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점은 내부 문제는 안보고 '정부 탓'하는 재벌과 국내문제 '외국자본 탓'하는 극좌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쟁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이 점이다. 기득권적 보수집단과 민족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좌가 일맥상통했다는 것인데, 표피적으로는 출자총액제한이라는 하나의 제도와 외국자본이라는 하나의 행위자로 포장되어 논쟁하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가 최근 SK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논쟁을 설명하면서, 이른바 '극좌 민족자본주의자'들이 재벌을 옹호하고 있다고 성토해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장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SK사태를 계기로 사회 일각에서 외국자본을 무조건 적대시하며 재벌총수를 옹호하는 움직임이 목격되는 데 대한 문제제기로, 노무현 정부 경제팀의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갑자기 국수주의가 좌우에서 판치고 있다"**
장 교수는 최근 발간된 월간 <참여사회> 5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기득권적 보수는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 외국자본은 악마이고 우리 자본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선이라는 논리를 펴고, 이념적 좌파들은 민족자본론을 내세우기 위해 재벌을 옹호하는 결과를 좌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 시장경제, 국제화에 앞장서 부르짖던 경제신문들이 재벌 편들기를 하기 위해서 가장 반시장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좌파와 시민단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장 교수는 외국계 펀드인 소버린의 자회사 크레스트 증권이 1천5백억원을 투자해 SK(주)의 지분 14.99%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돼 경영권 논란이 일었던 것에 대해 "외국 투자 자체를 문제삼으려면 개방이냐 폐쇄냐는 체제 논쟁을 가야한다"면서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기업 잠식은 분명히 우려할 일이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명확한 상황진단이나 대응이 아닌 감정적 호도가 주를 이뤘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무리 깨끗한 외국 자본이라고 해도 썩고 냄새나는 재벌총수가 더 낫다는 식으로 갑자기 국수주의가 좌우에서 판치는 상황"이라면서 "'누가'보다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개방형 시장경제체제"라면서 "이미 시장 문 열어놓고 들어오는 외국투자자본을 보수와 좌파가 함께 비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장교수는 이어 "경영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과 판단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서 "일가까지 포함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0.2%가량인데, 1%도 미치지 못하는데 오너라고 할 수 있나, 왜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근거는커녕 문제제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소버린사의 지분매집으로 인한 경영권 위기 사태를 '타이거펀드의 악몽재현'이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도 "타이거펀드가 가지고 있던 SKT 지분은 10%가량이었다. 대충 SK그룹이 20%, 기타 투자자들이 70%였다. 타이거펀드가 1조원의 차익을 봤다면, SK그룹은 2조원, 기타 투자자들은 7조원을 이익 본 것"이라며 "주가 상승으로 차익을 얻는 것은 주식투자의 기본인데, 우리 차익은 좋고 외국인의 차익은 나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타이거펀드에 대해 "투자기간은 92년부터 96년까지 4년, 96년말이나 97년 초에 다시 사서 99년까지 2년반 가량이다. 두 번째 투자에서 1조원의 차익을 얻었다. 첫 투자에서 주식을 판 이유는 SKT가 1996년부터 미국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예탁증서(ADR)를 발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시켜 예탁증서를 발행했고, 99년에는 타이거펀드가 러시아투자 실패로 투자회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타이거는 두 번째 2년 반 동안 투자할 때에 단 한번도 매도하지 않고 보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참여연대가 외국자본의 앞잡이처럼 묘사되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는 타이거펀드가 아니라 더 큰 해외투자자들의 일방적 요구에도 응해본 적이 없다. 우린 투자단체가 아니라 운동단체다. 스스로 개혁아젠다를 만들어 그에 맞는 동조자를 찾는 것이다. 옳은 일도 외국인하고 하면 일단 나쁜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구조본은 '필요악의 축'"**
장 교수는 SK 사태의 원인을 출자총액제한제에서 찾는 재벌들의 주장에 대해 "재벌의 취약성은 재벌 스스로 만든 덫"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천5백억원에 SK(주)만이 아니라 SKT까지 영향을 받았다. 비상식적 상황이 발생한 것은 상호순환출자하면서 계열사간 소유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극단상황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 회사만 쓰러뜨리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영향을 받도록 재벌 스스로 만든 덫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LG그룹 등에서 구조조정본부(구조본)이 폐지된 것에 대해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 순환출자, 순환지급보증, 위장지본 등 모든 게 다 구조본이 해온 일로 '필요악의 축'이었다"면서 "그룹은 기업별 독립경영제체로 가야한다. 구조본은 당연히 해체되어야할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시민단체에서 기업감시 운동을 하냐"는 질문에 "기업은 한국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사회적 구조"라면서 "우리사회에서 지금 누가 그 역할을 하는지 찾아봐라. 시장이 되었든, 재벌 내부 통제시스템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말이다. 조직은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라고 밝혔다.
