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관계장관을 보내 새만금 갯벌살리기 3보1배를 중단해줄 것으로 요청했으나 주최측이 단호히 이를 거부했다.
***"그런 말은 3보1배를 모독하는 것"**
7일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새만금간척 사업의 주무부처인 농림부 김영진 장관은 지난 6일 오후 1시40분경 충남 천안시 부근을 지나고 있는 새만금 갯벌살리기 3보1배 현장을 찾아 "오늘 오전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3보1배 성직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걱정했다"면서 "논쟁을 하거나 설득하려온 것은 아니지만 건강 등을 고려하여 3보1배를 중단해달라"라는 노 대통령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지난 4일부터 일체 말을 하지 않는 묵언(默言)수행을 하고 있는 성직자들을 대신해 문규현 신부의 형인 문정현 신부가 "그런 말은 3보1배를 모독하는 것"이라며 거절했다.
이날 김 장관과의 면담 자리에는 문규현 신부, 장지영 환경운동연합팀장, 문정현 신부 등이 함께했다. 문규현 신부 외에 3보1배 수행을 하고 있는 수경 스님, 김경일 교무, 이희운 목사 등은 묵언수행을 이유로 김 장관과의 면담을 거절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직전인 지난 2월11일 전주 전북대에서 열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국정토론회에서 새만금 사업에 대해 "친환경적 개발이라는 원칙은 지켜나가되, 휴경 보상을 하고 있는 농지 면적이 새만금의 몇 배가 되는 만큼 농지로 개발하는 데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안없이 새만금 사업은 중단하지 않겠다"고 당분간 계속 추진의지를 밝혔었다.
***"간척사업 폐해보다 성직자 건강이 걱정되나"**
이날 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장지영 환경운동연합팀장은 "간척사업의 폐해와 농지 축소 등의 상황변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관이 밤새워 방조제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형편은 그대로 둔 채 기도수행자의 안부만 묻는 것이 어떤 의미냐"면서 "주변에서 눈물로 말려도 죽을 각오로 3보1배 기도수행을 하고 있는 성직자들의 기도 수행은 방조제 공사 중단과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한 결단만이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김 장관 방문과 관련 논평을 발표해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 요구는 하나의 환경현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개혁과 개발독재 정책의 청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인 열망을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통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연합은 또 "지난 3월28일 전북 부안 새만금 갯벌에서 시작된 3보1배는 지난 6일로 40일째를 맞았다"면서 "그동안 4명의 기도수행자들은 새만금 갯벌의 생명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지난 40일 동안 목숨을 걸고 삼보일배 기도수행을 진행해 왔고 지난 4일부터는 보다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수행을 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묵언(默言, 침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묵언 기도수행을 시작한 것은 새만금 사업의 중단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당연한 일인데도 대통령과 정치인, 정부관료들이 이를 외면한 채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묵언수행은 3보1배 전 일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연합은 현재 노무현 정부가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3보1배 수행단은 그동안 전라북도 부안, 김제, 군산, 충청남도 서천, 보령, 홍성, 예산, 아산, 천안을 거쳐 7일 전체거리의 3분의 2를 지나 경기도 평택에 진입하며, 오는 5월말께 서울 광화문에 도착할 예정이다. 3보1배를 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 등은 극도의 탈진상태로 한걸음 내딛기도 힘든 상태나 하루도 쉬지 않고 3보1배를 계속해 보는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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