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과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경제원조에서 ‘서방 선진7개국’으로 불리는 G7 국가들의 비중이 금액 측면에서는 절대적임에도 불구, 지원금 대다수가 지원국의 물품을 구입하도록 강요하고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보다는 부패독재정권의 정권 유지를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 기아 어린이>
***빈국 지원, 부패독재정권 유지 수단으로 악용돼**
미국의 유력 외교정책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지구개발센터(the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와 공동 개발한 '개발기여지수(CDI)'를 통해 선진 21개국에 대한 ‘국제원조 다면평가’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최신호(5-6월호)를 통해 보도했다.
이번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절대 원조액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일본과 미국이 CDI 지수로는 각각 21위와 20위를 차지해 21개국중 최하위에 머물렀다는 대목이다.
포린폴리시가 다면평가의 척도로 삼은 것은 GDP 대비 원조액 외에도 개도국 생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 환경정책, 빈국에 대한 직접투자, 이민·난민정책, 다국적 평화유지 단체 지원정도였다.
최하위를 차지한 일본은 이민정책과 GDP 대비 원조액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고, 미국은 무역정책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환경정책과 평화유지 지원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 원조의 경우 일본은 오래된 채권에 고율의 이자를 매겨 원조의 효과를 상쇄시켰다. 미국은 지원액으로 미국 상품을 사도록 의무화하는 소위 ‘조건부 원조’비중이 컸다. 미국의 경우 2001년 한해동안 전세계 원조액의 3분의 2가 '조건부 원조'였으며, 1990년대말 미국의 지원액 중 80%가 미국의 재화와 용역을 사는 데 쓰였다.
이번 평가에서 특이한 점은 “현금 지원만이 유일한, 가장 중요한 지원책이 될 수 없다”며 개도국의 부패·독재정권에 재정 지원을 했을 경우 감점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포린폴리시는 "원조금을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한 최종 책임은 원조 수혜국의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에게 있으나 지원국들도 빈국의 경제성장과 개발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미국 등이 원조를 제3세계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는 따가운 일침인 것이다.
***“G7 자성 필요”**
이번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나라는 네델란드였다. G7 국가에도 들지 못하는 네델란드는 특히 GDP 대비 원조액과 무역, 투자, 환경정책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델란드의 뒤를 이은 덴마크와 포르투갈 역시 G7에 포함되지 않는 소국(小國)이고, 뉴질랜드의 경우는 원조액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민정책과 평화유지 지원 덕에 4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선진 산업국으로 분류되는 G7 국가들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조사대상 21개국중 G7 국가로는 독일만이 6위를 차지했을 뿐 일본,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나머지 G7 국가들은 중위권 이하를 차지했다. 세계 총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국제 금융 정책의 주요 행위자인 G7이 이같이 낮은 점수를 받자, 포린폴리시는 “G7은 리더가 아니다”고 혹평했다.
포린폴리시는 그러나 상위권에 있는 네델란드, 덴마크, 포르투갈은 경제 규모가 너무 작아 리더가 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도 평가했다. 포린폴리시의 결론은 따라서 G7 국가들이 그들의 크기와 힘, 경제력에 합당한 국제적 책임을 다할때만이 보다 안정적인 국제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선진국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DI 지수 순위는 네덜란드-덴마크-포르투갈-뉴질랜드-스위스-독일-스페인-스웨덴-오스트리아-노르웨이-영국-벨기에-그리스-프랑스-이탈리아-아일랜드-핀란드-캐나다-호주-미국-일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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