다음은 <참여사회> 5월호에 실린 장하성 교수의 인터뷰 전문이다.
***장하성 교수 인터뷰 전문**
***문) 우리경제에서 1500억 원의 힘이 그렇게 큰가. 일개 외국회사의 1500억 원이 한국 재계 3위인 SK그룹의 경영권을 위태롭게 했다.**
"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재벌이 왜 이렇게 취약한 구조를 가졌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길 것이다. 놀랍게도 재벌은 정부규제로 위기원인을 진단하고 있다. 경영이나 지배구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벌의 취약성은 매우 복합적인 이슈다. 재벌들은 원인을 '출자총액제한'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취지는 계열사간 피라미드, 순환출자를 해서 소유구조를 취약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인데, 재벌 스스로 취약하게 만들어 놓고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 아닌가. 재벌문제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재미있는 점은 내부문제는 안 보고 '정부 탓'하는 재벌과 국내문제는 안 보고 '외국자본 탓'하는 극좌가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논쟁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이점이다. 기득권적 보수집단과 민족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좌가 일맥상통했다는 것인데, 표피적으로는 출자총액제한이라는 하나의 제도와 외국자본이라는 하나의 행위자로 포장되어 논쟁하고 있다."
***문) 기득권적 보수와 이념적 좌가 일맥상통했다? 엄청난 상황분석이다.**
" 그렇다. 우리 경제체제에 대한 본질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논쟁들을 각자의 입장에 맞게 포장해 싸우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기득권적 보수는 재벌을 옹호하기 위해서 외국자본은 악마이고 우리자본은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선이라는 논리를 펴고, 이념적 좌파들은 민족자본론을 내세우기 위서 재벌을 옹호하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시장경제, 국제화에 앞장서 부르짖던 경제신문들이 재벌 편들기를 하기 위해서 가장 반시장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좌파와 시민단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문) 주장대로라면 절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두 집단의 매개고리는 '외국자본'이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사실 크레스트증권이라는 외국자본의 존재 자체가 논쟁을 더욱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기업 잠식, 분명히 우려할 일이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우리 이익을 위해 우리 기업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전략적이나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명확한 상황진단이나 대응이 아닌 감정적 호도가 주를 이뤘다. 냉정하게 생각해봐라. 우리는 개방형 시장경제체제이다. 외국투자 자체를 문제삼으려면 개방이냐 폐쇄냐는 체제논쟁으로 가야한다. 이미 시장 문 열어놓고 들어오는 외국투자자본을 보수와 좌파가 함께 비난한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주요 기업의 경영지배권 확보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우리가 먼저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대우나 삼성자동차 등 과거경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는 재벌이나 좌파나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으니까 외국자본이 시도한 것이다. 부실기업 처리방식을 국민기업, 국유화 등으로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이 또한 시장주의냐 사회주의냐 하는 체제논쟁 아닌가. 누구도 시장경제가 절대선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국민적 합의나 자본의 구조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다. 경제체제 논쟁을 하는 것이 정직한 것이다."
