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24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고양 덕양갑에서 당선된 개혁국민정당 유시민 의원이 29일 예정됐던 '의원선서'를 하지 못했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옷차림' 때문이다.
유 의원은 이날 당선된 뒤 첫 등원, 오후 2시 국회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할 예정이었으나 양복 차림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10여명 퇴장했다. 유 의원은 이날 청색 자켓에 연한 초록색 셔츠, 그리고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등원했다.
***"여기 탁구치러 왔냐"**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유 의원과 홍문종(경기 의정부), 오경훈(양천을)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법안 표결에 앞서 의원 선서를 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유 의원 등이 본회의장 연단으로 올라서자 한나라당 신영국 안택수 홍준표 의원 등은 유 의원을 향해 "저게 뭐야. 당장 밖으로 나가라"고 삿대질을 하면서 고함을 질렀다.
한나라당 이원창 의원도 "여기 탁구치러 왔느냐"면서 "국민에 대한 예의도 없냐"고 질타했다.
이에 박관용 국회의장은 "복장에 관해 양당 총무에게 사전에 설명했고 본인도 허락했다"며 "여러분이 개별적으로 뜻을 밝히는 것은 좋지만 동료 의원이 의원 선서를 하는 신성한 자리에서 이런 식의 모양은 안 좋다"고 개별 행동을 자제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신영국 의원 등 의원 10여명은 '선서 보이콧'을 선언하며 퇴장했다.
***유시민 "다름을 인정해 달라"**
유 의원은 이날 "내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나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므로 여러분도 나의 것도 이해해주고 존중해달라"는 내용의 준비된 원고를 읽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부 의원들의 '선서 보이콧'에 대해 유 의원의 한 측근은 "국회의 권위와 국민들에 대한 예의를 강조하는데 국회에서 서로 막말하고 몸싸움 벌이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예의를 제대로 지키는 행동이었냐"면서 "이에 대해선 무감각하고 한낱 옷차림에 대해서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개혁당은 논평을 통해 "이는 국회의장이 이미 양당 총무에게 양해를 구한 사항이었으며 양복착용이 규정에 정한 바도 아니다"면서 "다양성과 관용을 중시하는 전사회적 흐름에는 아랑곳 없이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터무니없는 권위의식에 젖어 있음을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혁당은 또 "국회의원들이 복장을 이유로 야유와 퇴장을 불사한 것은 신성한 '의원선서'를 깡패조직의 '막동이 기죽이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유 의원에 대한 의도적인 흠집잡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개혁당은 이어 "오늘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35분이나 지나 개회되었다고 한다"면서 "국회의원들은 다른 국회의원 복장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거두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가장 기본인 시간이나 잘 지키고 민생안정을 위해 힘을 쏟을 노력이나 하기를 바란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무산된 유 의원 등의 의원선서는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다시 가질 예정이다.
유 의원의 한 측근은 "동료 의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커 내일도 평상복 복장을 할지는 좀더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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