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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정화시설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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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정화시설의 허상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14>

***오염정화시설의 허상**

이것이 농업기반공사의 수질대책 관련 주장을 최대한 쉽고 짤막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사업에 대한 자세한 배경을 모르는 사람은 농업기반공사 주장이 맞는 것처럼 들릴 것이다. 이제부터 이런 주장이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겠다.

먼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농업기반공사와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건설할 때도 아무 문제없다고 장담했었다.

농업기반공사는 2백억원을 들여 만경강과 동진강 하류에 침전지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침전지에서 주로 제거하려는 성분은 인이다. 침전지는 오염물질을 바닥에 침전시켜 준설퇴적물이 발생하면 수거해 제거하는 시설이다. 만경강 쪽 침전지의 인 축적률은 5.2%, 동진강 쪽 침전지의 인 축적률은 8.1%다. 매우 낮은 수치다.

또 준설퇴적물을 최종 처분하려면 약 2백70억원~7백10억원이 필요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셈이다. 물론 농업기반공사도 침전지 하나로 물을 정화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는다.

침전지에서 1차로 정화한 물은 환배수로를 따라 흐른다. 이 때 인공습지를 지나가면서 다시 한 번 정화한다. 유종근 전북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오염물질 정화기능을 가지는 것은 아마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대와 수중식물이 혼재해 숲을 이루는 염생습지, 즉 맹그로브(mangrove)입니다. 갯벌이 오염정화기능을 가진다는 환경단체 주장을 도저히 못 믿겠습니다.”

물론 염생습지는 뛰어난 오염정화기능을 가진다. 하지만 갯벌도 뛰어난 오염정화기능을 가지고 있다. 바지락 하나가 오염된 물 15ℓ를 정화한다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새만금 갯벌은 전주하수종말처리장 40개와 같다. 그런데 이를 없애고 새로 인공습지를 만든다.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은 이야기다.

바로 영화 ‘옥보단(玉寶團)’이다.

남자 주인공은 끊임없이 성욕만 탐닉하는 부자집 귀공자였다. 그는 강한 정력을 갖고 싶은 욕심이 하늘을 찔렀고, 드디어 자신의 보물을 자르고 말의 보물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그는 강력한 힘으로 애욕에 탐닉했지만,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만다.

많은 현대 한국남자들도 착각하고 있다. 진짜 성교기관은 성기가 아니라 두뇌다. 그래도 옥보단에서는 원래 물건보다 더 힘 센 물건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인공습지가 원래 새만금 갯벌보다 더 강한 오염정화기능을 갖는가?

인공습지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식물이 너무 빨리 자라 식물 자체가 오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너무 커 해마다 상당한 식물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초등학교 자연시간에 배운 부레옥잠 기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인공습지 6곳의 총 면적은 1천90㏊다. 새만금간척지 4만1백㏊에 만경강과 동진강이 흐르고, 여기에 인공습지 6개가 흩어져 있는 모습을 헬기에서 내려다본다고 상상해보라.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오히려 만경강과 동진강 오염원이 인공습지 정화기능 한계를 넘을 가능성이 크다. 오염원이 인공습지 정화기능 한계를 넘어 마구 들어오면, 습지가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그러면 인공으로 심어놓은 각종 식물이 죽어버리고, 이 시체가 오히려 오염원이 되어 새만금 호수 수질을 더욱 악화시킨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것은 하나씩 셀 수도 없는 수많은 갯벌생물들이 간척을 끝내면 분명히 죽는다는 것이다. 이 수많은 시체가 더욱 물을 썩게 하며, 한 번 썩기 시작하면 사람 몸에 암세포가 퍼지듯이 더욱 물을 썩게 만든다.

저층수 배제시설(底層水 排除施設)을 2곳 설치하고, 하수관거도 정비하고, 인공수초섬과 인 처리시설도 짓겠다고 한다. 이런 갖가지 오염정화방법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 수질전문가는 없다. 그래서 농업기반공사는 하수종말처리장을 54개나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정말 물이 깨끗해질지 심히 의문이다. 수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학교 실험실에서는 각종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방법으로 순식간에 물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한 나라의 큰 수계(水界)를 다룬다는 것은 막상 해보면 결코 단순하지 않다.

김영삼 정부는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자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상수원 오염을 막기 위해 맑은 물 공급 종합대책을 세워 상수원 보호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는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재원을 적기에 제대로(계획 대비 1백5%의 투자율) 투자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팔당호 수질은 92년 COD(ppm) 2.0, 93년 2.1, 94년 2.5, 95년 3.0, 96년 3.1로 계속 나빠졌다.

이렇게 수질대책이 계획대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변수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환경부가 가장 머리 싸매며 많은 힘을 쏟아 붇는 것이 수질과 대기다.

새만금호 수질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은 새만금사업을 적극 찬성했던 학자들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새만금사업 강행을 위해 모든 논리 제공에 힘썼던 군산대학교 해양학과 양재삼 교수가 맹활약을 하기 불과 1년 전인 1999년 12월 ‘해양과 문화’에 기고한 글을 읽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새만금 호수 수질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도시 하수와 축산폐수를 포함한 유입하천수의 수질문제, 호수에 저장될 물의 체류시간 문제, 그리고 이미 수 만 년 동안 퇴적된 갯벌이 다시 부유함으로써 야기되는 수질 악화문제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유입 하천수의 수질이 나쁘다는 점이다. 하천수의 수질문제는 만경강이나 동진강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나라 하천수의 공통된 문제이다.……새만금 호수는 구조적으로 수질관리 측면에서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바닷가의 호수는 형성된 후 오염물이 거의 유입되지 않아도 수질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비근한 예를 전라남도 약산도에 방조제를 건설할 때 함께 조성한 담수호수에서 볼 수 있다. 이곳은 호수 주위에 인적이 없을 뿐 아니라, 유입하천도 실개천 하나뿐일 정도로 유입오염원이 거의 없다. 그러나 호수 수색(水色)은 매우 혼탁하며 당연히 수질도 불량하다. 그 이유는 낮은 수심과 바닷가에서 부는 강력한 해풍 탓에 수면이 출렁거리면서 호수 밑바닥에 퇴적된 저질(밑에 깔려 있는 더러운 물질)이 지속적으로 부유하는(떠오르는) 현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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