***문) SK그룹의 위기상황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자. 출자총액제한이 실제로 경영방어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가. 출자총액제한규정은 늘 논쟁의 한가운데 있다.**
" 1500억 원에 SK(주)만이 아니라 SKT까지 영향받았다. 비상식적 상황이 왜 발생했나. 상호순환출자하면서 계열사간 소유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어 주가가 순자산가치보다는 낮은 극단상황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한 회사만 쓰러뜨리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영향을 받도록 재벌 스스로 만든 덫이다. 정부가 강요한 상황이 아니다. 재벌 주장처럼 출자총액제한을 풀어봐라. 계열사들은 더 얽혀 외환위기 전의 연쇄부도 상황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다. 한 회사 망하면 다같이 망하고, 한 회사 M&A당하면 다같이 M&A당하는 상황을 더 강화하자는 것이 재계의 주장이라고 보면 된다."
***문) 재벌에 대한 상당히 중요한 규제인데, 문제가 된 SK(주)는 예외상황이라는 것을 왜 몰랐나. 이해하기 어렵다.**
" 맞다. 웃기는 상황이었다. SK(주)에 대한 적대적 M&A 우려는 출자총액제한제 규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도 알지 못해 벌어진 한편의 코미디였다. 증권사도 언론사도 사실확인은 안한 채 의혹만 증폭시켰다. 좀더 도발적으로 문제제기하면, 경영권 향방에 그렇게 흥분할 필요가 있나. 아무리 깨끗한 외국자본이라고 해도 썩고 냄새나는 재벌총수가 더 낫다는 식으로 갑자기 국수주의가 좌우에서 판치는 상황이다. '누가'보다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은가."
***문) 경영권은 중요하지 않은가. 내국인이냐 외국인이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 않나.**
"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과 판단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다. 누가 경영권을 가져야하는가. 재벌은 오너경영을 주장한다. 그럼 SK그룹 오너가 최태원인가? 아니다. 일가까지 포함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0.2% 가량이다. 1%도 미치지 못하는데 오너라고 할 수 있나? 왜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해야 하는가. 그에 대한 판단근거는커녕 문제제기도 없다. 그렇다면 경영이라도 잘 했나? 경영권을 이용해 분식회계 하고 회사 돈 빼돌리고, 사회와 기업에 해악을 끼쳤다. 오히려 '회사와 사회에 미친 해악들 이해해주고 경영권도 계속 갖도록 해야하나?'는 질문이 나와야 정상이다. 경영권 획득과정의 합리성, 경영권 행사에 따른 책임성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외국자본의 경영문제도 좀더 합리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냥 감정적으로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문) 구조조정본부(이하 구조본)가 폐지되기 시작했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도 "구조조정을 마쳤다면 폐지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을 냈다.**
" 현재 구조본은 그룹경영 체제 하에서 현실적으로 불가피하게 존재하고 있다. 물론 그룹경영 여부에 따라 구조본 존폐는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구조본은 과거 총수 비서실을 이름만 바꿔 단 것일 뿐이다. 그룹경영의 현실에서 기능도 있지만 총수이해 보호조직으로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법적 근거도 없어 여기서 일어난 일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계열사간의 부당내부거래, 순환출자, 순환지급보증, 위장지분 모든 게 다 구조본이 해온 일들이었다. '필요악의 축'인 셈이다. 그룹은 기업별 독립경영체제로 가야한다. 국민적 합의나 정부시책도 그러하다. 구조본은 당연히 해체되어야 할 조직이다. 그룹경영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지주회사제다. 최선의 대안이라거나 절대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지배권은 유지하되 기업만큼은 절대 섞이지 않게 하겠다는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문) LG그룹이 먼저 이미 지주회사체제로 돌입했다. 몇몇 그룹들도 준비중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재계도 지주회사제라는 방향에 이견이 없는 듯 하다. 다만 부채비율 등의 규제완화를 조건으로 걸고 있다.**
" 맞다. 일부 재계도 동의하고 있다. 지주회사제는 소유구조를 단순화시킨다. 즉 계열사간의 책임과 권한, 거래관계까지 단순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는 대단히 복잡하다. 누가 누구를 소유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아볼 수 없다. 삼성그룹의 경우는 수십 차 연립방정식을 풀어야 할 정도다. 지나치게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는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해 내기 때문에 단순화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피라미드구조나 순환구조를 단순피라미드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걸 지주회사라고 한다."
