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갯벌은 젖꼭지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갯벌은 젖꼭지다

박근형의 새만금 리포트 <9>

***갯벌은 젖꼭지다**

한국은 국토가 작은 나라다. 하지만 세계적인 갯벌 부자다. 국토 면적의 3%가 갯벌이고, 이 중 83%가 서남해안에 있다. 특히 서해안 갯벌은 미국 동부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 북해 연안, 아마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이다. 이 중 전라북도 갯벌의 90%를 차지하는 것이 새만금 갯벌이다. 새만금 갯벌을 없애버리면 전라북도 갯벌 90%가 사라진다.

갯벌은 살아 있다. 결코 죽어 있는 쓸모없는 땅이 아니다. 이런 사실은 갯벌에 직접 가 보면 알 수 있다. 옛날에 ‘갯벌은 살아 있다’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지금도 우수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이 작품을 촬영한 곳이 인천 송도갯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송도갯벌이 없다. 인간의 탐욕이 이곳도 간척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아프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땅을 유식한 말로 연안습지생태계라고 일컫는다. 바다 생태계와 민물 생태계가 만나는 곳이라는 개념을 머리에 잡아 보자. 당연히 이곳 생태계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게다가 육지에서 흘러들어오는 영양염류가 많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땅 속 깊이 깔려 있고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먹이사슬이 다양하게 분포한다. 각종 조개류, 각종 게와 낙지, 망둥어가 지천에 널려 있다. 사람은 이들을 잡아먹는 마지막 생물체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 및 그 주변에 서식하는 어류는 2백여종, 갑각류가 2백50여종, 연체동물이 2백여종, 갯지렁이류가 1백종 이상이다. 그 밖에도 수많은 해양무척추동물, 미생물, 2백종류 이상의 미세조류(diatoms)가 분포한다. 또 1백종이 넘는 바다새도 이들을 잡아먹으며 갯벌에 산다.

그래서 연안생물의 60% 이상이 갯벌과 직․간접 연관을 맺고 있다.

전북에서 나오는 조개류가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백합 65.1%, 동죽81%, 맛 48.8%다. 이것들 대부분이 새만금 갯벌에서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만금 갯벌에서 생산하는 주요 조개류가 전국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이다. 새만금을 간척하면 이들을 잃는다.

갯벌은 바닷가에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피요르드에는 갯벌이 생길 수 없다. 해안이 바다 수면과 완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 즉 밀물과 썰물의 수면 높이가 크지 않아도 갯벌은 생기기 어렵다. 갯벌은 하루 동안 바다이기도 하고, 육지이기도 한 곳이기 때문이다. 단조로운 해안선에서도 갯벌이 생기기 어렵다. 동해안에 갯벌이 거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정말 갯벌이 생기기 좋은 곳이다. 일단 해안이 완만하다. 조수간만의 차도 엄청나다. 인천 앞바다 밀물과 썰물 수면 차이가 9.3m라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인의 기본 상식이다. 군산 앞바다가 약 7m이며, 서해안 남쪽도 4m에 달한다.

내가 계화도를 방문했을 때 가무락 캐는 아낙네를 찍으러 장화 신고 갯벌에 들어가려니까,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갯벌팀장이 주의를 주었다.

“멀리 가지 마세요. 지금 밀물이에요. 바닷물이 사람보다 더 빨라요. 잘못하면 사고납니다.”

서해안이 굴곡 심한 리아시스 해안이라는 것도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는 상식이다. 결국 한국 서해안이 세계 5대 갯벌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갯벌 중에서도 중요한 것이 하구갯벌이다. 즉 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곳에 생긴 갯벌이다. 새만금 갯벌은 만경강과 동진강이 흘러드는 곳에 생긴 갯벌이고, 현재 한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하구갯벌이다.

브레즈네프가 “한국은 포항제철이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세계적인 철강회사 포항제철. 하지만 포항제철이 하구갯벌을 막아 건설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사실이다. 이제 포항제철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업이 되었다. 포항에서 확인한 포철의 힘은 대단했다. 내가 느끼기에 포항에 포철이 있는 것이 아니라, 포철에 포항이라는 도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포항 시민들은 그 대가를 계속 지불해야 한다. 포철 앞바다는 계속 오염되어 가고 있으며, 포항의 공무원들은 포철을 보호하느라 바쁘다. 포철이 어느 정도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가? 포항에 변변한 시민단체가 없을 정도다. 포철이 곧 포항인데 어떻게 포철과 싸울 수 있겠는가.

낙동강은 더럽다. 공장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전라북도 사람들이 공장을 유치해서 전북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쓴 웃음만 나온다. 하늘 가득히 뻗은 회색 빌딩 숲과 시커먼 공장 폐수와 마구 파헤쳐진 시멘트 삼림이 발전이란 말인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은 산업시대가 아닌, 탈산업시대다. 그까짓 공장 하나 없어도 지역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또 이제 공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우리나라 공장지대 입주율은 50%도 미치지 못한다. 이제 한국이 공업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무식한 사람들이 많아 발상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만금 갯벌을 어떻게 비유할 수 있는가? 장회익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의 지적을 들어보자.

“강이 흘러서 바다와 만나는 지점은 풍수학자들이 이야기하는 혈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땅의 영양물질들이 바다로 흘러나가는 곳이고, 물 속 생태계가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영양공급을 받는 젖줄입니다. 바로 젖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이 새만금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