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과 농경지 비교**
경제학자들은 무엇이든 돈으로 가치를 판단한다. 여기에 상당히 어려운 수식과 낱말로 꾸며버리면 그 사람 참 똑똑하게 보인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진실은 단순하다.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는 논의 경제적 가치가 갯벌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갯벌과 논의 경제적 가치를 비교한 연구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농업기반공사가 제시하는 것은 ‘논이 갯벌보다 2.63배 높다’는 것이다. 한국산업경제연구원은 ‘논이 갯벌보다 1.9배 높다’고 주장하고, 중앙대 최재선 교수는 ‘논이 갯벌보다 1.4배 높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해양연구소는 ‘갯벌이 논보다 3.3배 높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가 인용하는 연구는 영국 네이처(Nature)지에 실린 연구논문이다. 여기에서는 ‘갯벌이 논보다 1백배 높다’고 주장한다.
농림부, 농업기반공사, 전라북도는 이렇게 반박한다.
“환경단체는 용어를 잘못 알고 있어요. 그 연구에서 내세운 것은 갯벌(tidal flat)이 아니라 염생습지(tidal marsh/mangrove)입니다. 더구나 1㏊(3천평)에서 생산하는 쌀을 54$(6만4천원)로 계산하고 있어요.”
나는 이 말이 맞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맞다고 보자.
이 시점에서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아직 해양학이라는 학문이 전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바다에 대해, 갯벌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50년 전엔 전 세계 어느 학자도 갯벌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중요한지 알지 못했다. 갯벌의 가치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갯벌의 기능에 대해서는 지금도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는 논이 갯벌보다 더 가치 있는 땅인가?
이것만은 분명하다. 논과 갯벌 둘 다 중요하다. 논은 쌀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지며, 이에 따라 기후조절기능까지 갖고 있다. 인구 1천만이 사는 도시 서울은 다른 농촌보다 훨씬 덥다. 본래 인구 1천만이 모이면 사람 몸에서 열기를 뿜기 때문에 평균기온이 1℃ 올라간다. 여기에 모든 땅을 콘크리트로 발라버려 땅이 숨을 쉬지 못하고, 논밭이 없어 땅과 공기를 식히지 못하니 더운 것이 당연하다.
논은 분명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갯벌도 소중하다. 왜 소중한지는 내가 앞에서 길게 설명했다.
이 시점에서 부안군 부군수였고, 전북 농림수산국장도 역임한 최수씨가 시민의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자.
“우리 부안군 내 갯벌 중에는 사유지로 되어 있어 개인 간 거래가 되고 있는 갯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갯벌의 거래가격은 인근 농지의 1/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갯벌의 생산성이 농경지의 1/10도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갯벌이 농경지보다 생산성이 높다면 우리나라 논을 모두 갯벌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말은 엉터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갯벌은 바닷물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다. 이 땅을 사 봤자 무슨 이윤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농지는 다르다. 도로도 깔 수 있고, 집도 지을 수 있고, 아파트도 지을 수 있고, 식당도 지을 수 있고, 호텔도 지을 수 있다. 농지가 훨씬 비싼 것은 당연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갯벌과 농지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남자와 여자를 세워 놓고 “누가 더 가치 있느냐”고 말할 수 있는가.
최수씨의 글은 다음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환경단체들은 간척사업의 실패사례로 시화호를 꼽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본말이 전도된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시화호를 막았기 때문에 시화호가 오염되었습니까. 오염된 물을 막았을 뿐이지요. 만약 시화호를 막지 않았다면, 오염된 물은 아무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금도 계속 바다로 흘러들어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을 것입니다. 바다는 오염시켜도 괜찮다는 논리가 아니라면 막은 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히려 막음으로써,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가 얼마나 오염시켰는지를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각성시켜주는 계기가 되었다면, 시화호를 막은 것을 크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새만금호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새만금지역으로 오염된 물이 유입되고 그리고 그것이 바다든 호수든 오염시켜 문제가 된다면, 새만금호를 막든 안 막든 조만간에 오염방지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새만금호가 오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새만금간척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당치 않은 주장이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새만금을 막음으로써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직접 눈으로 보여줌으로써 경각심을 일으켜, 더 큰 재앙을 사전에 막는 것도 환경을 지키는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무식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이 전북 농림수산국장이다. 전북 사람들 참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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