***문) 지주회사제가 되면 소유지배의 복잡성으로 인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들린다.**
" 소유구조는 단순해지지만 재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현재 시도되는 지주회사제는 자회사가 망해 모회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면 그 모회사에 묶인 자회사 모두가 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현재 그룹의 문제 그대로다. 이런 병폐들을 막기 위해 먼저 재계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 위험성이 현실이 되느냐 마느냐가 바로 부채비율에 달려 있다. 자기자본은 조금 갖고 부채를 키우면 결국에는 또 취약한 소유구조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중요한 것은 모회사가 충분한 기업가치를 가져야 한다. 자회사는 기업가치가 매우 높고 모회사는 매우 낮으면 모회사를 잠식하는 것으로 기업가치 높은 자회사를 먹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SK(주)와 SKT의 관계가 딱 이 경우다. 이런 구조들을 바꾸지 않고는 지주회사제는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 지주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구조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 이번 과정에서 소버린사가 장 교수를 만났다는 것이 알려지자 그 자체로 비난이 쏟아졌다.**
" 1년 동안 내가 만나는 외국투자자 및 관련자가 수백 명, 최소한 200명이다. 뿐만 아니라 구조본 임원은 물론 재벌 총수도 만나기도 한다. 우리 대학 총장도 만난다(웃음). 물론 특별한 상황이라면 만남 자체를 문제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 『한국경제신문』기자들 취재에 '경영권인수협조요청설은 사실무근'임을 수 차례 확인했는데, 1면 톱기사로 "소버린, 참여연대에 경영권 인수협조요청"이라고 냈다. 그것도 반재벌정서라고 부제목 달아서. 이것은 악의적이고 의도된 왜곡보도이다."
***문) 소버린사와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
" 사적인 대화였다. 또한 그 회사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와 투자목적에 대해 밝힐 것이라 했고 내가 그들 대변자도 아닌데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그런 것을 미리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예정 며칠 후에 공식적으로 밝혔다. 내가 나눈 대화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아 인터뷰나 라디오프로그램을 통해 대화내용을 공개했었다. 나는 SKT에 대한 관심 때문에 만난 것이다. SKT 경영에 개입할 것인지를 확인했던 것이 대화의 요지다."
***문) 소버린사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타이거펀드의 경우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이번 경우를 두고, 언론들은 " 타이거펀드의 악몽 재현"이라고 보도했다. 단기시세차익으로 1조 원을 챙겨간 투기꾼으로 묘사하고 있다.**
" 무엇이 단기고 장기인가. 어떤 외국인도 내국인보다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없다. 우린 여기 사는 사람들이니까(웃음). 구분경계가 애매하다. 주식투자로만 말하면,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단기투자를 한다. 주식회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평균 보유기간이 2개월이 안 된다. 또 무엇이 투기이고 투자인가. 경제학에서도 이 구분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투기는 배팅과 비슷하다. 먹으면 대박 아니면 박살나는 위험을 떠 안는 것이다. 또 시장주가를 조작하거나 또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경우라면 당연히 문제다. 또 내가 이익 보면 남은 손해보는 제로섬게임이라면 외국인투자자에게 국부를 유출시킨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그럼 타이거펀드는 단기인가 장기인가. 또 투기인가 투자인가, 국부유출인가 아닌가?"
***문) 타이거펀드에 대한 언론보도도 왜곡되었나.**
" 내가 타이거펀드에 대해 변명하거나 대변할 필요는 없다. 사실관계만 말하겠다. 사실 언론에서 난리를 쳐서 며칠 전에 타이거펀드에 전화해 다시 알아보았다. 투자기간은 92년부터 96년까지 4년, 96년 말이나 97년 초에 다시 사서 99년까지 2년반 가량이다. 두 번째 투자에서 1조 원의 차익을 얻었다. 첫 투자에서 주식을 판 이유는 SKT가 1996년부터 미국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 예탁증서(ADR)를 발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시켜 예탁증서를 발행했고, 99년에는 타이거펀드가 러시아투자 실패로 투자회수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타이거는 두 번째 2년 반 동안 투자할 때에 단 한번도 매도하지 않고 보유했다. 그럼 단기 투기인가 장기 투자인가. 재미있는 점은 SKT가 타이거펀드가 가진 10% 지분 전량을 팔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타이거 측은 2∼3% 가량은 보유하길 원했으나, SKT가 전량 매도를 조건으로 사겠다고 했기 때문에 모두 팔았다고 했다. 그런데 타이거는 팔고나서 웃더라."
