라"고 말한 데서도 읽을 수 있듯, 이번 방미기간중 북핵문제 및 경제문제 등을 둘러싸고 협상과정에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시간 15일 오전 잡힌 체니 부통령과의 회담과 이날 오후 잡힌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이 주요고비가 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밝힌 뒤 북-미-중 3자회담의 재개를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은 평화적 해결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3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는 이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수출 제재 강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못지않게 15일 오전 예정된 체니 부통령과의 회담이다. 체니 부통령은 미국내 강경파의 중심인물로, 미 강경파의 입장을 대변해 주한미군 존속 등의 대가로 노 대통령에게 강도높은 주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2000년 김대중 당시대통령 방미당시 논란이 됐던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한 노대통령의 입장도 타진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부문에서도 월가는 노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검증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월가는 노대통령 취임후 발생한 일련의 노사분규에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훼손되고, 공기업 민명화 일정이 늦춰지며, 최근 물류대란 등에서 볼 수 있듯 노사분규가 대형화,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노무현 정부의 대응방침을 다각도로 검증할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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