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스 공포가 세계를 뒤덮고 있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말라리아 때문에 사스에 관심을 가질만한 여유가 없다. 사스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사망한 사람은 3백여명.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말라리아 때문에 하루에 3천여명의 어린이가 죽어나가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사스와는 달리 예방약이 있는 전염병이다. 그러나 '가난'이 하루 3천여명의 어린이, 그것도 주로 5세이하의 어린이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사스에 대해 공포를 느끼기에 앞서, 지구촌의 잔혹한 빈부격차의 결과에 더 큰 공포를 느껴야 할 때다.
***매일같이 아프리카 어린이 3천명 사망**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 아동기금(UNICEF)은 25일(현지시간) "30초마다 1명씩, 매일 3천여명의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충격적 보고서를 발표했다.
아프리카에서 유독 말라리아 피해가 큰 이유는 말라리아 예방에 효과가 큰 학질모기 퇴치용 모기장(ITN)이 일부 아동들에게만 제공될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말라리아 예방접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학질모기와의 접촉을 피할 수 있는 모기장 역할을 하는 ITN은 말라리아 전염을 60% 정도 줄일 수 있으며, 아이들의 사망률을 5분의 1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러나 '돈'이다.
WHO의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박사는 이 보고서를 발표하며"1998년이래 기초적인 말라리아 예방대책은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말라리아와 싸우는 데 좀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UNICEF의 캐롤 벨라미도 "우리는 2010년 중반까지 세계적으로 말라리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더욱 많은 기금확보와 정치적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빈부격차가 초래한 '말라리아 학살'**
이번에 발표된 WHO와 UNICEF의 아프리카 말라리아 보고서는 "말라리아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더욱 많은 기금을 충당하고 그 지역에 말라리아 예방 약품을 충분히 공급하겠다"는 내용으로 꾸며져 있다. 특히 보고서는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여성이나 아동들의 예방에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998년 유엔 발전프로그램, UNICEF, 세계은행, WHO가 앞장서 말라리아 퇴치운동(RBM)이 시작됐다. RBM이 시작된 후 전세계적으로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해마다 2억달러가 투입되고 있다.
말라리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말라리아 예방에 필요한 모기장이나 구충제등의 제품에 대한 관세와 세금을 대폭 인하하거나 없앴다. 또 우간다, 가나, 나이지리아에서는 말라리아 격퇴를 위해 각 가정마다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으며, 탄자니아는 3년간의 ITN설치 프로젝트로 말라리아 사망률을 25%이상 떨어뜨리는 등 말라리아 퇴치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3천여명의 어린이가 죽는 '말라리아 학살'은 멈추지 않고 있다. 말라리아 학살을 멈추기 위해 투입되고 있는 국제기구의 지원금이 코끼리 비스켓 수준이기 때문이다.
말라리아는 주로 후진국 국가에서 발생하는 병으로 현재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WHO 통계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매년 1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3천만명에게 급성 말라리아에 감염된다. 말라리아 환자의 90%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지역에서 발생하며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5세 이하의 아동들이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이같은 엄청난 희생을 '말라리아 학살'이라 명명하고 있다. 이들은 사스에 대해 공포와 전율을 느끼는 세계인들에게 상당한 분노조차 표하고 있다. 예방약과 모기장만 제대로 공급해도 막을 수 있는 세계 최빈국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학살은 외면하면서, 살만한 아시아나 선진국에서 번지고 있는 사스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인 사스보다 더 무서운 게 가진자들의 '무관심'이라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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