***문) 왜 웃나. 그 후에 주식값이 떨어졌는가.**
" 주식값은 오히려 더 올랐다. 타이거펀드의 매도와는 상관없이 당시 SKT주식은 40∼50만 원까지 올랐다. 타이거펀드는 주식시장에서 또 주식을 샀다. 주식이란 게 시장에 가면 누구나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도 일정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문) 1조 원의 차익이 결정적으로 투기꾼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 타이거펀드가 가지고 있던 지분은 10% 가량이었다. 대충 SK그룹이 20%, 기타 투자자들이 70%였다. 타이거펀드가 1조 원의 차익을 봤다면, SK그룹이 2조 원, 기타 투자자들은 7조 원을 이익 본 것이다. 주가상승으로 차익을 얻는 것은 주식투자의 기본이다. 우리 차익은 좋고 외국인의 차익은 나쁜 것인가. 아까도 말했듯이 이미 우리는 시장을 개방했다. 외국인 투자 자체를 문제삼으려면 폐쇄경제로 바꿔야지 문열어놓고 들어오면 안 된다? 말이 안 된다. 특히 재벌들과 경제신문들은 평소에는 개방경제와 국제화를 부르짖더니, 타이거펀드의 차익은 죄악이라고 한다. 납득할 수 없는 태도들이다."
***문) 유상증자 반대와 손길승 회장 해임건의로 부당경영 개입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 정확히 말하면 유상증자 반대가 아니라 연기요청이었다. 문제가 된 96년 당시 유상증자는 SKT가 KT를 겨냥해 급작스럽게 발표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존주주에게만 신주인수권한을 주고 할인발행을 하는 주주할당식 유상증자에서는 증자에 참여를 안 하면 엄청나게 손해를 본다. 주식 수는 늘고 주가는 떨어지니까. 당시 타이거펀드는 증자를 위한 1조 원 가량을 기한인 한 달 내에 마련할 재간이 없으므로 연기요청을 한 것이다. 더구나 유상증자 발표 1주일 전에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확언을 했었다. 손길승 회장은 문제의 유상증자를 주도했던 경영책임자였다. 이번 SK 분식을 봐라, 이것도 손 회장 책임이 큰 것이다. 한 마디로 경영개입이 아니라 자기이익보호를 위한 요구였다."
***문) 비난은 타이거펀드에게만 쏟아지는 것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외국자본의 앞잡이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 한 마디로 어이가 없다. 참여연대는 타이거펀드가 아니라 더 큰 해외투자자들의 일방적 요구에도 응해본 적이 없다. 우린 투자단체가 아니라 운동단체다. 스스로 개혁아젠다를 만들어 그에 맞는 동조자를 찾는 것이다. 옳은 일도 외국인하고 하면 일단 나쁜 것인가."
***문) 다시 묻고 싶다. 왜 기업감시운동인가. 또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해야 하는가.**
" 그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사회에서 지금 누가 그 역할을 하는지 찾아봐라. 시장이 되었든, 재벌 내부 통제시스템이 되었든, 정부가 되었든 말이다. 조직은있어도 제 기능을 못한다. 일례로 신용카드, 참여연대가 작년부터 문제제기해 올 때 아무 대책도 없었다.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얼마나 심각한지 의견 내는 곳이 없다. 재벌문제? 그동안 분식회계해도 가만히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왜 문제인가. 감시기능의 필요성이라(한숨). 기업은 한국의 미래와 발전방향을 결정할 매우 중요한 사회적 구조다.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감시기능의 필요성. 더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